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길게 간다… 장기전 대비를”

엄습하는 금융위기 공포/전문가 진단

 
  • 머니S 안순권|조회수 : 1,177|입력 : 2011.10.10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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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초 미국의 신용등급하락과 세계적 주가급락사태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위기가 직면한 세계금융시장은 크게 미국 경제의 더블딥 가능성, 유럽재정위기, 신흥국의 경기 등 3대 요인의 향방에 따라 세개의 시나리오를 설정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는 미국 경제가 2%를 웃도는 성장을 하는 경기회복세를 나타내고 유럽 재정위기 해소의 기대가 높아지며 중국이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는 경우인데 최근 상황을 보면 실현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볼 수 있다.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는 미국이 더블딥에 빠지거나 유럽의 재정위기가 확산되어 중국 등 신흥국마저 경기침체에 빠지는 경우인데 역시 가능성이 낮다고 볼 수 있다.
 
“금융위기 길게 간다… 장기전 대비를”

◆EU, 獨 EFSF 확대 가결로 큰 고비 넘겨

현재로서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세계경제가 경기둔화에 빠지면서 내년 이후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기초로 한다. 미국은 올해와 내년에 1%대의 성장률을 기록하여 더블딥은 피하고, 유럽의 재정위기는 완전히 해결되기는 어려우나 더 악화되지 않은 채 상당기간 글로벌 금융불안으로 상존할 가능성이 높다. 독일 하원이 9월29일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대안을 가결시킴으로써 유로존 위기해결의 큰 고비를 넘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유로존 정상들은 지난 7월 1090억유로 규모의 그리스 2차 구제금융 프로그램에 합의하면서 EFSF의 실질 대출여력을 전체 기금 규모인 4400억유로로 늘리고 이를 국채매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민간채권단도 보유 중인 그리스 국채를 15~30년 장기국채로 교환하는 방식으로 21%의 손실을 분담하여 1060억유로 규모의 지원에 참여토록 했다. 유로존 1위 경제대국이면서 그동안 확대안에 부정적이었던 독일이 찬성 쪽으로 입장을 바꿈에 따라 전체 유로존 회원국이 확대안을 승인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EFSF 확대안이 회원국 의회승인절차를 거쳐 확정되면 그리스는 적어도 2013년까지 디폴트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1차 구제금융 6차 지원금 80억유로도 그리스의 추가재정긴축계획이 나오면서 10월 초에 지급되어 그리스의 디폴트 가능성으로 인한 글로벌 금융 불안은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모든 회원국의 승인으로 EFSF 확대안이 시행된다고 해도 유럽재정위기의 해결은 산 너머 산이다. EFSF 증액에 따른 유로존 주요 국가들의 재정부담 및 이에 따른 신용등급 강등가능성이 또 다른 논란을 벌써 불러일으키고 있다. EFSF 증액에 따른 늘어나는 재정 부담이 만만치 않은데다 이로 인해 자국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는 독일, 네덜란드는 민간은행의 손실부담률을 더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자국은행이 그리스 국채보유규모가 많은 프랑스와 민간은행의 손실 분담이 커질 경우 유럽은행의 건전성을 약화시켜 유동성지원 규모를 더 늘려야 하는 것을 우려하는 유럽중앙은행(ECB)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지 않으면 2차 구제금융 지원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그리스위기가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의 은행 유동성위기와 신용경색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의 국채매입 등 양적완화확대와 금리인하 등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한데 ECB가 이 같은 시장의 요구를 얼마나 충족시킬 있을 지도 주목된다.
 
◆美, 더블딥 피할 경기부양책은

EFSF 확대로 그리스는 디폴트 시기가 연기되었을 뿐이다. 그리스 디폴트가 이탈리아, 스페인으로 이어질 도미노효과와 유로존 해체 위험을 피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하지만 구제 금융을 받는 조건인 재정긴축으로 인해 경기가 둔화되고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그리스의 부채상환능력은 더 악화될 수도 있다. 그래서 최근 그리스에 부채탕감 비율을 50%로 확대, EFSF기금을 2조유로로 증액, 유럽은행에 대규모 구제금융 지원 등으로 이뤄진 '그랜드 플랜'이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개최 때 확정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이는 이른바 그리스에 대한 ‘질서 있는 디폴트’의 추진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 방안 역시 유로존 회원국의 고통분담과 미국 일본 신흥국 등의 협조에 의한 국제공조가 원활히 이루어져야 가능하다. 내년 선거리스크의 덫에 걸린 주요국의 리더십이 크게 약화된 점을 고려할 때 타결을 낙관하기 쉽지 않다.

미국 경제가 더블딥을 피하기 위해서는 유럽재정위기가 진정되어야 할 뿐 아니라 오바마 대통령이 9월7일에 발표한 447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이 의회에서 통과되어야 하는데 공화당이 반대 입장인 것이 문제다. 미연준이 9월 중 발표한 장기금리하락유도를 위한 4000억달러 규모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에 대해 시장은 경기부양효과가 크지 않다며 실망하고 있다. 미국경기가 더 악화되면 3차 양적완화 카드를 커낼 가능성이 높아 것으로 보인다. 유럽위기가 우여곡절 끝에 해결의 가닥을 잡고 미국 경기가 각종 부양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일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의 수위도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기 길게 간다… 장기전 대비를”

9월29일 독일하원은 EFSF 규모를 4400억유로로 증액하는 확대안을
가결시켰다. 확대안 투표를 준비하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운데)
 
◆금리·재정정책, 중립적 추진 바람직

그러나 이번 위기는 강도는 낮더라도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재정위기는 긴축과정에 정치적 갈등을 유발하여 해결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다 각국의 정책대응이 재정여력약화와 정치리더십 실종으로 리먼사태 때보다 미흡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재정위기의 파장이 장기화될 경우 외풍에 취약한 우리 경제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유동성위기에 직면한 유럽계은행들의 대출 회수 가능성에 대비하여 국내은행들의 자본을 더 확충하여 재무건전성을 개선하며 외환방어벽을 더 견고하게 쌓아야 한다. 환율은 급변동을 막는 미세조정은 하되 일정 목표대를 지키기 위한 무리한 개입은 피해 적정수준의 외환보유액을 지켜야 한다. 물가가 불안하나 경기가 불확실한 만큼 당분간 금리·재정정책은 중립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계경제의 저성장이 장기화되어 수출여건이 어려워지고 있다. 수출동력이 약화되더라도 내수활성화를 도모할 신성장동력 확충이 필요하다.

위기가 장기화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재정건전성을 높여 위기대응능력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모범적으로 극복한 자신감과 노하우을 가지고 적극 대응하면 현재의 위기를 극복 못할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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