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새댁’ 레이티화씨의 추석

가족이 힘이다/다문화가정의 사랑

 
  • 이정흔|조회수 : 2,096|입력 : 2011.09.07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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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시골에 갈 거에요. 우리 시아버님 10형제 넘는 대가족이에요. 한국 명절 가족들 모이는 거 신기해요. 좋아요.”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우렁차다. 베트남에서 시집 온 지 1년째 됐다는 ‘한국 며느리’ 레이티화(26)씨. 이제 곧 추석 때가 되면 “시골에 내려가는 게 너무 기대된다” 말하는 그의 앳된 얼굴에는 호기심이 잔뜩 묻어있다. 외국의 전혀 다른 문화에서 자랐으니 조금 색다른 명절 풍경을 예상했지만, 막상 만나본 레이티화씨 가족은 이맘때쯤이면 여느 집이나 다름없이 추석맞이에 바쁜 모습이었다. 레이티화씨와 그의 남편 신승환(36)씨를 만나 다문화 가정의 명절 풍경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베트남 새댁’ 레이티화씨의 추석

류승희 기자
 
◆ “명절 때 가족들 만나러 가는 길, 기차 처음 타봤어요.” 
 
레이티화씨와 남편 신승환씨는 1년 전 베트남에서 처음 만났다. 베트남에서 사업 중인 친구에게 놀러간 신씨가, 친구의 소개로 레이티화씨를 처음 본 것이다. 레이티화씨의 밝은 성격에 반해 만난지 1개월도 채 안돼 결혼을 결심하고 한국에 신접살림을 차린 것이 지난해 10월 가을쯤. 그 1년 사이 가족이라기 보다는 연인 같기만 하던 두 부부는 예쁜 딸 아이 한 명을 낳으며 진짜 ‘가족’이 됐다.
 
남편 신승환씨는 “시골이 경북 의성인데 총각 때는 잘 내려가지도 않았다”며 “그래도 가족이 생기니까 지난해에도 내려가서 명절을 보내고 올해도 어른들이 애기를 너무 보고 싶어하셔서 더 오랫동안 시골에 내려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시집 오자마자 추석을 맞이한 지난해에 이어 올해는 레이티화씨에게 ‘한국에서 맞는 두 번째 추석’이다. 사실 명절이라는 게 며느리 된 입장에서는 어렵기 마련. 게다가 시집 와 처음 맞는 명절이었으니 좌충우돌이 어찌나 많았을까 싶은데, 지난 추석 이야기를 하는 레이티화씨의 얼굴이 오히려 해맑아진다.
 
베트남에서는 명절이 되면 온 가족이 어울리기는 하지만 아이들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나눠주는 것이 가장 큰 행사다. 레이티화씨만 하더라도 한 마을에 친척들 대부분이 모여 살기 때문에, 명절을 계기로 멀리 있는 친척들이 한데 모여 안부를 주고 받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풍습은 낯설었다고 한다. 어른들에게 예의를 갖춰 절을 올리고 덕담을 주고 받는 것만으로도 가족의 정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고.
 
“요즘에는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 오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지 절하는 방법이나 어른들 앞에서 예의를 미리 배워서 한국에 왔어요. 어른들 앞에서 남자 절을 올리긴 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따라하려 애쓰는 모습이 제눈에 예뻐요. 어머니, 아버지도 그런 점을 가장 마음에 들어 하시고. 일단 씩씩하니까 실수해도 어른들이 봐주시는 것도 많죠. ”
 
그의 남편이 옆에서 한 마디 거든다. 레이티화씨도 대뜸 “한국 어른들 안 무서워요. 나는 외국인이라 잘 몰라도 이해해주시니까 다들 너무 좋아요”라며 잔뜩 기대감을 표현했다.
 
무엇보다 레이티화씨에겐 추석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있다. 바로 ‘기차’다. 시집 오기 전까지 그의 고향인 베트남 하이퐁 지역을 떠나 본 적이 없었다던 그는 지난해 추석, 경북 의성 시골집에 내려가며 난생 처음 기차를 타보았다. 덜컹덜컹거리는 창밖으로 빠르게 풍경이 지나가는 모습이 무서우면서도 신기한 느낌이 들어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올해는 기차 대신 자동차를 이용할 계획이다. 오랜 기간 머물 예정인데다 귀경길 중간 가족들과의 나들이도 가능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드디어 체험하게 될 ‘귀경 전쟁’이 걱정스러울 법도 한데, 레이티화씨는 “가족들과 같이 있는데 오래 있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며 씩씩하게 답한다.  
 
‘베트남 새댁’ 레이티화씨의 추석

 
 
‘베트남 새댁’ 레이티화씨의 추석


◆명절이면 시어머니랑 장보고 요리하는 재미, 영락없는 '한국 며느리'
 
시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레이티화씨는 장보러 갈 때나 요리를 할 때면 시어머니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아직은 한국 요리에 서툰 탓에 추석과 같은 명절에도 시어머니가 대부분의 명절 요리를 도맡고 있는 게 사실이다.
 
“시어머니랑 장 보는 거 좋아해요. 명절 때도 시골에 내려가기 때문에 우리 집에서는 요리 많이 안해요. 하지만 시어머니랑 시장 가면 다른 때보다 사람도 더 많고 물건도 진짜 많아요. 사람들 분위기도 달라져서 더 신나는 것 같아요.”
 
남편은 “지난해와 비교하면 아내의 요리도 일취월장하는 중”이라고 뿌듯한 듯 얘기한다. 그저 시어머니 어깨너머에서 가만히 보고만 있는 것 같은데도, 명절날 전요리는 거뜬할 정도라고. 그러자 레이티화씨는 부끄러운 듯 “시골에서는 시어머니가 요리 하고 나는 설거지만 한다”며 조그만 소리로 덧붙이는 모습이 그도 영락없는 한국 며느리다.
 
대가족의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주방에 한데 모여 무슨 얘기들을 나눌까 궁금하다고 하니, 레이티화 씨는 “사실 작년엔 한국 말이 짧아 알아 들을 수 있는 말이 없었다”고 까르르 웃어보인다. 그래도 올해는 꾸준히 그가 거주하는 중랑구문화센터지역에서 일주일에 두 번씩 한국어 수업을 들은 덕에 ‘여자들의 수다’를 기대 중이다.
 
특히 그의 경우에는 가족 중 중국인 아내를 맞은 사촌 형이 있어 ‘며느리의 설움’을 서로 달래주는 편이다. 레이티화씨가 중국어를 곧잘 하는 덕에 낯선 한국 문화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하고, 도움을 받기도 한다. 남편이 말을 이어간다.
 
“어른들 눈에 그래도 볼 때마다 손주며느리 한국어가 늘어가는 게 신기하고 대견한가 봐요. 자꾸 말을 붙여보기도 하시고, 또 아내도 성격이 워낙 씩씩해서 어른들게 살갑게 잘 대하는 편이에요. 외국인이어서 걱정을 안 했다면 거짓말인데, 그래도 추석 때 가족들과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 결혼 잘했다는 생각이 들죠.”
 
그래도 북적북적 한국 가족들이 모이면, 베트남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더 크지 않을까. 레이티화 씨는 “요즘은 인터넷 채팅을 할 수 있어 딸이랑 같이 얘기할 수 있다”고 환하게 웃는다. 남편 역시 옆에서 “내년 쯤에 아내도 한국 국적이 나오면, 명절 즈음해서 베트남에 다녀올 수 있도록 해 줄 생각”이라며 미안한 듯 레이티화씨를 바라본다. 그러자 레이티화 씨가 얼른 남편의 손을 꼭 잡으며 말을 맺는다.
 
“한국에도 가족들 많으니까. 외롭지 않아요. 추석 때 시골가면 내가 결혼해서 이제 한국인이 됐다는 거 더 크게 느껴져요. 올해도 시골 가면 많은 추억 많이 생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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