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에 희망 싣고 고향 갑니다"

2012 다시 일어서는 사람들 /노숙인에서 자전거 기술자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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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년간 김정수(가명·67)씨의 마음 속 달력에선 '명절'이 지워졌다. 아내, 그리고 세 명의 아들과 다섯 명의 손주들이 눈에 아른거리지만, 고향으로 간다는 것은 용기를 내기 어려운 일이었다. 지난 2006년 고향인 부산을 떠나온 뒤로 쉼터와 거리를 떠도는 생활을 해오면서 그에게 고향과 가족은 다가갈 수 없는 대상이 됐다.
 
"며칠 전 어머니 제삿날을 앞두고 조카에게 전화가 왔어요. 부산까지 KTX만 타면 금방 내려갈 수 있겠지만, 아직은 …. "
 
그의 말끝이 흐려졌다. 대신 자전거를 조립하는 그의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간다. 김씨는 지난해부터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에 위치한 자전거 재활용 작업장인 '두바퀴 희망자전거'에서 일하고 있다. 컨테이너로 박스로 지어진 작업장이지만, 그에겐  든든하고도 소중한 일터이다. 이곳에서 폐자전거를 수거해 분리하고 조립하는 등 자전거 기술자로 일하고 있다. 오전 9시부터 6시까지의 작업. 일흔을 바라보는 그에게는 고된 일일 수 있지만, 그는 "아직 거뜬하다"며 웃는다. 월급은 98만원. 적은 돈이지만 그에겐 자립을 향한 디딤돌을 쌓아갈 수 있는 값진 소득이다.
 
김씨를 비롯해 이곳에서 함께 일하는 직원 8명은 한때 거리생활의 아픔을 겪었던 이들이다. 김씨에게도 최근 몇 년은 떠올리기도 괴로운 고통의 시간들이었다.
 
"두 바퀴에 희망 싣고 고향 갑니다"

(사진=류승희 기자)

"젊어서부터 수십년간 일궈왔던 건축자재납품 관련 사업이 외환위기 이후 흔들리기 시작했어요. 결국은 빚만 키우다 문을 닫고, 부동산 사업에 새롭게 뛰어들었다가 또 백기를 들었죠."
그렇게 도망치듯이 고향을 떠나게 됐다. "돈을 벌어 다시 돌아갈 것"을 수없이 다짐했지만, 현실은 암담하기만 했다. 허드렛일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정년퇴직의 나이도 훌쩍 지난 그에게 일을 맡기는 곳은 없었다.
 
세상과의 이별만이 유일한 선택인 듯 했다. 그는 "가족에게 돌아가고 싶은데 길이 없었다"고 고개를 떨군다. 절망 속에 '잘못된 판단'을 했고, (자해로) 한쪽 팔을 쓸 수 없게 돼 노숙인 쉼터에서 1년간을 요양하며 지냈다.
 
이후 공공근로사업에 참여하면서 김씨는 새로운 삶의 출발선에 섰다. '두바퀴 희망자전거'에서 일하게 되면서는 다시 꿈도 갖게 됐다. 공공근로사업은 임시적인 일이지만 이곳에서는 지속적인 일자리를 가지며 기술을 익힐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요즘은 유명자전거 회사에서 나오는 제품들도 거의 중국산 OEM 제품인데, 우리 손으로 만든 순수 국산 자전거를 언젠가는 만들고 싶습니다."
 
김씨는 그와 같이 사회 취약계층들의 일자리가 늘어나도록 꾸준한 사회적 관심도 당부했다. "버려진 자전거를 고쳐서 필요한 곳에 전달하면 환경도 보호되고 일자리도 만들어진다"며 수줍게 웃는다. 
 
그 나눔의 일자리를 통해 거리생활을 청산하고 어엿한 노동자로 자리잡아 가는 김씨. 가족 곁으로 다시 돌아갈 '드림 로드'를 위해 그는 쉼없이 폐자전거의 바퀴를 돌렸다.  

■"폐자전거를 기다립니다"
 
'두바퀴 희망자전거'는 지난 2006년 서울시립 다시서기상담보호센터가 노숙인과 쪽방 거주민 등 취약계층의 자립을 돕기 위해 '특별자활사업'으로 시작한 사업이다. 아파트나 공원에 버려진 자전거를 수거해 다시 고쳐서 '재활용 자전거'로 판매하고, 지역아동센터나 홀몸 어르신 등 지역사회 나눔에도 기부 물량을 공급하고 있다. SK 행복나눔재단, 아름다운가게,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이 이들의 자활을 위해 함께 힘을 보태고 있다.
 
오는 2월로 예정된 노동부 사회적기업 인증도 준비하며 한 단계 도약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그런데 최근 부딪힌 가장 큰 어려움은 자전거 수급의 문제다. 자전거 재활용 사업이라 폐자전거 수집이 중요한데 기증의 손길이 뚝 끊겼다.
 
이곳의 오영균 사무국장(사회복지사)은 "요즘 아파트 단지 등에서 못 쓰는 자전거를 고물로 파는 경우가 늘어 자전거 기증을 받기가 어려워졌다"며 "두바퀴 희망자전거에서는 기증도 받지만, 직접 구입도 하고 있으니 많은 분들이 연락해주기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폐자전거 수거 문의 : 02 - 777-8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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