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금 들여 산 라텍스 제품, 믿을 만한가

"100% 천연' 믿고 샀다가 '분통'

 
 
기사공유
  • 카카오톡 공유
  • 카카오톡 공유
  • 네이버 블로그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공유
  • url 공유
“태국의 라텍스가 유명한 것은 다 아시죠? 100% 천연라텍스 제품입니다.”

동남아 패키지여행 마지막 일정. 태국 푸켓 탈랑지역 라텍스 제품 판매상점에서 제품판매원의 설명은 장황했다. 라텍스의 우수성을 늘어놓기를 1시간 남짓, 판매도우미 2~3명이 추가로 입장했다. 제품에 관심을 보이는 3~4팀에 매달려 물품을 판매하기 위해서였다.

설명은 맨투맨으로 이뤄졌다. 사용자의 키, 나이, 사용경력 등 꼼꼼히 따져본 뒤 매트리스의 두께를 추천했다. 숙면을 취할 수 있다는 베개까지 세트로 구매하면 조금 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고 했다.

라텍스 베개 하나의 가격은 10만~12만원, 매트리스는 두께 7.5cm 퀸사이즈 기준으로 135만원이었다. 최고 290만원까지 하는 제품도 있었다. 패키지 팀 중 3개 팀이 이곳에서 제품을 구입했다.

동남아시아의 바가지 상품으로 널리 알려진 라덱스 제품의 판매가 여전히 기승이다. 인천공항세관에 따르면 동남아에서 들어온 면세한도 400달러를 넘어선 제품이 지난해부터 크게 늘었다. 지난해 8월 통관을 통해 들어온 라텍스 제품 건수는 958건이지만 올해 7월에는 1457건으로 50%가량 증가했다. 이 중 세관에 적발된 건수는 727건으로 핸드백(1707건), 주류(1095건)에 이어 세번째로 많다.

세관 관계자에 따르면 “동남아에서 들어오는 여객기 1기당 평균 10개 이상의 수화물이 라텍스 제품으로 보인다”면서 “대부분 면세한도를 초과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자진신고를 해야 하지만 영수증을 속이는 방법으로 세관을 통과하려고 하는 관광객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세관에 자진신고를 할 경우 간이세율을 적용받아 구매금액의 20%를 세금으로 납부해야 하지만 신고하지 않았다가 적발됐을 경우 납부세액의 30% 가산세가 추가된다.

◆라텍스 제품 품질논란 여전

“태국의 라텍스 제품 관련 보도, 보신 분도 있으실 텐데요. 여기 여성OO 보이시죠. 여기에서 집중 취재한 결과 문제가 없다고 했습니다.”

기자가 찾은 태국의 한 라텍스 매장의 직원은 한 여성 월간지를 들어 보이며 품질논란이 해소됐다고 홍보했다. 과연 그럴까? 해당 기사를 찾아본 결과 기사의 내용은 ‘숙면을 위한 침구’를 소개하는 기사였다. 여러 종류의 침구류 중 하나로 ‘라텍스 제품’을 소개하는 내용이었을 뿐 품질논란과는 무관했다.

오히려 라텍스 품질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 줄 모르고 있다. 동남아에서 라텍스 제품을 구매한 관광객이 사용후기를 살펴보면 ‘허리가 아프다’, ‘고무냄새가 과하게 난다’거나 ‘피부 알러지가 생긴다’, ‘기침이 발생한다’며 제품의 하자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용 후 한 달 만에 복원력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소비자원에서도 라텍스 제품에 대한 불만은 이어지고 있다. 태국 코사무이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는 이 모씨는 “세트당 170만원에 상품을 구입했는데 귀국 후 비슷한 제품을 찾아봤더니 80만~90만원이면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품질증명을 요구했으나 현지에서는 묵묵부답”이라고 토로했다.

국내 홈쇼핑업체가 판매하는 라텍스 제품 역시 문제로 지적되기는 마찬가지다. 국내 홈쇼핑업체가 제시하는 가격은 30만~40만원대. 저렴한 가격이지만 천연라텍스 제품임을 강조하는 것은 일맥상통하다. 하지만 저급한 품질이거나 합성 제품인 경우가 다반사다. 지난 10월 한 방송사는 홈쇼핑업체가 과대광고에 대해 집중 취재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국내외를 막론하고 라텍스는 무질서한 시장”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할 정도다.

대부분의 라텍스 업체가 내세우는 10년 품질보증기간도 문제다. 한 라텍스 제조사 관계자는 “라텍스 제품이라도 사용 후 몇 년 뒤면 산화하고 갈라지는데 이 때 교환해줄 수 있느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의 업체는 답을 하지 못한다”면서 “무상보증기간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품질보증기관 없어 혼란만 가중

문제는 제품의 진위여부를 가려내고 소비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할 기관이 거의 없다는 데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의류시험연구원을 비롯해 한국화학시험연구원,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한국신발피혁연구소 등이 고무 제품에 대한 품질검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영역이 다르거나 의뢰 요청이 있는 제품에 한해 제품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소비자가 신뢰할만한 품질보증제도가 없는 셈이다. 정부가 제시하는 KS규격은 통과기준이 낮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연구기관 관계자의 공통된 의견이다.

업체들이 보증 근거로 내세우는 LGA(독일 품질연구소)의 검사 통과 역시 제품이 천연라텍스임을 입증하는 증거로 꼽기에는 역부족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A는 라텍스 제품의 의무 테스트기관도 아니거니와 제조사의 의뢰에 따라 대표 상품의 검사만 수행한다. 한개만 통과해도 인증이 가능한 구조다. LGA 인증을 받았다 하더라도 실제 구매한 라텍스 제품의 품질을 보증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나마 10여건의 품질의뢰를 받은 한국의류시험연구원의 분석 결과도 천연라텍스 제품이라고 판단한 건수는 절반에 불과하다. 연구원 관계자에 따르면 제조사가 의뢰한 제품 재질시험 분석결과 제품의 절반가량은 천연라텍스 함량이 90% 미만이다. 다만 “제품 의뢰자를 공개하지 않아 수입 제품인지 국내 제조품인지 확인할 수 없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천연라텍스라는 기준도 애매모호하다. 업체마다 천연라텍스를 평가하는 기준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천연고무 함유량이 90% 미만인 경우 천연라텍스 제품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일부에서는 95%를 적용하기도 하고 85%를 적용하기도 한다. 세관에서는 천연고무 비율이 80% 이상이면 천연라텍스 제품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내 다수 홈쇼핑업체 물품을 공급하는 S라텍스사 관계자는 “천연라텍스 함유량이라는 말은 업계에서 만들어낸 이야기”라며 “오로지 업체의 양심에 맡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고백했다.
 

  • 0%
  • 0%
  • 코스피 : 3134.52하락 18.818:01 05/17
  • 코스닥 : 962.50하락 4.2218:01 05/17
  • 원달러 : 1134.80상승 6.218:01 05/17
  • 두바이유 : 68.71상승 1.6618:01 05/17
  • 금 : 65.26하락 1.318:01 05/17
  • [머니S포토] 김기현 대표 권한대행 찾은 김부겸 총리
  • [머니S포토] 김부겸 국무총리, 송영길 민주당 대표 예방
  • [머니S포토] 더불어민주당, 부동산 정책현안 점검
  • [머니S포토] 중소기업중앙회 찾은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 [머니S포토] 김기현 대표 권한대행 찾은 김부겸 총리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