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화’의 벽에 막힌 ‘구본준 혁신’… 책임은?

CEO In & Out/구본준 LG전자 부회장

 
  • 이광용|조회수 : 2,190|입력 : 2011.11.23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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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한 경영’ 드라이브가 먹혀들지 않는 것인가.

실적부진에 신음하는 LG전자가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두고 말들이 많다. 전임 최고경영자(CEO)가 남긴 실책의 골이 깊었던 탓도 있지만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리더십을 기대만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구 부회장의 ‘혁신 담금질’이 취임 1년 남짓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LG전자의 기업정신인 ‘인화’의 벽이 견고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구 회장은 ‘구원투수’로 등판한 직후 조직을 개편하고 신속한 시장대응을 주문했다. 하지만 구 부회장은 LG전자의 위기를 기회로 돌려놓지 못했다. 1년이 넘도록 고난의 연속이다. LG전자의 무엇이 구 부회장의 어깨를 짓누르는 것일까. 구 부회장의 무엇이 LG전자를 주저앉게 하는 건 아닌가. 
 
‘인화’의 벽에 막힌 ‘구본준 혁신’… 책임은?

구본준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독한 LG’ 주문했건만…
 
LG전자는 지난해 9월 사령탑을 교체했다. 3년여 남용 부회장 체제를 접고 구본준 부회장을 새로운 CEO로 맞았다. 전문경영인이 물러나고 오너체제로 바뀌자 내부의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컸다. 전략수립→의사결정→업무추진의 과정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오너 구원투수’의 등장은 마케팅에 무게중심을 뒀던 기존 사업관행의 대전환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당시부터 시장에선 LG전자가 기술력과 품질 측면에서 경쟁사에 뒤처지고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스마트폰 경쟁에서 낙오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남용 부회장 시절 비용을 절감하고 마케팅에 치중하느라 과거 LG전자의 강점이었던 연구개발(R&D) 분야가 상대적으로 소외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시장의 대체적인 분석이었다. 의사결정 속도가 느리고 시장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위기를 자처한 측면도 컸다. 이것이 예상치 못한 실적악화를 가져왔고 당시 2·3분기 연속 적자쇼크를 맞아야 했다. 

따라서 구 부회장의 등장은 맥이 빠질 대로 빠진 LG전자의 화려한 부활을 떠올리게 했다. 예상은 적중했고, 구 부회장의 ‘독한 경영’ 드라이브는 사내·외에서 호평을 받았다. 그의 조직개편은 사업부 중심, 미래준비, 혁신경영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사업본부를 5개에서 4개로 줄였고 해외법인의 업무도 HE사업본부가 직접 지휘하게 했다. 사업별 책임경영을 통해 의사결정이 빠르고 실행력 높은 조직으로 다시 태어날 것을 구 부회장은 주문했다. CEO 직속으로 ‘혁신팀’과 ‘6시그마팀’을 둠으로써 품질경영 의지도 드러냈다. 스마트폰과 피처본은 MC사업본부로 묶고 태블릿사업팀을 신설했다.

R&D와 신사업 추진에 탄력을 불어넣으며 구 부회장은 1년여를 ‘독하게’ 달려왔다. 하지만 성과는 아직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위기의 안갯속에서 LG전자는 여전히 헤매고 있을 뿐이다. 부진한 실적은 올해도 이어져 휴대폰 부문 6분기 연속 ‘어닝쇼크’다. 작년 동기대비 영업손실 319억원으로 적자 전환했고, 매출액(12조8973억원)은 10.3% 줄었다.

LG전자 고전의 주범은 휴대폰 판매실적 부진이다. 최근 2~3년간 스마트폰 열풍을 따라잡지 못해 애플과 삼성전자에 주도권을 내줬다. 2009년 10%였던 LG전자의 휴대폰 시장점유율은 올 상반기 7%선으로 주저앉았다. 신용등급도 잇따라 추락했다. 무디스와 S&P가 LG전자의 신용등급을 한단계씩 내렸다. 최근 갑작스럽게 발표된 LG전자의 1조621억원 규모 유상증자 결정도 시장과 투자자들의 불만을 샀다. 증권사들은 LG전자의 목표가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실적개선세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주가 변동성은 여전할 전망이다.
 
‘인화’의 벽에 막힌 ‘구본준 혁신’… 책임은?

야구광인 구본준 부회장은 경영에 전념하기 위해 LG전자 CEO를 맡으면서 LG트윈스 야구단 구단주 자리도 내놨다.
 
◆실패한 '혁신 카드' 책임소재 논란
 
LG전자의 위기는 전체 사업부문과 계열사로 전이되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밀린 LG전자의 브랜드 파워는 다른 제품의 가격 경쟁력과 마케팅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전략적으로 준비했던 태블릿PC ‘옵티머스 패드’ 국내 출시를 포기했고 LTE(롱텀에볼루션) 태블릿 PC ‘익스프레스’의 연말 출시 여부도 불투명하다. 스마트TV, LCD 등의 사업부문 역시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경기침체로 수요가 떨어진 북미와 서유럽 등지에선 가전제품 판매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다. 신성장 동력인 3D TV 북미시장의 경우 점유율이 8%에 불과해 삼성전자(54.5%)에 한참 뒤처진다. LG전자에 의존하는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계열사 실적 역시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다보니 LG전자 안팎에선 그 원인과 처방, 책임소재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설득력을 얻는 해석 가운데 하나는 LG전자가 기업문화로 지켜왔던 ‘인화’의 덫에 스스로 갇혔다는 것이다. 그 책임론의 종착지로 CEO인 구 부회장이 지목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구 부회장이 내세웠던 독한 경영과 혁신 드라이브가 오히려 자체 ‘방화벽’에 부딪혀 LG전자가 갖고 있던 자존심에 더 큰 상처만 냈다는 탄식이 나오고 있다.
 
조직을 개편했지만 구태에 젖은 조직원들이 스마트한 혁신에 발을 맞추도록 프로세스를 끌어가지 못했다는 얘기다. 의사결정 체계가 확실하지 않고 책임을 떠넘기는데 익숙해 추진동력이 떨어지는 구조를 안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비근한 예로 퇴직한 선임연구원이 구 부회장에게 보낸 이메일은 안이한 조직문화의 단면을 보여준다. 연구원은 LG전자를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위험을 감당할 연구 환경은 조성하지 않고 혁신하겠다고 주장만 하는 회사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재도약을 다지는 구 부회장의 ‘혁신 카드’는 온전히 살아있다. 1년여 매진했던 체질개선작업은 최근 속도가 많이 붙었다. 힘겨운 과제였던 혁신이 과감히 단행될지 주목된다.  핵심은 휴대폰 사업이다. 투자를 늘리고 인력을 재배치하는 작업이 전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구 부회장은 최근 1만4000명이 넘는 MC사업본부와 해외사업부의 인적쇄신에 들어갔다. 연구직을 제외한 인력들이 구조조정에 준하는 인사태풍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여기엔 자금수혈이 동반된다. 유상증자를 통해 들어온 자금 대부분은 주력사업인 스마트폰·TV·가전에 투자된다. 휴대폰 사업에 들어갈 자금만 6109억원이다. 주가하락 악재를 각오한 유상증자 승부수는 R&D에 집중된다. 구 부회장의 이같은 결단은 그동안 구조조정설, MC사업 철수설, 성과급 축소설 등으로 뒤숭숭했던 사내 분위기를 역으로 정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구 부회장이 과연 기술로 승부했던 과거 ‘LG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예상 ‘터닝포인트’는 내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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