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어디 갔어? 대박"

매몰비용의 함정/기업들의 '계륵'된 수익사업은?

 
  • 김진욱|조회수 : 1,508|입력 : 2012.01.10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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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영국과 프랑스가 자존심을 걸고 개발했다가 2003년 운항을 중단한 콩코드 여객기. 로밍 서비스의 대중화로 인기를 잃은 위성 휴대폰에 투자를 지속한 모토로라. 이 두 회사의 공통점은 매몰비용의 함정에 빠졌다는 점이다. 행동경제학에서 사용하는 '매몰비용의 함정'은 더 큰 손해를 부르는 인간의 행동양식에 대한 이야기다. 미래에 손해 볼 것이 예상되고 있음에도 그동안 공들인 노력이나 시간, 비용 때문에 포기하지 못하고 사업이나 투자를 이어가는 현상이 여기에 해당한다. 집을 구입하기 위해 무리하게 대출 받았다가 이자 빚에 허덕이고 있는 가계가 좋은 예다. 본전 생각에 집값이 회복되기만을 기다리다가 손실을 키우고 있는 경우다. 매몰비용에 발목 잡힌 가장 흔한 사례는 주식시장에서 찾을 수 있다. 고점에서 물린 주식을 손절매 하려면 굉장한 용기가 필요하다. 소위 '물타기'를 했다가 손실을 키운 사례가 주변에 많은 이유다. 투자에 대한 원칙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 어디 갔어?”
요즘 KBS 2TV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에서 개그맨 황현희가 '미는' 유행어다. 한때 잘나가던 놀이나 아이템 등이 시간이 지날수록 잊혀져가고 있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코믹스런 억양에 담아 툭툭 내뱉는 표현이다.  

야심차게 시작했다 ‘잊혀져가는’ 대기업들의 수익사업을 지켜볼 때면 새삼 이 코너의 포맷이 연상된다. ‘실탄’이 풍부한 대기업들로선 확신에 찬 신규사업이나 오너의 지지를 등에 업은 사업분야에 큰 기대를 걸기 마련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투입된 자금이나 자원에 비해 결과물이 시원찮다면 어떨까? 해당 사업을 추진했던 담당자나 오너나 당황스럽기는 매한가지일 것이다. 

지난해 12월27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조문하기 위해 방북길에 올랐을 당시 언론은 물론 재계의 모든 이목이 집중됐다. 장경작 현대아산 사장까지 대동한 조문행보에서 현 회장은 김 위원장의 후계자인 김정은과의 접견을 가졌다. 이 때문에 교착상태에 놓인 현대아산의 대북사업이 본격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섞인 전망이 다시 나오는 분위기다. 

사실 창업주의 뜻이 담긴 숙원사업이자 대기업으로선 유일하게 북한과의 교류를 통해 이뤄진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은 순탄했다기 보다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관광객 피격사건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현대아산은 관광 중단 전해인 2007년 2500억원대이던 매출이 지난 2010년 반토막 났고 100억원대이던 순익도 200억원대 적자로 돌아서는 등 악화일로를 걸었다. 때문에 현 회장의 이번 방북길을 놓고 단순한 '조문길' 이상의 의미를 주변에서 갖는 것도 의아스럽지는 않다. 

이처럼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은 그나마 절망보다는 희망이 더 보이는 전략사업이다. 문제는 다른 대기업들. 야심차게 출발했던 ‘기대사업’들이 시간을 거듭할수록 그룹 내 ‘애물단지’로까지 전락하는 사례가 최근 들어 적지 않게 포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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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줄 알았는데..." 종합상사, 자원개발 '비상'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종합상사들의 해외자원 개발 사업은 가히 눈부셨다. LG상사가 중국과 인도네시아의 광산사업에 투자했고 SK네트웍스도 브라질 철광석 광산에 올인하며 가시적인 수익창출을 눈앞에 뒀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사들의 거침없는 자원개발 행보에 따른 ‘이상징후’도 동시에 포착되고 있다.

LG상사는 최근 카자흐스탄 '블록8' 유전 광구 탐사를 중지했다. LG상사와 SK가 지난 2006년 지분 50%씩 인수했던 이 광구는 현재 LG상사가 지분 90%를 보유 중이다. 당초 LG상사는 이 광구에 2010년까지 378억원, 지난해엔 90억원 정도를 투입했지만 이번 중지사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증권업계는 이번 블록8 광구 탐사 중단에 따라 LG상사가 300억원 가량의 일회성 손실을 입어 작년 4분기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12월엔 대우인터내셔널도 우즈베키스탄의 35광구와 36광구에 대한 탐사를 중지키로 했다. 회사 측이 밝힌 중지사유는 상업성 있는 탄화수소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 우즈베키스탄 서북부지역에 위치한 이 두 광구는 각각 면적이 2600㎢, 5200㎢로 대우인터로서는 중앙아시아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큰 기대를 걸었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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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태안 태양광 발전소, 삼성에버랜드 태양광발전소

◆'미래동력' 태양광? 지금은 전략수정중
  
사실 종합상사의 자원개발 사안보다도 국내 대기업들의 가장 큰 ‘계륵’ 사업으로 꼽히는 분야는 태양광 사업이다. 기업들이 앞다퉈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삼으며 수년 전부터 추진해왔던 태양광 사업은 최근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태양광 보조금 축소와 전 세계적인 공급과잉으로 인해 기업들이 이 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 작업이 한창이다. 

LG화학은 지난해 6월 김반석 부회장이 직접 태양전지의 원료인 폴리실리콘 생산능력을 최종적으로 연산 2만톤까지 끌어올리겠다는 포부까지 밝혔지만 그해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는 투자를 연기한다고 태도를 바꿨다. 이에 따라 LG화학의 폴리실리콘, LG실트론의 잉곳ㆍ웨이퍼, LG전자의 태양전지 셀ㆍ모듈, LG솔라에너지의 시공으로 이어지는 LG그룹의 태양광 수직계열화 전략은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삼성SDI 역시 오는 2015년까지 태양광 사업에 2조원을 투자할 계획이었지만 경기 불확실성으로 인해 최근 사업 자체를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지난해 7월 삼성전자로부터 이관된 태양광 사업은 당해 3분기부터 실적에 반영됐는데 태양광 모듈가격의 대폭적 하락으로 28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영업이익 감소를 가속화시켰다는 평가가 많았다.

10대 그룹 중 태양광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던 한화그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10년 8월 한화솔라원을 4300억원에 인수하면서 이 사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했던 한화지만 업황 악화로 영업 적자폭이 계속 확대되는 것을 막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2분기 8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한화솔라원은 3분기에서도 57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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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공장 지붕 활용한 태양광 발전소 준공, 가격오른 설탕값

이밖에 SK케미칼은 대만 벤처기업인 SREC와 함께 개발하던 폴리실리콘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고 국내 최대 태양광 업체인 현대중공업 역시 충북 음성의 생산라인 3곳 중 2007년 준공된 제1공장의 가동을 멈춘 상태다.
 
◆그룹 모태사업도 이젠 '계륵'? 

‘세월’의 힘은 기업도 이길 수 없는 것인가. 그룹의 모태사업이었지만 변화한 세태를 따라잡지 못해 불가피하게 ‘계륵’ 사업으로 전락한 경우도 속속 눈에 띈다.  

‘설탕 기업’ 이미지가 강한 삼양사는 해를 거듭할수록 그룹 모태인 설탕 사업에 대한 악재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CJ제일제당, 대한제당과 함께 3대 제당업체로 꼽히는 삼양사는 설탕의 원료인 국제 원당 가격이 급등했지만 정부의 강력한 물가 대책으로 인해 설탕의 수입관세마저 대폭 인하될 예정이어서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실제 제당 3사의 201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설탕사업 부문 누적적자는 1600억~1700억원에 이른 것으로 파악된다.

제일모직의 직물사업도 비슷한 케이스다. 1954년 직물 제조업체로 설립된 제일모직이지만 현재 직물 부문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 밖에 안된다. 그러나 이 사업 부문 마저도 패션사업부로 통합된 지 오래다. 그럼에도 회사측은 향후 직물사업을 고부가 소재 위주로 특화시켜 흑자 기조를 유지해 나가겠다며 이 사업에 대한 애착을 여전히 버리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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