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전표 은행매입제 현실성 있나

수수료 절반 인하 ‘대안’?

 
  • 성승제|조회수 : 1,742|입력 : 2011.11.16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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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사들의 수수료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은행매입제가 새로운 대안이 될지 주목받고 있다. 이는 한국신용카드가맹점중앙회(한신중)가 신용카드의 가맹점 수수료를 낮추려면 기존의 3당사자체제에서 은행 등이 포함된 5당사자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은행매입제란 저리의 자금조달이 가능한 은행이 고리의 자금조달로 가맹점 수수료를 책정하는 카드사 대신 매출전표를 매입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카드거래에 참여하는 거래주체는 카드사와 회원, 가맹점 등 3당사자체제로 구축돼 있다. 하지만 은행을 포함한 5당사자로 전환할 경우 가맹점 수수료를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한신중의 주장이다.

현재 국내 신용카드 결제 방식은 회원이 카드를 사용했을 경우 카드사는 고객이 사용한 돈을 자체 조달한 자금으로 가맹점에 대납해주고 있다. 즉 카드사가 가맹점의 비용을 대납해주는 매입사 역할을 통해 가맹점에게 건수에 따라 1~2%대의 수수료를 받고 매출전표를 매입한 뒤 한달에 한번 회원에게 비용을 받는 방식이다. 카드거래가 카드사와 회원, 가맹점 등 3곳에서 발생하는 만큼 3당사자체제라고 한다.

카드전표 은행매입제 현실성 있나

 
핵심은 카드사가 가맹점에 납부해야할 자금을 자체 조달해 마련하고 있다는 점이다. 카드사는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조달금리가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한신중 측은 이에 따라 매입사를 카드사가 아닌 은행이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은행의 조달금리가 카드사에 비해 낮기 때문에 가맹점에선 카드전표 매입을 은행에서 해주면 그만큼 수수료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거래주체가 기존의 3당사자체제에서 회원, 카드사, 은행, 가맹점의 4당사자체제로 변하게 된다. 여기에 한신중은 은행에서 가맹점관리가 어려운 만큼 별도의 가맹점관리업체를 두는 5당사체제로 가자는 것이다.
 
한신중은 가맹점 수수료가 평균 2.86%라고 가정한다면 이중 자금조달 비용은 1.40%, 기타비용은 1.46%라고 평가했다. 반면 은행을 통해 5당사체제를 구축한다면 자금조달 개선원가가 0.41%, 시장구조 개선이 1.09%로 약 1.36%포인트(2조4700억원)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수료 중 조달비용 비중 38%

그러나 카드업계는 은행이 매입사로 나서도 수수료율이 크게 줄어들 수 없다고 말한다. 가맹점수수료는 여러가지 비용들을 감안해 결정하는데 한신중의 주장과 달리 자금조달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2000년 산동회계법인이 가맹점수수료율에 대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수수료를 책정하는데는 자금조달비용과 고객 연체, 전산시스템 관리 등 8가지의 항목이 있는데, 이중 자금조달 비중은 38%(수수료율을 100%로 봤을 때)를 차지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수수료율이 조달비용에 의해 좌지우지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라며 "은행 카드의 수수료율이 전업계 카드사보다 크게 낮지 않은 것도 이러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3당사자체제에서 5당사자체제로 변경되면 오히려 새로운 업종이 생겨나는 만큼 가맹점의 수수료 비중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농축산물의 경우 중간 유통과정이 많아 현지 출하가격에 비해 소비자의 매입가격이 높은 것과 비슷하다는 것.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3당사자체제에서 5당사자체제로 변경되면 새로운 업종이 더 생겨나게 된다"며 "당장은 자금조달 금리가 낮아지면서 가맹점수수료가 인하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으나 중개업이 중간에 끼어드는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수수료 비용은 더 늘어나게 된다"고 주장했다.
 
◆부가서비스 축소…고객 무시한 논리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5당사자체제를 도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카드사들이 수익성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매입사 역할을 포기할 리가 없고, 설사 이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고객의 부가서비스가 대폭 축소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지금까지 매입업무를 같이 운영하면서 고객들에게 할인혜택과 할부, 포인트 제공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그런데 가맹점 수수료를 낮추기 위해 회원의 부가서비스를 축소한다면 결과적으로 피해는 고객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한신중 측에서도 부가서비스의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카드전표 은행매입제 현실성 있나

 
카드 리스크 관리 여부도 문제점으로 제기된다. 만약 회원이 카드를 연체하거나 요금을 갚지 못할 경우와 가맹점이 부정매출을 시도했을 경우 그 리스크(위험)를 누가 떠안는지 여부다. 카드사들이 매출전표를 매입하고 가맹점에게 받는 수수료에는 연체나 빚을 갚지 못하는 회원들의 리스크까지 포함돼 있다. 또 가맹점에서 '카드깡'이나 부정매출 등을 청구한 후 사라질 경우에 대한 리스크도 책임져야 한다. 하지만 은행이 매출전표를 매입하면 리스크 관리가 불분명해진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신용카드의 가장 큰 리스크는 비용을 (가맹점에) 선결제 해주고 후불로 요금을 받는 것"이라며 "카드대란도 이러한 리스크 때문에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카드연체율이 바닥을 찍고 상승하는 추세인데, 과연 은행들이 이러한 리스크를 떠안고 매입사로 나설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매입업무를 카드사에서 은행으로 돌릴 경우 카드사들은 더이상 여신금융업법상 여전사로 남을 수 없게 되는 법적인 문제도 발생한다. 현행 여신금융업법에 따르면 여전사들은 본연의 업무를 50% 이상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매입업무가 사라지게 되면 카드사 매출의 대부분은 본연의 업무가 아닌 현금서비스, 카드론 등 대출이 차지하게 된다. 따라서 카드사는 더 이상 여신금융업법에 따른 회사로 남아 있을 수 없게 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은행매입제는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하지만 면밀히 살펴보면 실현불가능한 제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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