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 담뱃값 인상의 이율배반

수입 잎담배, 국산의 반값…납득 못할 인상에 비난 '모락모락'

 
  • 이정흔|조회수 : 1,239|입력 : 2012.02.23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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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 말값이 200냥이나 오르는 바람에 병사들과 백성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뭣이? 200냥이나 올라? 긴축재정을 하여라!"

지난 12일 방영된 KBS2 '개그콘서트-감수성' 코너에서 권장군 역할의 권재관과 감수성 왕 역할의 김준호가 주고 받은 대사의 한 대목이다. 최근 담배 가격을 200원 인상한 말보로의 앞글자를 따서 '말(馬)값 200원'으로 풍자한 것이다.

다음날인 13일에는 광화문 광장에 이순신 장군이 등장했다. '무대뽀 가격인상! 국부 유출! 장군~ 말보루를 꼭 척결하겠나이다'라는 팻말을 든 한 시민이 외국산 담뱃값 인상에 반대하며 1인 시위를 벌인 것이다. 대형 포털 사이트에서도 외국산 담뱃값 인상에 반대하는 1만여명 서명운동이 시작됐다.

담배는 소주와 함께 서민의 시름을 달래주는 가장 대표적인 기호품 중 하나다. 안그래도 고물가에 허리 휘어지는 서민들에게 담뱃값 인상이 미치는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계 담배 업체들이 잇따라 가격인상을 단행해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이어지고 있다.
 
◆외국산담배, 입맛 잡았으니 이제 돈 벌 차례?

지난 10일, 말보로와 팔리아멘트를 판매 중인 필립모리스코리아(이하 PMK)가 가격 인상을 선언했다. 말보로, 라크, 팔리아멘트의 가격을 2500원에서 2700원으로 200원 올렸으며 버지니아 슬림은 2800원에서 2900원으로 100원 인상했다. 이로써 국내에 판매 중인 외국계 담배회사는 모두 가격을 인상한 셈이다.

던힐, 켄트 등을 판매하는 BAT코리아와 마일드세븐을 판매 중인 JTI코리아는 지난해 4~5월 제품 가격을 200원씩 올린 바 있다. 그동안 PMK는 기존의 가격을 유지하며 시장점유율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왔다. 실제로 수입담배 시장에서 1위를 달리던 BAT코리아는 가격인상 직후인 지난해 5월 한달 만에 판매량이 30%가량 급감했다. 그 틈을 타 PMK가 선두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PMK마저 가격인상에 동참하자 비난 여론이 더욱 거세지고 있는 형국이다.

업계 관계자는 "담배의 경우 수요가 비탄력적이고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대표적인 제품이다"며 "이들 3개 외국계담배회사들이 시장점유율 40%를 넘어서며 수익을 본격적으로 낼 수 있게 된 만큼 앞으로도 계속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지난 1988년 국내 담배시장 개방 이후 20여년 동안 '시장 확대' 전략을 펼쳐 오던 이 회사들이 본격적으로 '수익성 확대'로 방향을 바꿨다는 분석이다. 비슷한 시기에 잇달아 가격인상을 단행한 이들 업체를 향해 담합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외산 담뱃값 인상의 이율배반

사진=뉴스1 이명근 기자

PMK가 공식적인 가격 인상 요인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의 상승. BAT와 JTI가 지난해 가격 인상을 실시하며 내세웠던 것과 동일하다. 2004년 이후 원자재 가격이 뛰어오른 데다 인건비 부담이 늘고 있어 가격인상은 불가피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이에 대해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2500원짜리 담배 1갑을 기준으로 보면 담배소비세, 교육세 등 부과되는 제세·기금은 62% 정도. 여기에 판매자 마진 10% 안팎을 제외하면 제조업자 몫은 28% 정도다. 때문에 세율 비중이 큰 담배의 경우 통상적으로 정부의 제세·기금 인상수준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그러나 이들 외국계 업체들은 제세·기금의 인상과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가격을 올려 시장과 고객의 신인도를 잃고 있다.

PMK의 2010년 매출액은 4895억원에 이른다. 영업이익은 2004년 221억원에서 2010년 1332억원으로 해마다 평균 34.9%가량 뛰어올랐다. 이와 별도 비용으로 계상되는 로열티도 연평균 13.8%씩 상승, 2010년 기준 418억원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원가 상승요인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해마다 이들의 영업이익과 로열티 수수료는 꾸준히 상승해 왔다"고 꼬집었다.

제조원가 부담이 담뱃값 인상 요인의 하나로 거론되는 것도 흡연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이들 외국계 업체는 수입 잎담배만을 사용하는데, KT&G가 전량 구매해 사용 중인 국산엽은 이보다 2배 이상 비싸다. 따라서 최근 가격 인상을 단행한 이들 외국계 업체보다 실제 KT&G가 가격인상 요인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현재 KT&G는 추가 인상 없이 기존가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1갑에 200원? 한해 1400억원 해외 유출

매년 천문학적인 규모의 돈을 배당금 명목으로 국외로 유출하고 있는 점도 또 다른 논란거리다. PMK는 2009년 729억원, 2010년 942억원의 배당금을 본사에 보냈다. 판매대금의 8.5%에 달하는 로열티 지급 비용 역시 2009년 368억원, 2010년 418억원에 달한다. 이들 업체의 설명처럼 경영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라면 지급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전문가들은 1갑당 200원씩 가격이 인상되면 올해 PMK의 연간 영업이익보다 많은 1400여억원이 배당금과 로열티 비용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2011년 판매량인 8억9000만갑을 기준으로 부가세와 소매인 마진을 제외한 영업이익으로 전망한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이를 빅3 외국계 담배업체로 계산하면 연간 3000억원 가량의 금액이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경계했다.

문제는 이에 비해 외국계 담배업체들이 국내에 기부하는 사회공헌은 인색한 편이라는 것. 가격인상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는 데는 이 같은 원인도 크게 작용한다. 실제로 지난해 4895억원의 매출을 올린 PMK는 기부금이 없다. BAT코리아 3억1000만원, JTI코리아 1억4000만원 수준이다. KT&G가 매년 연 매출의 2% 이상, 최근 5년 동안 평균 576억원을 사회공헌 활동에 집행하고 있는 것과 확연히 대비되는 수치다.

이처럼 비난 여론이 높아지면서 시장에서 이들 업체의 타격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PMK가 담뱃값 인상을 발표한 직후인 지난 9일 사단법인 한국담배판매인회가 전국 흡연자 1022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PMK 담배를 피우는 소비자 가운데 56.6%가 "가격을 올리면 다른 회사 제품으로 바꾸겠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가격이 오르지 않은 대체품이 있기 때문"(40.8%), "가격인상에 수긍할 수 없기 때문"(31.7%)이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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