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떠오르는 쌍용차 '먹튀의 악몽'

쌍용차 인수 1년, 마힌드라의 세가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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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고 사태와 상하이자동차 부실 경영 여파로 1.6%까지 떨어졌던 쌍용자동차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올해 2월 현재 2.8%까지 올라섰다. 5%대였던 2007년에 비해 아직은 미력한 수준이지만 회복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상처가 봉합되는 그림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 경영 정상화를 위해 풀어야 할 숙제들이 산재해있기 때문이다. 쌍용차와 마힌드라가 풀어야 할 세가지 과제를 정리해봤다.
 
◆과제1-마힌드라 먹튀 논란

"마힌드라는 상하이차와 다르다."

쌍용차 인수기업인 마힌드라&마힌드라(M&M, 이하 마힌드라)사의 오너 아난드 마힌드라 부회장이 지난 1월 한국 기자들을 인도 뉴델리까지 초청한 자리에서 뱉은 말이다. 외국 기업은 인수 뒤 알맹이만 쏙 빼먹는다는 이른바 '먹튀' 우려를 다분히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 같은 발언이 나온 배경에는 렉스턴과 코란도의 인도 진출과 무관치 않다. M&M은 이날 렉스턴과 코란도C의 인도 수출을 발표했다. 연간 1만대를 목표로 했다. 마힌드라는 인도 차칸 공장에 렉스턴 생산 라인을 조만간 완료한다.

문제는 차칸 공장이 미국 시장에 진출할 SUV나 픽업트럭의 주생산기지로 계획돼 있다는 점이다. 현재는 렉스턴 생산을 CKD(반제품 조립) 방식으로 진행한다. 그러나 마힌드라는 2016년까지 쌍용차와 4개의 신차 플랫폼을 공유한다. 생산기술 누출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여기서 불거진다.

쌍용차는 과거 중국의 상하이자동차에 SUV 기술을 빼앗기고 법정관리란 폭탄만 떠안았다는 논란에 휩싸인 경험이 있다. 그룹 해체로 어려움을 겪었던 쌍용차가 상하이자동차의 인수와 투자포기 발표로 도산 위기에 몰렸던 전철을 다시 한번 밟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달 13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쌍용차 정리해고 철회 촉구 토론회'에서 이종탁 산업노동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쌍용차의 해외진출은 마힌드라의 생산라인을 이용하고 있는데 이는 쌍용차의 설계기술과 생산기술을 고스란히 마힌드라에게 전수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마힌드라가 쌍용차의 완성차 기술을 공유한 상태에서 부품 조달까지 받는다면 쌍용차의 효용가치는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쌍용차 측의 입장은 다르다. 우선 상하이자동차의 먹튀 논란에 대해 "신차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 2000억~3000억원 중 3분의 2 정도가 금형비용인데, 상하이자동차에 600억원에 판매한 비용은 초기 기술 부문이므로 적정 금액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1일 서울중앙지법이 카이런 디젤엔진 관련 영업비밀을 유출한 혐의를 받았던 쌍용차 임직원이 전원 무죄 판결을 받은 것에 대한 자신감으로 비춰진다.

더불어 마힌드라의 기술유출 우려에 대해 쌍용차 측은 "인도 시장에 직접 진출하려면 110%의 관세를 물어야 하지만 현지 파트너와 함께하면 관세가 없어 경쟁력을 갖게 된다"며 "또 마힌드라는 쌍용차가 협력업체에 의존하는 자체 파워트레인 기술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기술 개발능력이 충분해 기술유출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덧붙였다.
 
◆과제2-쌍용차 노조문제

2009년 쌍용차는 경영 정상화를 위해 2600여명의 직원을 해직시키는 선택을 하게 된다. 쌍용차 파업의 시작이다. 당시 파업이 지속되던 77일 동안 대 테러에 준하는 무자비한 공권력이 투입됐다.

파업 이후 21명의 노동자와 가족이 운명을 달리했다. 마침 지난달 15일은 쌍용차 노동자들이 정리해고로 인해 직장을 잃은 지 1000일 된 날이었다.

지난달 28일 국제민주연대 등 19개 단체는 마힌드라에 공개서한을 보냈다. 쌍용차 인수 후 성실히 수행해야 할 사안에 대해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럽다는 내용이었다.

19개 단체는 서한을 통해 마힌드라에 4가지 선결과제를 제시했다. 우선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를 인정하고 2009년 구조조정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 두번째는 잘못된 구조조정으로 인해 억울하게 공장에서 밀려난 무급자, 해고자, 비정규직 노동자, 희망퇴직자를 즉각 복직시켜야 한다는 것. 세번째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억울하게 운명을 달리한 21명의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보상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마지막으로 쌍용자동차를 글로벌기업으로 육성하고자 한다면 '먹튀 자본'인 중국 상하이자동차를 반면교사로 삼아 직접투자를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내용을 제외하면 쌍용차 노조와 관련된 문제다. 그만큼 해고자 복직이 쌍용차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풀어야 할 첫번째 단추라는 주장이다. 경영 정상화 이후 복직을 약속했던 사측의 약속은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은 해외 기관투자자도 제기하고 있다. 네덜란드 APG자산운용은 일주일 앞서 마힌드라에 쌍용차 해직자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를 묻는 질의서를 보냈다. 쌍용차 해직자 문제가 장기화될 경우 마힌드라그룹의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 이 문제를 고려치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처장은 "쌍용차로 인해 국내에서는 인도의 대표기업으로 마힌드라를 꼽는다"면서 "인도 대표기업의 이미지도 고려해야 할 텐데 평택 주민들의 생사가 달린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실망스럽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이에 대해 쌍용차 관계자는 "무급휴직자 460명에 대한 복직시기는 1년 경과 후 2교대 분량이 나오는 시점"이라며 "연간 16만대 이상 돼야 2교대 분량이 가능하기 때문에 복직 문제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올해 쌍용차의 연간 생산계획은 12만대다.
 
◆과제3-신차 출시 공백기 어쩌나

완성차 업계에서 신차 출시는 매출 증대의 원동력이자 기업 성장의 발판이다. 신차가 출시되지 않는 자동차사는 미래가 없는 기업이나 다름 없다. 상하이차가 사실상 사업 포기를 선언하면서 2009년 코란도C의 개발이 중단되자 쌍용차 직원들이 '신차 출시가 없다면 회사의 미래도 없다'며 상여금을 반납해가며 투자를 이어갔던 일도 신차 출시가 자동차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는 증거다.

다행히 지난달 29일 쌍용차 이사회는 소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의 개발을 위해 약 3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투자자금은 쌍용차의 자체자금이 대부분이다. 마힌드라는 개발에 대한 측면지원을 하겠다고 했지만 '필요한 경우'라는 단서를 달았다. 마힌드라의 추가 투자는 약속이 아닌 선택일 뿐이다.

더 큰 문제는 소형 CUV의 출시 전까지 쌍용 브랜드를 달고 나올 만한 마땅한 차량이 없다는 점이다. 신차개발기간이 통상 3년 이상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소형 CUV는 2015년께나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로디우스와 렉스턴 출시가 계획돼 있지만 성능개선이나 외관 변경 모델 수준이다. 지난해 말 4년이라는 기간 동안 우여곡절 끝에 출시한 코란도C가 거의 유일한 신차인 셈이다.

쌍용차 측은 완성차 회사의 생존 조건에 대해 "1년에 적어도 한번씩 신차가 출시돼야 하는 것이 맞다"며 "신차만큼은 아니지만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통해 내년까지 버티면 승산이 있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투자가 잘 이뤄져야 한다"고 답했다. 쌍용차 인수 1년을 맞은 마힌드라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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