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은 시장에 맡겨라”

경제학자가 본 반값 경제학

 
  • 김성욱|조회수 : 2,169|입력 : 2011.11.27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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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년간 대한민국 사회는 '반값'에 열광(?)하고 있다. '반값 아파트'와 '통큰 통닭'에 이어 최근에는 '반값 등록금'과 '반값 TV' '반값 휴대폰'까지 온통 반값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반값 아파트와 반값 등록금은 정치인들의 표퓰리즘 차원에서 논쟁이 시작됐고 통큰 통닭, 반값 TV는 마케팅의 한 방법으로 시작돼 '미끼 상품' 논란이 일기도 했다.

즉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는 경제학적 이론이 배제된 경제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반값 논쟁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박창균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를 만나 정치적·사회적인 시각을 최대한 배제한 채 경제학적인 시각에서 반값 마케팅을 들여다봤다.
 
“가격은 시장에 맡겨라”

사진=류승희 기자

- 대형 할인마트의 저가 '미끼 상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미끼상품은 처음부터 한정판이라는 것을 알리고 시작한다. 미끼상품은 다른 상품을 팔기 위한 마케팅의 한 방법이지 속임수가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치킨인데, 원가 이하로 판매했다고 해서 문제가 됐다. 스스로 손해보고 팔겠다는데 태클이 심했다. 저가로 팔아 다른 업체를 죽인 후 독점체제를 만들어 결국은 높은 가격을 받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이 같은 독점의 폐해를 막으라고 있는 조직이 바로 공정거래위원회다. 독점의 문제가 생기면 공정위가 나서면 된다. 하지만 독점업체가 생기는 것을 막으라고 공정위가 있는 것은 아니다.
 
- 독점으로 인해 소비자가 비싼 값을 내는 경우가 종종 있지 않은가.

▶맞다. 대표적인 것이 이동전화다. 우리나라의 정보통신사업은 신성장산업으로 키우기 위해 정부에서 사기업에게 적정이윤을 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보조금을 제한하는 등 지나친 경쟁을 국가가 제한하고 있다. 그렇게 제한해서 기업은 이익을 보고 소비자는 비싼 이동전화를 사야 한다. 이렇게 기업에 적정이윤을 보장해 줄 것이라면 차라리 국유화를 하는 것이 낫다. 개인기업보다 국가가 이익을 취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 최근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 확대 문제와 이동전화를 편의점 등에서 판매하겠다는 조치가 나왔다.

▶시장경제로 볼 때 당연한 일이다. 우리나라에는 외국처럼 2만원대의 이동전화가 없다. 너도나도 최고급 사진기가 달린 이동전화를 들고 다닌다. 이는 정부에서 저가 이동전화의 수입을 막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전 국민이 50만~60만원짜리 전화기를 들고 다니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그 이유가 정부 규제 때문이라면 문제가 심각하다.

MVNO의 수요가 많아지면 물론 전화요금이 다시 비싸질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당연한 일이다. 수요가 있으면 시장에서는 가격이 오르는 법이다. 이를 거부하면 자본주의를 하지 말자는 것과 같다.
 
- 요즘 최고의 이슈는 반값 등록금이다. 어떻게 보는가.

▶대학교에 갈 사람이 없으면 등록금은 낮아질 것이다. 연 1000만원의 등록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대학교에 들어가겠다고 줄을 섰다. 그러면 오히려 너무 싼 것이 아닌가. 수요가 있는데 대학교측이 왜 등록금을 낮추겠는가.

물론 대학교간 담합은 막아야 한다. 등록금을 동일하게 낮춘다면 구조조정이 필요한 대학교들이 연명하게 될 것이다. 등록금을 낮추면 오히려 학벌에 따른 파벌이 더 심해질 수 있다.
 
- 하지만 비싼 등록금 때문에 학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인재들이 있을 수 있다.

▶수학능력이 있지만 돈이 없어서 공부를 못하는 사람은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 국가와 자자체에서 공립대를 사립대만큼 만들어 등록금을 받지 않고 공부하게 해주면 된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 복지와 세금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세금을 많이 내면 국민의 혜택이 많아질 수 있다. 따라서 복지와 세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요즘 정치인들을 보면 복지를 얘기하면서 부조리만 강조하고 세금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 안 한다. 소득분배는 경제학 교과서에도 있는 얘기다. 그 수준을 어디로 정하느냐가 문제지, 복지만을 늘리자고 하는 것은 안 된다. 우리나라는 복지가 가장 적은 국가 중 하나지만 세금도 가장 적은 국가 중 하나다.

GDP의 10%만 세금으로 더 받으면 대학 무료교육도 가능할 것이다.
 
- 한때 부동산가격 거품 논란이 일면서 반값 아파트도 큰 이슈가 됐다.

▶모든 사람이 집을 가질 수 있도록 아파트를 늘리는 것은 좋지만 집값이 비싸 살 수 없는 사람까지 모두 아파트에 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은 공산사회로 가자는 것과 같다.

서민들은 주택을 구입할 여력이 부족하다.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사람은 중상류층에 속한다. 이런 사람을 위해 국가가 나서서 집값을 왜 낮춰야 하는가. 아파트도 수요가 없으면 가격을 낮출 것이다. 실제로 미분양 아파트들이 나오면서 분양가 등을 낮춰 분양에 나서기도 했다. 그게 시장이다.

시장에서 가격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면 새로운 생산자를 진입시켜 경쟁체제를 만들면 된다. 보금자리가 대표적이다. 강제로 건설사에게 가격을 낮추라고 하는 것보다 경쟁체제를 만드는 시장친화적 방법으로 가격을 낮출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맨해튼의 할렘가가 왜 생겼는가. 처음부터 빈민거리가 아니었다. 정부에서 임대가격 제한을 하면서 집주인들이 집을 돌보지 않자 지저분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돈 있는 사람은 나가고, 가난하고 마약을 하는 하류층들이 들어오면서 지금의 할렘이 됐다.

우리도 무조건 반값만을 외치다 보면 10년 후에 무슨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
 
- 경제학적 시각에서 현재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좋다고 보는가.

▶경제학에서 완전경쟁시장이라면 시장가격은 원가에 적정이윤을 붙여 결정된다. 불완전경쟁이 되면 가격은 더 높아지게 된다.

완전경쟁시장이 없기 때문에 적정이윤보다 높은 가격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그 가격이 너무 높지 않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독과점체제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면 정부가 간섭해야 한다.

경제의 원칙은 약속에 있다. 이 약속이 깨지면 사회조직이 무너진다. 소비자는 자기주장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진짜인지 응석인지를 잘 살펴야 한다. 원칙에 따라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약속과 미래 확실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경제활동은 이뤄질 수 없다. 기초적인 시장경제의 기본 질서를 흔드는 것은 국가기반을 흔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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