"김치수술 1억달러 멀지 않았다"

CEO In & Out/이상철 대상FNF 대표

 
  • 이정흔|조회수 : 1,977|입력 : 2011.07.07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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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 들어가자 시큼한 김치냄새가 코끝에 닿는다. “지금 김치 시식 중이라 이해해주세요” 직원의 안내를 받고 나서 주위를 둘러보자 삼삼오오 모인 직원들이 여러 종류의 김치를 늘어놓고 심각하게 회의 중이다.이곳은 다름아닌 국내 김치사업의 대표주자 종가집 대상FNF 사무실. 순창고추장 등으로 유명한 ‘청정원’도 대상FNF의 대표브랜드 중 하나다.
 
사실 대상FNF는 지난해부터 들쭉날쭉해진 식품 원자재값 탓에 만만치 않은 부침을 겪었다.그러나 이 같은 상황에도 6월 방문한 대상FNF 내부 직원들의 사기가 꽤 높아보였다. 새로운 수장을 맞아 자연스럽게 ‘심기일전’의 분위기가 퍼진 효과도 있었겠지만, 최근 새롭게 개발에 성공한 ‘식물성 유산균 발효액 ENT(이하 ENT)’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대상FNF의 대표를 맡은 지 이제 막 3개월. 스스로는 “전임자의 공을 무임승차한 격”이라며 겸손해 했지만, 28년간 미원과 대상 등 식품업계에 정통한 CEO로서 의미 있는 첫걸음을 내디딘 이상철 대표를 만났다. 
 
◆20년 종가집 숙원사업, ‘ENT 날개 달다’
 
“20년 종가집 최대의 숙원사업이 김치의 보존연한을 늘리는 겁니다. 드디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으니, 모든 것이 달라지게 될 겁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자신감과 기대감이 넘쳤다. ‘요즘 많이 바쁘시죠?’ 기자가 던진 가벼운 첫인사에 이상철 대표는 환한 얼굴로 “최근에 특허 획득하면서 더 바빠지긴 했는데, 그만큼 신이 난다”며 탁자에 놓여진 조그만 액체를 들어보였다. 검은색의 액체를 담은 병에 쓰여진 글씨는 ‘식물성 유산균 발효액 ENT’. 도대체 이게 무엇이길래?
 
김치에서 분리한 유산균 중 하나인 ENT는 말하자면 천연 항균제다. 식품 위해미생물 저해효과가 높기 때문에 제품 내 부패 유발 미생물의 활동을 억제해, 유통기한을 최소 50% 이상 연장시켜 준다. 100% 국산 식물성 원료에서 발효해 만든 식물성 유산균으로, 식품으로 사용해도 안전한 GRAS(안전성 인증)에도 등재돼 있다. 
 
이 대표는 “위해미생물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활동을 억제 시켜 유통기한을 늘리는 것이다”며 “사람 몸에 얼마나 안전한 항균제라는 걸 말해주는 가장 중요한 차이다. 천연 유산균이기 때문에 건강식품, 화장품, 생활용품까지 활용도가 더욱 넓을 것이다”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김치수술 1억달러 멀지 않았다"

사진/ 류승희 기자 

현재 포장김치의 유통기한은 약 1개월 정도. 이 기간이 지나면 김치의 아삭한 맛이 사라져 버린다고 한다. 그러나 ENT를 적용하면 유통기한을 최대 3개월 정도로 늘릴 수 있다. 현재는 김치 및 육가공제품 등에 이미 적용되고 있으며, 앞으로 전 제품라인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이 대표가 가장 큰 기대를 거는 부분은 ‘배추값의 안정화’. 유통기한이 늘어난 만큼 보다 많은 양의 배추를 확보할 수 있고, 롤러코스터 배추값에 따른 영향력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금도 종가집은 현지 농민과 사전 계약을 통해 가격 안전선 내에서 거래를 주도하며 충격 완화를 꾀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었다.
 
이 대표는 “ENT가 적용되면 농민도 보다 안정적인 가격에 배추를 판매할 수 있고 또 저희 입장에서도 지금보다 더 많은 배추를 구입하는 게 가능하다. 이는 그대로 소비자의 혜택으로 이어지게 될 거다”며 “농민과 기업, 소비자가 함께 커갈 수 있는 진정한 ‘상생’의 실현이란 이런 것 아니겠냐”고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 전통음식 ‘김치’, 이제 세계 대표 음식
 
글로벌 전략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유통기한이 늘어난 만큼 식품 사업의 해외 수출 시장 역시 넓어진 것. 이 대표는 “기존에는 남미와 아프리카 등은 유통기한 문제 때문에 수출이 불가능했다면, 이제는 지구 반대편이라도 얼마든지 한국의 맛을 수출하는 것이 현실 가능한 일이다”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들떠있었다.
 
사실 김치의 글로벌화를 위한 대상FNF의 노력은 지금도 성과가 만만치 않다. 일본에서 종가집 매대 판매로 프로모션 이벤트를 진행할 때가 있다. 입맛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인들이 종가집 김치라고 하면 몇 시간을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인기 만점이라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자랑스러움이 한껏 배어 있다.
 
대상FNF는 현재 아시아, 미주, 호주, 유럽 등 해외 40개국에 김치를 수출하고 있다. 6월 말이면 김치만으로 ‘3000만 달러(약320억) 수익’을 달성하게 된다. 이 대표는 “앞으로 시장이 넓어지면 내년에는 5000만 달러, 그리고 몇 년 새 1억 달러 고지를 넘어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현재는 세계 각국의 한국 교민 시장을 중심으로 진출한 뒤 차츰 현지인 시장으로 나아가는 단계다. 일본이나 중국만 하더라도 현지인들에게 종가집은 ‘최고급 김치 브랜드’로 확실하게 자리매김 한 상태며, 미주 유럽 등지에서도 빠르게 영향력을 넓혀 가고 있다.
 
그는 “사실 중남미나 아프리카 등은 아직까지 현지화가 요원한 단계지만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이슬람 시장 진출을 위해 이슬람 율법이 인증하는 할랄 식품(이슬람 율법에 따라 조리된 식자재만을 사용했다는 인증)으로 인정 받는 등 현지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김치의 세계화를 목표로 다양한 시도를 진행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11월 인사동에 오픈한 김치월드. 김치를 직접 담가보는 등 체험을 통해 한식문화를 배울 수 있는 홍보관으로 외국인 대상 관광패키지 일정에 포함돼 있어, 한국 문화 관광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현재까지 방문자 수만 하더라도 1만5000명에서 2만여명 정도. 세계 각국의 다양한 관광객이 찾는 만큼 글로벌 음식으로서 김치의 가능성을 확인해 줄뿐 아니라, 또한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의 평가가 대상FNF의 김치 세계화 전략에 상당히 많은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 대표는 “한국의 맛을 대표하는 김치라면 세계 시장에서도 얼마든지 자신이 있다”며 “단순히 ‘김치’라는 제품을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음식문화를 해외로 홍보한다는 생각에 사명감 또한 크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상철 대표 약력>
1957. 12.13 生
경북 영주. 건국대학교 법학과 졸
83.07~86.10 미원 총무과, 감사과
86.11~89.03 미원 판매본부 판매기획부
89.03~97.08 미원 관재과장, 총무과장
97.9~03.10 대상 총무팀장
03.11~06.01 대상식품 경영지원본부장
06.02~11.02 대상 경영지원본부장
11.03~      대상 FNF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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