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 사설탐정까지 고용”

사조그룹 ‘오양 75호’ 노예선 논란②

 
  • 김진욱|조회수 : 1,105|입력 : 2011.11.15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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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조그룹의 원양어선 ‘오양 75호’를 둘러싼 노예선 논란(본지 204호 보도)이 확대되고 있지만 정작 사조 측은 이번 사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당국 역시 뉴질랜드 정부가 발빠르게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사태 파악에 나서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액션’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당초 인도네시아 선원들의 피해상황을 접수하고 이를 처음 사회문제로 제기한 국제민주연대측과 시민단체들은 지난 8월11일 서울 충정로에 위치한 사조그룹 본사 앞에서 인도네시아 선원들의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회사측의 반응은 없었다.  

국제민주연대의 나현필 사무차장은 “직원들이 (우리가) 시위하는 모습을 보면서 지나가다 욕을 했고, 어떤 직원은 현수막을 가져가는 등 감정적인 대응만 있었다”며 “회사 경영진이나 관련 실무자들은 전혀 (우리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사조, 사설탐정까지 고용”

 
◆사설탐정 고용해 정보수집?…국내선 ‘침묵’ 뉴질랜드선 ‘치밀’

인도네시아 선원들의 인권탄압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구한 본지에 대해서도 사조 측은 “변호사를 통해 대응할 뿐 (언론에) 특별히 할 말은 없다”며 입을 굳게 닫았다.

하지만 국내 언론과 시민단체들에 이같은 ‘침묵모드’로 일관한 사조그룹은 정작 뉴질랜드 현지에서는 사설탐정까지 고용하며 ‘오양 75호’ 사태와 관련해 치밀한 정보를 접수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뉴질랜드 언론 선데이스타타임즈에 따르면 사조측은 사설탐정을 고용해 최초에 ‘오양 75호’ 선원의 파업과 인권탄압 의혹 등이 어떻게 현지 언론과 대학 조사팀에 알려졌는지를 조사했다. 심지어 이 사설탐정은 미 국무부 인신매매담당 루이스 시드바카 대사의 활동을 일거수일투족 사찰하기도 했다. 

사조가 사설탐정을 고용해 활동하게 한 시기는 ‘오양 75호’ 선원들이 인권탄압과 급여 미지급 등에 반발하며 조업을 중단한 직후와 맞물렸다는 점에서, 사조측이 선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정보 유출 경위에 대한 조사에만 급급했다는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사조 관계자는 “(사립탐정 고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사조그룹이 침묵하고 있는 사이 외교통상부 등 정부 당국의 미온적인 대응태도도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앞서 10월7일 국제민주연대 등 시민단체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오양 75호’ 인도네시아 선원들의 인권침해 유린 행위와 관련, 진정서를 제출하며 진상조사에 나서줄 것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진정서 제출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인권위는 특별한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으며, 외교통상부 역시 관련부처와 회동하고 있지만 현지에 조사원을 파견한다든지 적극적인 대처능력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두손 놓고 있는 정부 “뉴질랜드 정부결과 기다린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뉴질랜드 대사관측에서도 우리에게 의뢰해 현재 농수산식품부, 인권위, 해양경찰청 등의 관련부처 협의를 2~3차례 했다”면서도 “현재 뉴질랜드 정부와 협조가 잘 되는 상황이니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의 대처와 달리 인도네시아 선원들이 조업을 중단한지 2달여가 지난 8월13일, 뉴질랜드 정부는 ‘조사위원회(가칭)’를 꾸려 이번 사태에 대한 진상파악에 나서고 있다. 뉴질랜드의 인권위 역시 현지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을 토대로 조사위원회에 적극 협조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뉴질랜드 정부의 이번 조사는 ‘외국용선’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가 주 목적이지만 현지에서는 ‘오양 75호’, ‘오양 70호’ 등 사조오양의 원양어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현필 사무차장은 “정부가 한국기업(사조그룹)을 보호하려 하는 것까지는 이해한다. 하지만 너무 국가 이미지만 지키려 하고 우리 어선에서 일한 인도네시아 선원들의 인권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면서 “뉴질랜드 정부의 조사결과도 내년 2월은 돼야 나오는데 그 때까지 한국정부는 두 손 놓고 기다리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한편 외교통상부 측은 뉴질랜드 정부의 ‘오양 75호’에 대한 조사의 이면에는 석연치 않은 배경이 있다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외통부에 따르면 뉴질랜드의 경우, 어업쿼터제를 실행하는데 현재 원주민들과 백인들간 치열한 이권다툼이 벌어지고 있고 최근 몇 년 사이 원주민들이 싼 가격으로 외국 용선을 많이 들여와 조업하면서 수익이 늘자 백인들의 견제가 심해졌다. 따라서 가장 많은 용선을 보유한 한국어선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던 중 ‘오양 75호’ 사건이 터져 이를 공론화시켰다는 논리다.

외통부 관계자는 “전체 용선 26척 중 절반에 해당하는 13척이 우리나라 어선이다. 백인들은 자기네 수입이 자꾸 줄어드니까 용선에 대해 좋지 않은 인식을 갖고 있었는데 한국어선이 절반이다보니 ‘오양호’를 타깃으로 삼은 것 같다”고 말했다.
 
“사조, 사설탐정까지 고용”

75호 선원들(맨위)과 오양 70호 선실 내부.
 

■지금 인도네시아 선원들은…‘페북’에서 의기투합

당초 조업 중단을 결심했던 지난 6월만 해도 ‘오양 75호’ 소속 인도네시아 선원은 모두 32명이었다. 하지만 사조오양측이 선원들과의 계약을 해지, 선원들은 전혀 보상을 받지 못한 채 오히려 인력파견업체와 계약할 때 설정한 담보물과 위약금을 지불하게 돼 파산 지경에 처했다. 급기야 선원 대부분은 뉴질랜드 정부에 의해 이미 8월13일까지 뉴질랜드를 떠나라는 통보까지 받았다.

현재 뉴질랜드에 남아있는 선원들은 6명으로 그나마 이들도 노숙생활을 하며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행히 인도네시아 선원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끈끈함을 과시하며 ‘오양 75호’의 악몽을 떨쳐버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선원들은 페이스북에 ‘Not in Our Waters'라는 클럽을 만들어 사태해결을 위한 관련 소식과 정보를 공유하는가 하면, 서로의 안부를 묻기도 하는 등 밝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일부 방문객들로부터는 “힘내라”는 조언도 많이 받는다.   

한편 국제민주연대 측은 빠르면 12월 초 인도네시아 현지로 출국, 먼저 돌아간 선원들의 피해사례 증언을 차례로 받아 향후 인권위에 추가로 진정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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