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 강의 듣는 2012년 1월의 중국

World News/홍찬선의 China Report

 
 
기사공유
  • 카카오톡 공유
  • 카카오톡 공유
  • 네이버 블로그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공유
  • url 공유
"자리가 없을지 모르니 1시까지 오세요."
 
토요일인 지난 7일 밤 9시, 칭화대학교 경제관리학원의 차오지앤 씨로부터 핸드폰 문자가 날아왔다. "일요일인 8일, 오후 2시부터 열리는 '중국 및 세계경제포럼; 2012?!'에 참석하려는 사람이 많아 늦게 오면 자리가 없을테니 포럼이 시작되기 1시간 전까지 오라"는 내용이었다.
 
메시지를 보면서 '중국인의 허풍'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평소보다 일찍 서둘러 갔다. 7일 오전 9시30분부터 런민(人民)대학교에서 열린 '제16차 중국자본시장포럼'에서 400개 좌석을 꽉 채우고도 자리가 없어 포럼장 뒤에서 서서 듣는 사람이 많았던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베이징 하이뎬(海淀)구에 있는 칭화대 경제관리학원의 포럼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10분. 포럼이 시작되기 50분 전인데도 벌써 300개 좌석의 3분의 1 정도가 차 있었다. 그래도 '1시간 전까지 오라고 한 것은 심했다'고 생각하며 자리에 앉아 자료를 보고 있으니 1시30분쯤 되자 300개 좌석이 다 들어찼다. 자리가 없는 사람들은 차가운 통로에 신문지를 깔고 앉았고, 통로마저 더 이상 앉을 자리가 없자 포럼장 앞과 뒤의 여유 공간에 사람들이 서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입추의 여지없이 500여명의 열기가 뜨거웠다. 
 
서서 강의 듣는 2012년 1월의 중국

 
영하 8℃의 쌀쌀한 일요일 오후인데도 이처럼 인파를 끌어 모은 포럼 주제는 '중국 및 세계경제포럼; 2012?!'. '새해 경제와 정치 등은 어떻게 될까?'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이 고민을 해결하고, 포럼에 참석해 전문가들의 고견을 들은 뒤 함께 생각하며 고민해보자는 뜻을 담고 있어서일까….
 
인파에 깜짝 놀란 필자는 이날 포럼이 진행되면서 거듭 놀라고 말았다. 우선 포럼이 상당히 실용적이라는 사실이다. 포럼을 알리는 커다란 현수막만 하나 걸어놨을 뿐, 흔한 꽃다발 하나 없었다. 토론자들 앞에는 500cc짜리 생수 한 병씩만 놓여져 있었다. 포럼 진행 중에 구내 커피숍에서 '테이크아웃'한 커피를 한잔씩 돌리는 모습은 투박하면서도 형식보다 실질을 중시한다는 측면에서 참신했다.
 
포럼 진행을 맡은 리다오쿠이 칭화대 교수(겸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의 사회 솜씨도 훌륭했다. 이날 국제관계(1부)와 중국경제(2부)로 나눠 진행된 포럼에는 외국인 3명을 포함해 13명의 전문가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리 교수는 13명의 전문가와 5시간 가량의 토론을, 달랑 A4용지 한장으로 된 메모만 갖고 진행했다. 동시통역으로 진행됐지만, 통역에 시간이 걸리면 외국인과는 영어로 질문했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방면의 전문가들과는 포럼 참가자들이 묻고 싶은, 그러나 토론자들은 얘기하기 곤란한 질문도 거침없이 쏟아냈다. 약간 거품이 있다는 일부 비판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요즘 리 교수가 잘 나가는 이유를 알만했다.
 
포럼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며 경청하는 사람들의 진지한 모습도 경이적이었다. 예정시간인 5시30분을 1시간이나 넘겼고, 중간에 휴식시간도 없이 진행됐는데도 아무런 불평 한마디 없이 포럼에 집중하는 모습에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특히 영어-중국어 동시통역으로 진행됐지만, 통역기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들이 절반을 넘어 중국인들의 영어 구사 능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토론자들이 자료나 메모 없이 구체적 숫자를 제시하면서 자기주장을 거침없이 펴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답변하기 곤란한 사회자의 돌발 질문에 약간 곤혹스러운 모습을 하면서도 성의껏 대답하고, 다른 토론자의 직설적 반론에도 얼굴 붉히지 않고 들은 뒤 다시 반론을 펴는 모습은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이날 뜨겁게 논전이 벌어진 것 중 하나는 중국 부동산 값의 적정성에 관한 것이었다. 천윈펑 베이징밍톈 부동산개발회사 사장이 "베이징 우환(5環, 톈안먼광장에서 4번째로 떨어져 있는 순환고속도로) 이내의 주택가격이 ㎡당 3만위안(약540만원) 정도"라며 "베이징 주택 가격이 비싼 것이 아니라 국민 소득이 지나치게 낮은 게 문제"라는 주장을 폈다. 중국 정부가 근로자 임금을 매년 15~20%씩 인상해 주민소득을 끌어올리겠다는 정책을 연상했는지, 청중들의 상당수는 공감을 표시하는 듯 했다.  
 
서서 강의 듣는 2012년 1월의 중국

 
하지만 위안깡밍 사회과학연구원 거시경제연구소 연구원의 강한 반론이 이어졌다. "미국에서 300㎡ 넓이의 호화주택은 85만달러(약535만위안)이지만 베이징에서는 1000만위안을 훨씬 넘고 일본 도쿄보다 베이징 집값이 비싸다. 우환 이내 주택 값이 ㎡당 2만위안 이내로 떨어져야 한다. 부동산 값이 현재보다 50% 이상 하락해야 중저소득층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해 청중들의 박수를 받았다. 다만 "가격이 떨어지면 주택구입제한 정책 등을 완화할 것이어서 실제로는 그렇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청중들의 고소를 자아냈다. 
 
5시간 가까이 계속된 포럼을 마치면서 토론자들이 한마디씩 한 마무리 발언도 이색적이었다. 상당히 비판적이어서 속으로 적잖이 놀랐다. 후주류(胡祖六) 춘화즈번 회장은 "계획경제는 시장경제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현재 중국은 국가자본주의 형태인데 그것을 지양하고 시장개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윈펑 사장은 "그동안 나라는 부유하고 국민은 가난한 궈진민투이(國進民退) 현상이 심했는데 앞으로는 반대로 나라보다 국민이 부유해지는 궈투이민진(國退民進)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쉬샨다(許善達) 국세청 국장은 "올해 세계 및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고 리스크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어려움 속에 좋은 일이 있다(壞中有好)"며 덕담을 건넸다.
 
중국은 인구가 14억명 가까이 되고, 자원도 풍부하다. GDP(국내총생산)가 세계 2위인 대국이다. 그런데도 중국 사람들은 뭔가 배우려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포럼을 찾아다닌다. 그런데 인구도 적고 자원도 없는 한국은 '중국은 아직 멀었다'며 한수 아래로 보고 공부보다는 폭탄주를 즐겨 마신다. 한국 사람들은 과연 뭘 믿고 그러는 걸까.
 
임진년 흑룡해의 첫 주말에 런민대학과 칭화대학 포럼 장소를 가득 메운 중국인들을 보면서 떠오른 의문과 걱정이다.
 

  • 0%
  • 0%
  • 코스피 : 3211.81상승 13.1911:17 04/19
  • 코스닥 : 1027.16상승 5.5411:17 04/19
  • 원달러 : 1115.00하락 1.311:17 04/19
  • 두바이유 : 66.77하락 0.1711:17 04/19
  • 금 : 65.12상승 0.9511:17 04/19
  • [머니S포토] 4.19 민주묘지 찾은 시민들
  • [머니S포토] 김부겸 "국민에게 도움 주는 정책 새로운 입장 밝힐것"
  • [머니S포토] 신임 총리 지명 당일, 준비단 사무실 찾은 '김부겸'
  • [머니S포토] 경제계 찾은 홍남기 '경제동향 점검 및 정책 추진방향 논의'
  • [머니S포토] 4.19 민주묘지 찾은 시민들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