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한 ‘특별부활’ 제도

채권추심 강제 해지 구제책 있는지도 몰라… ‘부활’된 고객도 5% 미만

 
  • 성승제|조회수 : 1,144|입력 : 2011.10.31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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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에 사는 이모(여·57) 씨는 올해 초 채권추심기관으로부터 보험계약을 압류 당했다는 서류를 받았다. 신체적 노동일을 하는 이씨는 허리디스크와 질병 등으로 꾸준한 치료가 필요한데 보험계약이 해지되면 더 큰 병을 앓게 될 경우 보장을 받지 못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인을 통해 '특별부활' 제도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그는 보험사에 문의했지만 쉽지 않았다. 해당 보험사는 처음에는 제도 자체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뒤늦게 해당사항이 안된다고 말을 바꿨다. 결국 이씨의 딸이 법적 규정을 근거로 제시하며 수차례 민원을 접수한 끝에 두달 만에 보험을 되살릴 수 있었다.
 
유명무실한 ‘특별부활’ 제도

추심기관에 보험 채권을 압류당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보험계약을 되살려주는 '특별부활'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보험사는 자사의 고객이 채권자에 의해 보험계약이 강제 해지당할 경우 해당고객에게 채권압류 통지서와 특별부활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공문을 의무적으로 전달해야 하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의 강제해지 문제는 지난 2009년 6월23일 대법원이 채권자가 채무자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보험을 해약할 수 있다는 판결을 통과시키면서 불거졌다. 판례 해석은 간단했다. 보험에 가입한 개인이 카드사, 은행, 개인 등에 빚을 졌다면 채권자가 강제로 보험을 해약해 해약 환급금을 챙겨갈 수 있도록 합법화 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과 채권추심기관들은 너도나도 채무자의 보험가입 여부를 확인한 후 마음대로 계약을 해지하기 시작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보험을 압류 및 해지 당한 고객은 올 7월말 현재 7만1154명으로 파악됐다. 기관별로는 대부업이 4만626명으로 가장 많았고 신용카드(1만8569명), 저축은행(9123명), 보험사(6534명), 은행(1200명) 순이었다. 보험 종류별로는 보장성 보험이 주류인 생명보험이 5만2331명, 손해보험 가입자는 1만9223명이었다.
 
문제는 이렇게 보험을 강제해지 당한 사람들 중엔 서민이 많았다는 점이다. 암 등 각종 질병을 앓고 있던 서민들이 채권기관으로부터 보험계약마저 강제해지 당하면서 치료비나 입원비를 내지 못해 병원에서 쫓겨나는 신세로 전락하기도 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금융감독원은 뒤늦게 사태수습에 나섰다. 지난해 1월 금감원이 채권추심기관의 강제해지에 대해 제재에 나섰고, 같은해 4월 채권자가 보험을 강제해지할 경우 계약자에게 미리 통보하도록 보험 약관도 일부 수정했다. 이 기간 내 '특별부활' 제도도 도입했다. 그러나 특별부활 제도 혜택을 받은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의변경·해약환급금 입금하면 보장 부활
 
특별부활이란 계약자가 채권자로부터 강제집행, 담보권 실행, 국세 및 지방세 체납 처분 절차 등으로 보험을 강제해지 당했을 경우 일정 기간 내에 계약부활을 신청하고 해약환급금을 입금하면 보장 등을 부활해주는 제도다.
 
예컨대 A씨가 채권자로부터 보험을 강제해지 당했을 경우 해당보험사는 7일 이내에 이를 통보하고 A씨는 통보를 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 계약자 명의를 가족이나 친척 등으로 변경하면 된다. 또 이 기간 내에 채권추심기관이 챙겨간 해지환급금을 모두 납부해야 하며, 계약자가 변경된 만큼 보험수익자는 A씨로 해야 한다.
 
이 제도는 대법원 판례 이후 10개월 만인 작년 4월 보험 약관을 개정하면서 만들어졌다. 또 올 7월 민사집행법을 새로 개정하면서 보험 압류 역시 일부 개정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사망보험금이 1000만원 이하일 경우에는 압류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 상해, 질병, 사고 시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장성 보험은 전액 보호된다.
 
유명무실한 ‘특별부활’ 제도

 
반쪽자리 대책안… 금감원·보험사 '나 몰라라'
 
그러나 문제는 특별부활 제도에 대해 알고 있는 고객들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금융권에서는 특별부활을 신청해 구제받은 고객이 지금까지 전체 규모의 5%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강제 보험해지 피해자는 대법원의 판례가 나온 직후인 2009년 7월부터 2010년 4월까지 가장 많았지만, 당시 특별부활 제도가 없어 이들은 보호대상이 안 된다. 특별부활 제도를 만들면서 소급적용을 하지 않은 탓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금감원이나 보험사 어디든 특별부활에 대해 제대로 안내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금감원 직원조차 특별부활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히려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내부 규정을 들어 안내를 꺼리고 있지만, 보험사들이 정상적으로 안내하고 있다며 엉뚱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실제로 현 규정을 보면 특별부활 통지 대상자는 '보험수익자'로 정해져 있다. 그러나 예외조항이 있다. 법정상속인이 보험수익자로 지정된 계약자는 통지서를 보내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보험사들은 보험을 강제 해지 당해도 예외규정을 들어 특별부활안내서를 강제 해지를 당한 실질적인 채무자에게 통보하지 않고 있다.
 
A보험사 관계자는 "특별부활 통지는 의무사항이 아니다"며 "고객이 먼저 문의하지 않으면 따로 안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금감원 관계자는 "내부 규정을 보면 보험수익자에게 '강제 집행 등으로 인한 해지 계약의 특별 부활'이라는 공문을 보내도록 돼 있다"며 "이를 어기면 규정위반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금감원과 보험사가 핑퐁게임을 하는 동안 피해자만 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 내부에서는 지금이라도 금감원이 가이드라인을 정확히 마련해 서민들에 대해 보장성 특별부활 소급적용과 일부 보장성 보험이라도 되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해약을 당한 채무자들은 대부분 병원비조차 없는 사람들이 주류일 것"이라며 "내부적인 규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채무자가 회복 의사를 표시한다면 (특별부활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별부활 제도에 대해) 기간을 정하는 것도 문제"라며 "작년 이전에 피해를 당한 고객들도 (특별부활) 기회를 줄 수 있도록 대책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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