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달인’을 만나다

‘아름다운 가게’ 문 턱 닳도록 드나든지 10년인 그녀

 
  • 머니S 이정흔|조회수 : 1,602|입력 : 2011.09.24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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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모은 전 재산을 기부한 학교 앞 떡볶이 포장마차 할머니, 크리스마스나 명절 때면 수천만원씩을 쾌척했다는 통큰 기부 소식들. 흔히들 ‘기부’라고 하면 거창한 무언가부터 떠올리게 되는 이유다.
 
자타공인 ‘기부 달인’ 양영임 사장. 그런데 그는 첫마디부터 “몇 천만원씩 큰 돈을 기부할 만큼 재산도 없다”며 손사래를 쳐 보인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조그만 옷 가게를 운영 중인 그는 가게 수익과 재고 상품들을 틈틈이 기부 해 오고 있다. 적은 액수지만 쉬지 않고 꾸준히 기부해 온 것이 벌써 올해로 10년째다. ‘가랑비에 옷 젖듯’ 기부를 실천하고 있는 그는, 말하자면 생활 속 기부 달인인 셈이다. 
 
‘기부 달인’을 만나다

 
◆ ‘주고 받는’ 재미에 푹… 기부, 일상이 되다
 
“제가 중고숍 마니아에요. 나에겐 고물이지만 남에겐 보물이 될 수 있는 물건들, 재밌잖아요. 어차피 여러 사람에게 순환이 될수록 물건의 가치가 빛나는 거니까요. 저한테 기부는 그 순환에 동참하는 거죠.”
 
기부의 시작을 묻는 질문에 양영임 사장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툭 한마디를 던진다. 양 사장이 본격적으로 기부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02년. 아름다운 가게 1호점이 탄생하면서 부터다.
 
당시 부산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던 양 사장은 개인 중고숍을 찾아 다니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일단 가격이 싼데다 일반적인 쇼핑몰에선 보기 힘든 독특한 물건을 볼 수 있다는 것도 또 다른 재미였다.
 
“개인이 운영하는 중고숍도 단골 가게가 많았지만, 우리도 외국처럼 조금 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중고숍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캐나다만 하더라도 구세군 중고숍이 굉장히 잘 돼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런 것들이 참 많이 부러웠거든요.”
 
그러던 차에 보게 된 아름다운 가게의 신문 광고. 양 사장은 일부러 부산에서 서울을 오가며 아름다운 가게 1호점의 단골 손님이 됐다. 대구 등 다른 지역에 거주할 때도 일부러 아름다운 가게를 찾아 다니던 그였기에, 서울로 거주지를 옮기고부터는 그야말로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아름다운 가게뿐 아니라 기아대책의 행복한 나눔 등 비슷한 의미를 지닌 나눔 가게들이 모두 그의 단골숍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가게도 그렇고 중고숍을 들르는 걸 워낙 좋아하다 보니까, 제가 못쓰는 물건 모아서 기부하는 건 저한테는 너무 당연한 일이었어요. 사실 일부러 물건을 모아서 기부를 하려면 막상 실천하기가 쉽지는 않다는 분이 많아요. 저도 사실 기부라는 게 특별한 날을 정해놓고 하기 보다, 생활의 일부가 되니까 훨씬 쉽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그의 집 현관 문 앞에는 조그만 종이가방이 하나 놓여져 있다. 안 입는 옷이며, 신지 않는 신발 등을 생길 때 마다 쌓아 두는 곳이다. 그렇게 가방 하나가 다 차면, 외출을 나가는 길에 가게에 들러 건네주곤 한다. 옷가게를 운영하는 덕에 철지난 재고 상품부터, 종이가방, 다 읽은 잡지까지 그가 사용하는 모든 물건이 다 기부 물품이 된다. 그는 길 가다가도 버려진 물건들을 볼 때면 ‘아직 쓸만한 물건’을 찾아 다닌다고 한다. 버려진 물건을 주워다가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를 하기 위해서다. 그는 ‘주는 재미’에 중독된 것 같다고 표현했다.
 
“사는 재미도 있지만, 주는 재미도 쏠쏠해요. 우연히 가게에 들렀다 내가 기부한 옷이나 가방이 진열돼 있는 걸 보면 ‘저게 누구한테 갈까’ 궁금하기도 하고. 일단은 내가 기분 좋으니까, 자기만족이 크죠. 기부라는 게 자꾸 하다 보면 중독성이 강한 것 같아요.”
 
◆ 퍼뜨릴수록 행복해지는, 기부 전도사
 
못쓰는 중고 물건의 기부가 이제는 습관처럼 굳어졌다는 양 씨는 최근에는 금액 기부도 함께 시작했다. 가게 수익의 일정 부분을 매달 국내 저소득 가정의 소외아동 정서치료에 지원하고 있는 중이다. 양 사장은 “일단 국내부터 시작하자는 마음에 소외아동 정서지원을 선택했다”며 “앞으로 굿네이버스나 다른 곳에서도 조금씩 해외 기부까지 늘려나가고 싶다”고 설명했다.
 
양 사장이 금액 기부를 시작하게 된 것 역시 아름다운 가게에서 였다. 중고 물건 기부가 자연스럽게 몸에 익고 나눔을 더 키울 수 있는 방법을 막연하게 고민하던 중, 놀라운 가게의 안내 책자를 접하게 됐고 그 길로 등록을 마쳤다고 한다.
 
놀라운 가게는 아름다운 가게의 나눔 파트너로 가게 수익의 1%가량을 정기적으로 지원하는 기부 프로그램이다. 기부 금액은 네팔, 방글라데시 기후난민들의 생계 자립지원과 베트남 소수민족 어린이들의 교육지원 국내 저소득가정 소외아동들의 정서지원에 쓰인다. 기부자는 이 세 프로그램 중 하나를 선택해서 지원할 수 있다. 1% 나눔 외에도 자신이 기부할 액수를 선택해 자동이체를 신청해 놓으면 된다는 것이 양 사장의 귀뜸이다.
 
“한번 신청하면 알아서 매달 꼬박꼬박 금액이 자동이체 되잖아요. 제가 특별히 신경 쓸 것이 없으니까 굉장히 편하기도 하고, 적금 붓듯 기부한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하하. 통장 볼 때마다 쌓이는 뿌듯함이 생각보다 크더라고요. ” 
 
요즘에는 주변의 아는 사람들에게 ‘주는 재미’를 전하는 일에도 적극적이다. 더 많은 사람이 ‘주는 재미’에 빠져 더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게 그의 소박한 바람이다. 양 사장은 얼마 전에도 친한 언니에게 기부 프로그램 안내 책자를 툭 던지고 왔다고 말을 꺼낸다.
 
“그냥 기부 관련 안내 책자 한 권 건네준 게 전부에요. 기부라는 게 마음에서 우러나야 하는 거지, 제가 강요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강요할 마음도 없고요. 안내 책자를 읽고 언니가 관심이 있으면 저한테 먼저 물어보겠죠.”
 
그는 몇 번이나 ‘기부란 그리 특별하지도 어렵지도 않은 것’임을 강조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몰라서 어렵게 생각하고, 어렵게 생각하기 때문에 작은 나눔을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데 대한 안타까움이었다.
 
“예전 보다는 중고물품에 대한 거부감도 없어지고, 소액 기부 역시 관심 갖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그것만 해도 굉장한 발전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그랬듯이, 결국은 관심이 있어야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연결이 되는 거니까요.”
 
물건이든 금액이든 생활 속 나눔은 ‘혼자만 알고 있기엔 너무 큰 기쁨’이라고 말하는 양 사장. 그러니 더 많은 사람들이 그 기쁨에 동참할 수 있는 날을 위해, 앞으로도 이웃들에게 ‘나눔 전도사’ 역할을 자처할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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