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은 거짓말 안하는 이유 있네

선진 농업현장을 가다

 
  • 성승제|조회수 : 1,349|입력 : 2011.11.29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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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의 겨울은 한적하다. 온갖 곡물들로 가득했던 논밭은 추수를 끝내 휑한 느낌마저도 든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한적함과 달리 농촌은 한겨울을 향해가는 지금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의 '선진 농업현장' 방문 기획으로 찾게된 충청북도 진천군 이월면도 농한기라고 해서 손 놓고 쉬고 있지는 않았다.
 
진천면은 크게 사방이 산으로 둘려 쌓여 있지만 눈앞에 펼쳐진 드넓은 평지는 비닐하우스와 논 그리고 풋풋한 농촌의 향기로 가득했다. 농민들은 60대 이상의 고령자들이 대부분이지만 활기는 젊은 사람 뭇지 않게 넘쳤다.

둥근 모양의 농협 마크가 새겨진 파란색 모자를 비스듬히 눌러 쓰고 검은 얼굴 피부에 방금 논 벼농사를 마친 듯 면장갑을 낀 손에 든 낫과 종아리까지 올라오는 검은색 장화를 신은 친근한 농민들을 만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도로 한쪽에 차가운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부는데도 불구하고 경운기를 몰고 가는 어르신들의 모습 역시 향긋한 시골 냄새를 풍겼다.

어르신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농촌을 생각하면 과학 농법과는 거리가 멀 것만 같았다. 하지만 눈으로 확인한 농업현장에는 선진국 못지 않은 자동화시설이 구축돼 있었다. 과거처럼 반나절 허리를 굽히며 씨앗을 뿌리고 열매를 관리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또 개인이 3년간 농업을 지속적으로 한다면 정부지원도 가능해 성공할 경우 대기업 임원 못지 않은 임금을 챙겨갈 수 있다고 한다. 바쁜 수확기 시즌을 벗어나면 크게 바쁘지 않아 가족들은 물론 주민들과 여가생활도 즐길 수 있다.
 
1988년 외환위기 이후 귀농열풍이 불었다. 하지만 약 80%에 달하는 사람들이 실패를 맛봤다고 한다. 농사를 너무 쉽게 생각해 접근했지만 새벽부터 쉬지 않고 일해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능력을 갖추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농업도 생업을 유지하는 비즈니스 사업인 만큼 만만하게 보면 낭패를 볼 수 밖에 없는 것.
 
하지만 귀농을 통해 성공한 사람은 분명 있다. 꾸준한 애정과 재배식물에 대한 애정과 지식을 터득한다면 충분히 경제력을 갖출 수 있는 직업이 된다는 것이 현지 주민들의 말이다.
 
인근 한 주민은 "많은 사람들이 사업에 실패하거나 직장생활이 지겨워질 때 농사나 지으며 살까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면서 "농업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쉬운 분야는 아니다. 본인이 애정을 쏟고 많은 지식을 쌓는 만큼 씨앗과 나무들이 결실을 맺게 해준다"고 말했다.
 
◆수출역군 진천 장미농장

이날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충북 진천의 장미농장. 이월면과 덕산면, 산수리 등 4만㎡의 터에 위치한 화훼 농가는 이 마을의 주요 소득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02년부터 2004년까지 2년에 걸쳐 무농약 재배 연구 실증 시험 재배 끝에 2004년 10월 무농약 친환경 인증을 획득했다.
 
땅은 거짓말 안하는 이유 있네

조용성 MS명성농원 사장이 스프레이 장미 구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장미의 건강상태는 줄기와 잎의 상태를 보며 판단한다.

이 지역에서 재배되는 장미는 거의 수출용이다. 지난 2001년 처음 수출을 시작한 이후 현재는 한국 장미의 최대 수출시장인 일본에 물량 90% 이상을 수출하고 있다. 또 2008년에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진천장미 홍보활동을 통해 3년간 총 300만달러의 수출계약을 맺는 성과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도 수요가 많지만 수출단가가 국내단가보다 7배 이상 높기 때문에 수출에 더 주력하고 있다.
 
농림부의 소개를 통해 이 곳에서 매년 2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는 MS명성농원 조용성 사장을 만나봤다. 40대인 그는 농업과는 무관한 건축디자인을 전공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호프집 등 자기사업을 했지만 줄줄이 실패를 맛봤다. 그러던 중 그의 형이 지금 농가를 꾸린 곳에 보유하고 있던 땅을 밑천 삼아 본격적인 농업의 길을 나섰다. 다양한 직장과 사업을 거친 전형적인 귀농자인 것이다.
 
농사는 생각도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초기에는 여러가지 시련도 많았다. 어떤 농사를 할 것인가 고민 끝에 장미를 선택했지만, 다양한 장미의 이름도 몰랐고 어떻게 재배하는지도 알지 목했다. 하지만 장미 재배에 대해 꾸준히 공부했고 여러 번의 실패를 거쳐 지금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그는 앞으로 아시아와 동남아를 중심으로 수출 통로를 넓혀나갈 계획이다.

조용성 사장은 “성공적인 농작을 위해서는 재배식물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중요하다"며 "귀농자를 위해 도자치, 농업기술센터 등에서 각종 교육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 농업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을 쌓을 수 있다"며 귀농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보은의 자랑 황토대추를 아시나요

땅은 거짓말 안하는 이유 있네

김종식 아랑농원 사장이 황토대추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 사장은 27년간 농사를 지었지만 지금의 대추가 이렇게 주목받게 될지 몰랐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국토의 중심부인 충남 보은군 회인면 건천리. 이곳 마을 30가구 중 25가구가 대추농가로 대추 재배면적이 30헥타르 규모에 달한다.
 
보은의 땅은 황토 기운이 강하다. 지역 특성상 일조량이 많고 일교차가 크기 때문에 황토 흑에서 재배되는 과일은 당도를 높여주고 품질이 좋은 것이 특징이다. 다양한 황토작물 중 보은의 가장 대표적인 특산물은 황토대추다. 건천리를 포함해 보은군 내 1000여 가구가 대추농사를 짓고 있다.

보은 황토대추의 특징은 당도가 사과나 배보다 높아 과일처럼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일반적인 대추에 비해 알이 굵고 크다.
 
이는 일반 비닐하우와는 달리 비가림하우스를 활용했기 때문이다. 비가림하우스는 일반 비닐하우스와 달리 천장만 가려 비를 맞지 않게 해주는 것. 이를 통해 비와 습도로 인한 낙과를 줄여 생산량을 증가시키고 상품성을 높일 수 있었다 .
 
보은황토대추는 매년 10월 중순 보은대추축제를 통해 전국적으로도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주문판매도 하고 있지만 매번 급속도로 판매돼 물량이 모자를 지경이다. 오는 12월에는 4일간 미국 뉴저지주·원싱턴DC에서 열리는 '한국 임산물특판전'에서 보은 황토대추가 전시·판매될 예정이다.
 
김종식 아랑농원 사장은 "농업기술센터의 재배기술을 배워 국내 최초로 비가림하우수를 이용해 생대추 재배를 하게 됐다"며 “평당 소득이 1만원에서 2만원으로 늘어나 재배하는 맛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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