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이 놀던 무릉선원 옥류에 몸 담그면 더위도 '싹'

민병준의 길 따라 멋 따라/두타산 무릉계곡

 
  • 민병준|조회수 : 1,937|입력 : 2011.07.10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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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두타산이 품고 있는 무릉계곡은 맑은 계류를 따라 펼쳐진 널따란 반석과 기이한 모양으로 서있는 바위들 덕에 오래 전부터 명성을 떨쳤다. 정선과 동해를 잇는 옛길을 오가던 시인묵객들은 항상 이곳에 들러 무릉반석에 자신의 흔적을 남겨놓았다.

동해 두타산 무릉계곡의 백미로 손꼽히는 무릉반석(武陵盤石)은 그 넓이가 무려 6600㎡에 이른다. 1000여명이 함께 앉을 수 있는 규모다. 널따란 반석엔 온갖 시구가 빼곡하다. 예전부터 이곳에 들렀던 수많은 시인묵객들이 남긴 흔적들이다. 이 중에서 조선의 명필 양사언이 초서로 쓴 글씨가 가장 눈길을 끈다.

'武陵仙源(무릉선원), 中臺泉石(중대천석), 頭陀洞天(두타동천)'.

'신선이 놀던 무릉도원 / 너른 암반 샘솟는 바위 / 번뇌조차 사라진 골짝'이란 뜻이다. 문외한이 봐도 틀림없는 명필이다. 동해시는 1995년 양사언 글씨를 본떠 만든 석각을 금란정(金蘭亭) 옆에 따로 전시하고 있다.
신선이 놀던 무릉선원 옥류에 몸 담그면 더위도 '싹'

탁족만으로도 무더위 얼씬 못하는 무릉계곡

반석을 흘러가는 계류에 발만 담그고 있어도 더위는 저만큼 물러난다. 아이들은 완만한 경사의 반석 위를 흐르는 물에 몸을 맡기며 미끄럼을 타기도 한다. 그러나 무릉반석 탁족이 아무리 좋아도 무릉계곡 감상을 빠뜨릴 수 없다. 흔히 무릉계곡이라 하면 호암소부터 무릉반석, 삼화사, 학소대, 옥류동, 선녀탕 등을 지나 쌍폭과 용추폭포에 이르기까지 약 4km 구간을 말한다.

무릉반석에서 다리를 건너면 삼화사(三和寺)다. 642년 자장율사가 흑연대라고 한 것이 이 절집의 시작이다. 이후 고려 태조 원년에 중창하면서 '삼국을 하나로 화합시킨 영험한 절'이라 하여 삼화사라고 이름 지었다 한다. 그러나 삼화(三和)는 불교에서 이르는 근(根) 경(境) 식(識) 세가지의 화합을 일컫는 말에서 유래한 것이라 한다.

대웅전에 모셔져 있는 철조노사나불좌상(보물 제1292호)은 통일신라시대 작품. 대웅전 앞에 자리한 삼층석탑(보물 제1227호)은 9세기 후반에 조성된 것인데, 석회암 재질의 특성상 풍화가 심해 부분적으로 훼손된 부분은 있으나 기단부에서 찰주까지의 전체 모습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다.

삼화사를 벗어나면 산길은 두타산(1353m)과 청옥산(1404m) 사이의 무릉계곡을 따라 계속 이어진다. 두타와 청옥은 백두대간이 동해안을 따라 뻗어 내려오다가 태백산에 이르기 전에 동해를 향해 크게 한번 용틀임하며 솟구친 산들이다.

산의 형상은 매우 대조적이다. 두타는 날렵하고, 청옥은 완만하고 묵직하다. 두타(頭陀)란 머리를 흔들어 번뇌를 떨어뜨리고 수행 정진한다는 뜻이고, 청옥(靑玉)은 아미타경에 나오는 극락의 일곱가지 보석 중 하나다. 모두 불교에서 나온 지명이라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두타산은 불교와 인연이 깊은 산이다. 현재는 삼화사와 관음암, 천은사만 남아 있지만, 불교가 융성했던 시기에는 중대사, 상원사, 대승암, 성로암, 내화암 등 10여개가 넘는 크고 작은 절집이 산속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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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산의 힘을 모아 빚어낸 물줄기를 따르는 발품은 언제나 행복하다. 속세를 등지고 청정하게 불도에 전념한다는 두타행(頭陀行)과 어울리는 산길이다. 속세를 벗어난 발길은 어느덧 학소대로 이어진다. 왼쪽은 벼랑이고 오른쪽은 거대한 암벽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바위 벼랑엔 4단 폭포가 그림처럼 걸려 있고 송림이 그 주변을 감싸듯 우거져 있으니 그대로 한폭의 동양화다.

학소대를 지나면 산길 왼쪽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굉음이 깊은 산중의 적막을 깨뜨린다. 두개의 골짜기에서 두줄기 폭포수가 쏟아지는데 음양의 섭리처럼 하나로 만나는 쌍폭포다. 초록으로 우거진 숲과 거무튀튀한 암벽에 새하얀 모시를 걸어놓은 듯하다.

쌍폭포 바로 위쪽엔 무릉계 최고의 절경으로 꼽히는 용추폭포가 손짓한다. 청옥산에서 흘러 내려온 계류가 3단으로 하얗게 부서지며 쏟아져 내리는 용추폭포는 무릉계곡 미학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폭포수가 쏟아지는 각 단마다 담(潭)이 형성되어 있는데, 맨 아래 하담은 속을 알지 못할 정도로 깊다.

조선시대 삼척부사로 왔던 유한전이 폭포 오른쪽 하단 암벽에 '龍湫(용추)'라는 글을 새기고 제사를 올린 뒤부터 용추폭포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무릉계곡을 들어선 사람은 반드시 들렀다 가는 곳이고, 쌍폭과 용추폭포를 보지 않으면 비록 무릉반석에서 탁족을 했다 해도 무릉계곡은 다녀온 게 아닌 셈이 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탐승객들은 폭포수 아래에서 발을 담그고 있다가 발걸음을 돌린다.

신선이 놀던 무릉선원 옥류에 몸 담그면 더위도 '싹'

 
임진왜란 당시 왜군에 맞서 싸운 두타산성

그렇지만 시간 여유가 있다면 두타산 북쪽 능선 중턱에 있는 두타산성도 올라보자. 백곰바위, 거북바위가 있는 산성터에서 바라보는 두타산 조망이 아주 빼어나다. 왕복 30분 정도만 투자하면 다녀올 수 있다.

임진왜란 때 이 두타산성에서는 큰 전투가 벌어졌다. 당시 왜군 5000명이 강릉을 거쳐 이 지방으로 쳐들어오자 백성들은 두타산성으로 피난했다. 방어에 나선 의병들은 허수아비를 만들어 산성 절벽에 도열시켰는데, 왜군들은 우리 군사의 수가 많다고 여기고 백복령 방면으로 일시 퇴각했다.

신선이 놀던 무릉선원 옥류에 몸 담그면 더위도 '싹'


왜군은 두타산성을 공략하기 위해 온갖 계책을 마련하던 중 무릉계곡 하류, 지금의 삼화동 냇가에서 빨래하던 노파를 위협해 두타산에 오르는 뒷길을 알아냈다. 이들은 노파에게 얻은 정보로 이기령을 넘어 우회 침공했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의 치밀한 계략이었다. 왜군은 이 전투에서 4500명이 사망하고 겨우 500명만 살아남을 정도로 참패했다. 그러나 우리도 의병과 피란민을 합쳐 모두 5000여명이 전사할 정도로 희생이 컸다.

여행수첩

●산행 길잡이 두타산은 산행이 결코 쉽지 않은 산이다. 산행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무릉계곡 주차장의 해발 고도가 약 180m 밖에 안 되니, 무려 1200m의 표고차를 극복해야 정상에 올라설 수 있다. 게다가 두타산~박달령~청옥산~연칠성령으로 이어지는 주릉만 5km 이상 걸어야 하니 산행 시간도 만만치 않다. 흔히 두타산 원점 회귀 산행 코스로 여기고 있는 매표소~무릉계곡~삼화사~두타산성~두타산~박달령~박달골~매표소 코스가 걷는 데만 7~8시간이 걸린다.

일반 탐승객들이 즐기는 매표소~무릉계곡~쌍폭~용추폭포 왕복 탐승코스가 2시간~2시간30분 소요. 무릉계곡 주차료 2000원, 입장료 어른 2000원.

●교통 경부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동해고속도로→동해 나들목→동해→무릉계곡 <수도권 기준 3시간 30분~4시간 소요>

●숙박 무릉계곡 입구에 무릉프라자호텔(033-534-8855)과 청옥모텔(033-534-8866) 등의 숙박업소가 있다. 매표소 주변의 상가는 대부분 민박을 겸하고 있다. 무릉계곡 야영장은 1박에 7000원.

동해 망상해수욕장엔 최신식 시설을 자랑하는 망상그랜드관광호텔(033-534-6682)을 비롯해 낙원비치가족호텔(033-534-3400)과 비취장(033-534-3001), 썬라이즈(033-534-3113) 등 숙박업소가 많다.

●별미 무릉계곡 매표소 주변엔 반석식당(033-534-8382) 등 산채음식을 차리는 식당이 여럿 있다. 산채비빔밥 6000원, 산채정식 8000원. 동해 묵호항에서 싱싱한 오징어를 싸게 맛볼 수 있다. 1만원에 10~20마리로 그 날 어획량에 따라 다르다. 동해 망상해수욕장 주변에도 횟집이 아주 많다.

●참조 무릉계곡 관리사무소 033-534-7306~7, 동해시청 033-533-3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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