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방 빼 세계여행 떠난 40대 부부

40대 경제학/우린 이렇게 산다…권기혁·최선영 부부

 
  • 이정흔|조회수 : 1,794|입력 : 2011.10.20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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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우리 세계여행이나 떠날까?”
 
어느날 남편이 그냥 가볍게 툭 던진 한마디. 그런데 일주일 후 아내는 ‘세계지도’를 사들고 왔다. 농담처럼 내뱉은 말은 이때부터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거창한 여행 계획이나 일정도 없었다. 그저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니며, 40대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 보자는 마음뿐이었다. 그렇게 훌훌 털고 떠난 여행이 벌써 1년째다. 유럽, 남미 그리고 미국을 거쳐 네팔과 같은 인도 대륙까지. ‘긴 여행’을 거치는 동안 부부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많은 것이 변했다. <철부지 40대 부부의 세계여행>이라는 블로그에 자신들의 여행일기를 기록하고 있는, 권기혁(42) 최선영(41) 부부의 이야기다.
 
전셋방 빼 세계여행 떠난 40대 부부

 
◆ 어떤 삶이 행복한가, 여행길에 오르다
 
부모님이 하던 사업이 부도가 나고 집안이 어려워지자, 권 씨는 부모님의 사업을 물려받아 10년 동안 이끌어 왔다. 영세사업이었지만 10배 이상 매출을 일으키는 등 안정권에 올라섰고 권씨는 동생에게 사업을 넘기기로 결심했다. 새로운 인생을 찾고 싶은 욕심이 생겨난 탓이었다.
 
그렇게 사업을 정리한 것이 2009년. 그러나 막상 사업을 그만두자 막막함은 어쩔 수 없었다. 때마침 아내 최씨 역시 재취업을 위해 직장을 그만 둔 상태였다.
 
“제가 먼저 하던 사업을 정리하면서 아내 재취업을 만류했어요. 제대로 한번 놀아보고 일하자는 거였죠. 사실 저는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아내가 여행을 좋아해서 제가 일하는 동안에도 배낭여행을 곧잘 다녀오곤 했거든요. 그게 자연스럽게 ‘긴 여행’으로 이어지게 된 것 같아요.”
 
최씨는 “자녀가 없다는 게 부부 여행의 큰 이유가 됐다”고 말을 덧붙인다. 40대에 들어서자 대부분 부부의 또래들이 자녀가 삶의 목표이자 존재의 이유나 마찬가지였다. 권씨는 “12년차 부부인 우리가 자녀로 인해 남들이 누리고 있는 행복을 다르게 보상받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하다 ‘자유’를 만끽해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부분 40대 지인들의 경우를 들여다보면, 벌이가 어떻건 가계수입의 30% 이상은 사교육비로 지출하고 있었다. 권씨는 이 같은 모습을 보면서 ‘부모들이 자신의 삶을 아이들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과연 행복한가?’라는 고민을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그 질문은 자연스레 새로운 인생을 앞에 둔 그의 현실과 맞물리며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행복한가?’ ‘40대의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로 이어지게 됐다. 권씨가 말을 이었다.
 
막상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을 먹으니, 그간의 현실적인 고민도 사라지는 듯 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세계여행 경험자들의 블로그를 참고했다. 전세 집을 빼 짐을 보관센터에 맡기고,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전셋방 빼 세계여행 떠난 40대 부부

◆ 행복의 파랑새를 찾아서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예상 외였다. 40대 초반이면 한창 일에 몰두할 나이이고, 또 중요한 성과를 낼 수 있을 때인데 ‘꿈꾸듯’ 떠나버리는 그들 부부에 대해 황당해하고 비판하는 이들이 많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걱정과 질타보다는 ‘부럽다’는 반응이 더 많았다.
 
“처음에는 그런 반응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저 스스로도 남들 열심히 일할 때 맘 편히 돈 쓰며 놀러 다닌다는 게 미안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마 대부분 우리나라 40대 가장들의 삶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자신들의 삶을 억누르고 있는 현실이 반영돼 저 같은 꿈을 찾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는 거 아닐까.”
 
그래서 권씨는 결심했다. 자신의 행복을 찾기 위해 떠나는 여행인 만큼, 많은 것을 보고 들으며 ‘다른 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을 찾아보자고.
 
이번엔 최씨가 남편의 말을 이어 받는다. “주관적인 견해이긴 하지만, 저소득 국가에서 행색이 볼품 없더라도 그 사람들 표정에는 해맑음이 있었어요. 한 없이 행복해 보이는 표정이랄까. 그에 비해 한국은 충분히 행복할 조건이 됐는데 행복하지 못한 이유가 뭘까 정말 많이 생각했죠.”
 
언젠가 부부는 길거리 좌판에서 아이들 3명을 데리고 나와 갓난아이 젖을 먹이는 엄마를 만난 적이 있다고 했다. 저가 생필품을 팔고 나머지 두 아이들은 흙먼지를 온통 뒤집어 쓴 채 옆에서 놀고 있었다. 그런데도 부부의 눈에는 그들이 전혀 불행해 보이지 않았다. “혼자만의 짐작이지만, 그들은 스스로 삶을 고통스러워하지 않는 것 같았거든요.”
 
각국에서 여행을 하며 만난 한국인들에게도 참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세계 구석구석에서 다양한 사연을 갖고 살아가는 이들을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게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보람이었다고 권씨는 당당하게 말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이는 남미 대륙 남쪽 끝 ‘우수아이아’라는 지역에서 살고 있는 다빈이네 어머니였다고 한다. 인터넷 백과사전에 농사가 불가능한 지역이라고 나올 만큼 척박한 그곳에, 다빈이네 어머니는 유일하게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또 72세에 고교 국어교사를 정년 퇴직하고 남미 여행에 나선 김광수씨도 손꼽았다. 70세가 넘은 나이에도 젊은이들이 주로 찾는 게스트하우스 도미토리를 찾아다니고, 직접 파스타를 끓여 먹으며 여행을 즐기는 분이라고 했다. 시니어 세대임에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꿈꿔왔던 목표를 실현해 나가는 모습이 두 부부의 마음 속에 오래도록 남았다고 소개한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인생에서 중요한 시기에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것 아닌가’ 걱정이 많았어요. 그러면서도 인생의 대어를 낚기 위해 작은 것에 집착하지 말고 놓아보자고 몇번이나 되새김질했죠. 이제 여행을 마무리하고 1달쯤 뒤면 한국으로 돌아가요. 지금 저에게 ‘그래서 대어를 낚았느냐’고 물어보면 저는 적어도 ‘이번 여행을 통해 대어의 모양을 알게 됐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나이에 상관없이 꿈과 목표가 있는 삶이 중요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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