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헤지펀드시장에 봄날 올까

두달여 설정액 5000억…"성장 잠재력 차원서 접근을"

 
  • 머니S 김부원|조회수 : 4,478|입력 : 2012.03.16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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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고객들이 헤지펀드에 대해 생소해 하고 약간 부담도 느끼는 것 같아요. 한국형 헤지펀드가 도입됐지만 아직 초기단계라 그렇겠죠. 지점에서 헤지펀드를 판매할 수 있지만 저는 아직 판매를 하지 못했습니다."

서울 강남권 증권사 지점에 근무하는 한 PB가 영업 현장에서 체감한 한국형 헤지펀드의 현 모습니다. 한국형 헤지펀드의 가능성을 증명할 만한 운용 성적(트랙레코드)도 없다보니 투자자나 영업사원이나 가입 및 판매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한국형 헤지펀드가 본격 도입된 지 어느새 두달이 지났다. 짧은 기간 동안 외형적인 성장 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특히 시장에서 알려진 수익률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아직 수익률을 논하기엔 이르다는 입장이다. 이제 두달이 조금 지났을 뿐이다. 한국형 헤지펀드시장에도 봄날이 올 수 있을지 금융투자업계의 관심이 높은 시점이다.

◆출범 두달…5000억 규모로 성장

한국형 헤지펀드는 지난해 말 9개 운용사, 12개 상품으로 출범했다. 올해에는 KDB산은자산운용, KB자산운용, 교보악사자산운용 등이 추가돼 12개 운용사, 17개 상품으로 확대됐다.

한국형 헤지펀드의 초기 설정액은 1500억원 수준으로 출범 전 기대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그렇지만 3월 초 현재 설정액은 5000억원을 넘어섰다. 계열 금융사들의 시드머니(운용사 자체 자금과 개인투자자 자금으로 구성) 및 앵커머니(헤지펀드 설정 초기 연기금을 포함한 대규모 투자 자금) 투자 등을 통해 규모가 급성장 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 및 동부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현재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이 설정한 헤지펀드에 자금이 가장 많이 몰렸다.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의 두개 헤지펀드 설정액은 총 1125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헤지펀드 설정액까지 합치면 미래에셋그룹의 헤지펀드 설정액은 1275억원이다. 삼성자산운용은 두개의 헤지펀드를 통해 1069억원의 자금을 설정한 상황이다.

프라임브로커서비스(PBS, 전담중개자서비스) 경쟁에선 대우증권이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 설정액 기준 PBS 점유율을 살펴보면 대우증권이 무려 52%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각각 21%와 18% 점유율로 뒤를 이었다. 현대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각각 6%와 3%의 PBS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형 헤지펀드시장에 봄날 올까

 
◆PBS 선정…자금유치 역량에 달렸다

한국형 헤지펀드의 단기간 설정액 증가폭은 큰 편이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무엇보다 자금유치가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일부 증권사는 고액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헤지펀드를 판매하고 있지만, 대체적으로 시드머니가 설정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형 헤지펀드에 대한 트랙레코드가 없는 상황에서 개인과 기관의 자금을 유치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원형운 동부증권 연구원은 "한국형 헤지펀드에 대한 기관들의 본격적인 투자가 일정수준의 트랙레코드 형성 이후로 늦춰져 운용사들이 초기 자금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결국 앞으로 설정되는 한국형 헤지펀드의 프라임브로커 선정 시 자금유치 역량이 주요 평가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 연구원은 "지난해 12월 이후 추가로 설정된 헤지펀드의 프라임브로커 선정에서는 자금 유치가 주요 포인트였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12월 이후 설정된 5개 한국형 헤지펀드 중 3개의 프라임브로커를 삼성증권이 유치할 수 있던 경쟁력은 결국 고액자산가 및 기관을 대상으로 한 영업망이 뛰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분간 프라임브로커 본연의 역량보다는 자금유치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환경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프라임브로커로서의 역량도 출발점은 달랐으나, 초기 시행착오를 겪은 프라임브로커와 그렇지 않은 프라임브로커 간 경쟁력도 차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수익률 압박…너무 조급해하지 말자

한국형 헤지펀드의 수익률과 관련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시장에 알려진 수익률이 저조하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쏟아지고 있지만, 벌써부터 수익률에 대해 논해선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일부 펀드만이 설정 후 2~3%대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을 뿐 대부분 1%대 이하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올해 증시가 크게 상승하고 있는 것을 감안했을 때 더욱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다.

그렇지만 한두달간의 단기 수익률로 펀드를 평가하는 것은 무리다. 또 운용 전략에서 큰 차이가 있는 일반 주식형펀드와 헤지펀드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해서도 안 된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당국도 한국형 헤지펀드의 수익률이 공개되지 않도록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일부 회사들이 펀드 판매를 늘리기 위해 수익률을 공개하는 경우가 있지만, 운용업계 대부분은 수익률이 공개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금융감독원도 한국형 헤지펀드의 수익률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전화를 통해서도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두달 수익률로 매니저와 회사가 평가를 받다보니 심리적으로도 어려움을 느낀다"며 "이제 시작 단계이므로 너무 섣불리 판단하고 평가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한국형 헤지펀드가 도입된 지 반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익률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너무 조급한 것"이라며 "아직 완숙된 시장이 아닌 만큼 성장 잠재력 측면에서 접근하고 평가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종수 금투협회장 "헤지펀드 진입 문턱 낮춰야"

최근 박종수 금융투자협회장이 헤지펀드의 진입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능력 있는 펀드매니저들이 회사 규모와 관계없이 한국형 헤지펀드를 운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지난 6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헤지펀드의 인가 요건을 완화해 보다 많은 금융투자업자가 헤지펀드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정책 당국과 협의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형 헤지펀드가 성장하기 위해선 회사의 자본 규모 등 외형적인 조건보다 운용인력의 능력을 펀드 인가 요건으로 봐야 한다는 게 박 회장의 견해다. 트랙레코드가 좋은 펀드매니저라면 작은 운용사에 있더라도 헤지펀드를 운용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한편 현재 헤지펀드를 운용하기 위해선 펀드와 일임 자산 규모가 10조원 이상(종합자산운용사 기준)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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