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는 성공했는데 스팀청소기는 왜 실패했나

홍찬선 특파원의 China Report

 
  • 홍찬선|조회수 : 2,209|입력 : 2011.08.1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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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참으로 묘하다. 세세한 것까지 꼼꼼하게 챙기면 성공이란 기분 좋은 선물을 준다.  하지만 모두 안다고 자신하며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실패란 쓰라린 고통으로 응징한다. 마치 하루에도 몇 번씩 울고 웃으며 애간장을 태우는 변덕스런 애인 같다고나 할까…

중국에 진출한 코카콜라의 좌절과 성공은 문화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잘 보여준다. 코카콜라는 중국에서 커코우커러(可口可樂의 중국어 발음)로 불린다. ‘콜라콜라를 마시면 입이 시원하고 기분이 상쾌해진다’는 뜻이다. 발음도 콜라콜라와 비슷한데다 뜻도 좋으니 성공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코카콜라의 중국어 이름이 처음부터 커코우커러였던 것은 아니다. 중국에 처음 진출했을 때는 커또우컨라(蝌蚪齦蠟)였다. 코카콜라와 발음이 비슷한 중국 단어를 골라 만든 말이다. 그런데 뜻이 요상했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어려운 한자인 커또우는 올챙이, 컨은 씹는다는 뜻이다. 라는 양초 만드는 원료인 밀랍을 가리킨다. 해석하자면 ‘밀랍으로 만든 올챙이를 씹는다’는 뜻쯤 된다. 결과가 어땠을지는 불을 보듯 뻔했다. ‘코카콜라를 마시면 양초로 만든 올챙이를 씹는 느낌이 난다’는데, 누가 돈을 주고 사서 마시겠는가? 

코카콜라는 스프라이트(Sprite)를 중국에 진출시킬 때도 시행착오를 겪었다. 칠성사이다와 비슷한 탄산음료인 스프라이트가 중국에 첫선을 보일 때 이름은 샤오야오징(小妖精)이었다. Sprite의 뜻이 요정, 정령이니 중국에서도 야오징(妖精)이라고 하면 통할 것으로 당연히 여겼고, 귀여운 의미를 더하기 위해 샤오(小)를 덧붙였다.

결과는 대실패였다. 중국 사람들은 야오징을 매우 싫어한다는 것을 알지 못한 탓이었다.  한국에서도 요정(妖精)은 긍정적 의미를 갖고 있지만 중국에서 야오징은 야오과이(妖怪)와 같은 의미로 쓰인다. 요괴나 괴물을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게다가 야오징은 중국에서 더 나쁜 뜻을 갖고 있다. 결혼한 남자를 빼앗는 비도적적 여자를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스프라이트를 마시면 남편을 빼앗아 간다는 데 정신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이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챈 코카콜라는 야오징이란 이름을 버리고 쉬에삐(雪碧)로 대신했다. ‘눈처럼 시원하고 깨끗하다’는 뜻의 쉬에삐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중국인들에게 어필했다. 눈(雪)은 순결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게다가 뜨거운 여름에 펄펄 날리는 눈발을 생각해보라. 삐(碧)는 계곡을 흐르는 맑은 물을 뜻하는 벽계수(碧溪水)의 첫말이다. 쉬에삐, 한 번 들으면 그냥 마시고 싶어지지 않는가?

이름에서 히트를 친 쉬에삐는 한발 더 나아가 중국 젊은이들에게 절정의 인기를 끌고 있는 여가수 장후이메이(張惠妹, 39)와 바로셀로나 올림픽 10m 다이빙에서 금메달을 딴 후밍샤(伏明霞, 34)를 광고모델로 내세웠다. 좋은 이름에 스타 모델은 쉬에삐를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음료 중 하나로 끌어올렸다.
 
코카콜라는 성공했는데 스팀청소기는 왜 실패했나


제품 이름을 잘 지어 성공한 사례는 또 있다. 빠오칭톈(包靑天)은 중국 사람들이 가장 존경하는 청백리(淸白吏) 중 한사람이다. 한국에서도 포청천이라는 드라마로 인기를 끌 정도로 유명하다. 빠오칭톈은 빠오따런(包大人)이라고도 불린다. 어른용 기저귀인 빠오따런(包大人)이란 상품은 바로 빠오따런을 그대로 써서 히트를 쳤다. 수술 환자나 요실금 또는 노인들처럼 기저귀가 필요한 어른(大人)을 감싸는(包)는 빠오따런(包大人)을 사용하면 빠오칭톈이 된다는 컨셉이다. 기저귀를 차는 게 그렇게 부끄러운 일만은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하지만 이름만 잘 짓는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컨딩싱(肯定醒)은 한국 주당(酒黨)들에게 사랑받는 컨디션의 중국 이름이다. 업무상 어쩔 수 없이 술을 많이 마셨더라도 ‘반드시 깨어난다’는 뜻을 가졌으니 숙취 해소제로서 이보다 더 좋은 이름이 있을까?

이름이 좋으니 불티나게 팔렸을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하다. 중국인의 음주 및 숙취해소 문화가 한국인과 다르다는 것을 간과한 탓이다. 중국에서 산둥(山東)성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는 술을 많이 마신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역, 특히 더운 지역에서는 폭음하지 않는다. 게다가 술을 마셨다 하더라도 한국에서처럼 해장국을 먹는다든지 숙취해소제를 마신다든지 하는 문화는 없다. ‘중국 사람은 술을 많이 마시니 컨딩싱(肯定醒)처럼 좋은 이름으로 도전한다면 틀림없이 성공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성공의 단맛을 보지 못하게 한 것이다.

중국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성공을 꿈꾸다 재미를 보지 못한 경우는 또 있다. 한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스팀청소기가 그런 예다. 한경희생활건강은 2005년에 중국 홈쇼핑을 통해 스팀청소기를 팔기로 하고 마케팅을 했지만 효과는 그다지 크지 못했다. ‘청소에 대한 중국과 한국의 인식 차이’를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물기로 닦아야 깨끗하다고 생각하지만 중국에선 물기가 있으면 썪는다는 인식이 강하다. 건조한 지역도 있지만 스팀청소기를 살 정도의 경제력을 갖고 있는 지역은 대부분 습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정은 대부분 아이(阿姨)라고 부르는 아주머니(가정부)를 고용한다. 청소를 아이가 하는데, 아이를 위해 스팀청소기를 사줄 마음씨 좋은 주인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걸레질에는 좋은 일이 있거나 스트레스 받을 때 기쁨을 나누고 화를 삭이는 한국의 독특한 ‘기능’이 있지만 중국에는 ‘스트레스 해소 기능’이 없다.

한국에서 성공한 경험으로 중국에 진출하려 했다가 중간에 접은 삼계탕도 마찬가지다.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가장 즐겨 먹는 음식이 비빔밥과 삼계탕이라고 한다. 한국 최대의 닭고기 회사인 하림은 중국 사람이 삼계탕(蔘鷄湯, 중국에서는 선지탕이라고 부름)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1회용 선지탕을 만들어 상하이에 진출하려고 했다. 하지만 시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려고 했더니 반응이 냉랭했다. 선지탕을 그렇게 좋아하던 중국 사람들이 전자 레인지에 2분만 넣고 돌리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1회용 선지탕을 외면한 것이다.

한국 사람으로서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는 중국인에겐 너무나도 간단한 문제였다. 중국 사람은 아침은 간단하게 먹거나 아예 거르고, 점심은 밖에서 사 먹으며 저녁은 볶아 먹는 게 일반적이다. 중국 사람이 삼계탕을 먹는 것은 주로 점심 때, 식당에 가서 사먹는 것이다. 문화의 차이는 그렇게 작으면서도 큰 셈이다.   

중국은 올해부터 시작된 12차5개년 경제발전계획기간(2011~2015년) 중에 내수를 확대하겠다는 정책목표를 제시했다. 중국의 내수 시장을 겨냥해 진출하는 한국 기업들도 늘고 있다. 중국의 문화를 이해하고 중국인에게 어필하는 기업은 성공하지만, 한국식을 접목하려는 기업은 애를 먹거나 실패한다. 내 생각과 방식을 강요하려고만 하지 말고 상대방의 문화와 상황을 헤아리고 맞춰주려는 역지사지(易地思之)가 중국 내수시장 공략의 성공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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