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에 부는 女風 '점점 거세진다'

분야 불문 증가세… 구색 맞추기 아닌 실력으로 중책

 
  • 김부원|조회수 : 3,373|입력 : 2012.04.05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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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숫자와의 싸움. 증권업과 관련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이다. 그렇다보니 증권 업무는 여성보다 남성들에게 더 어울린다는 고정관념을 갖기 쉽다. 그러나 뭐든지 절대적인 것은 없다. 증권업계에서도 여성의 입지가 갈수록 넓어지고 있는 추세다. 직원의 남녀 성비만이 아니라 하나의 팀과 부서를 이끄는 중책도 당당히 여성들이 맡고 있는 것이다. 
 
◆증권업계에 솔솔 부는 '女風'
 
직원 중 여성의 비율을 살펴보더라도 증권업계가 더 이상 남성의 독무대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 4명 중 1명은 여성이며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의 경우도 6명 중 1명은 여성이다. 자산관리 프라이빗뱅커(PB)도 3명 중 1명이 여성인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초 기준으로 국내 10대 증권사 리서치센터 소속 연구원 558명 가운데 여성은 140명으로 25.1%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 한국투자증권은 71명 중 25명(35.2%)이 여성으로, 대형 증권사 중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증권가에 부는 女風 '점점 거세진다'

사진 류승희기자
 
미래에셋(33.3%), 삼성(31.1%), 하나대투(30.0%) 등도 여성비율이 30%를 넘었다. 중소형 증권사인 토러스투자증권은 27명의 연구원 중 리서치센터장을 비롯해 10명(37.0%)이 여성으로, 업계 최고 비율을 나타냈다.

자산운용업계에도 여풍이 거세다. 국내 자산운용사 공모펀드 매니저 590명 중 여성은 90명(15.3%)에 달한다. 2010년 1월 10.2%, 지난해 같은 달에는 13.1%로 상승한데 이어 올해에는 15%를 넘은 것이다. 

PB의 경우 3명 중 1명이 여성으로, 삼성증권의 경우 전체 PB 1115명 중 여성이 365명(32.7%)이다. 1000억원 이상을 관리하는 마스터PB 24명 중에선 여성이 7명으로 29.2%에 달한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주식 브로커리지만이 아니라 자산관리에 이르기까지 증권사의 주요 업무가 폭넓어지고 있다는 점도 여직원의 비율을 늘린 이유 중 하나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女風의 상징' 증권사 여성임원

탁월한 업무능력을 보여준 여성들은 당당히 임원직의 한 자리를 꿰차기 마련. 아직 증권사에서도 남성임원이 절대적으로 많지만 여성임원의 비중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증권의 경우 박미경, 최선희, 이명희, 홍은미 상무 등 여성임원이 무려 네 명에 달한다. 박미경 상무는 증권업계 최초 여성임원으로 잘 알려진 증권인이며, 최선희 상무는 IB(투자은행)업무에 전문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홍은미 상무는 갤러리아지점 주재임원, 이명희 상무는 서초G-Five지점 주재임원으로 있다.

증권가에 부는 女風 '점점 거세진다'

 
삼성증권에는 이재경, 박경희 상무 두 명의 여성임원이 있다. 영업추진담당 이재경 상무는 2010년 말 삼성증권의 첫 여성임원으로 이름을 올렸으며, 지난해 임원이 된 박경희 상무는 UHNW(초고액자산관리) 사업부를 이끌고 있다.

오세임 우리투자증권 상무, 심미성 KTB투자증권 상무, 전진희 미래에셋증권 이사(압구정지점장), 신윤주 신영증권 이사(해운대지점장), 김영미 SK증권 본부장(BOC센터장) 등도 각 증권사를 대표하는 여성임들이다.

◆리서치와 주식운용 부분도 '女風'

리서치와 주식운용 부분에서도 여성의 힘이 느껴진다. 지난해 토러스투자증권은 신임 리서치센터장에 이원선 이사를 임명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 이사는 역대 두 번째, 그리고 현직으로는 유일한 여성 리서치센터장이다.

대중들이 흔히 남성의 직업처럼 여기는 펀드매니저 중에서도 여성 본부장이 있다. 올해 초 삼성자산운용은 성장(Growth)주식운용 1·2 본부, 핵심(Core)주식운용본부, 가치(Value)주식운용본부 등 4개 본부로 조직을 개편면서 가치운용본부에 민수아 본부장을 발탁했다. 

김유경 알리안츠GI자산운용 이사에 이어 국내 두번째, 삼성자산운용에서는 첫 여성 본부장이다. 민 본부장은 가치주와 중소형주에 특화된 펀드를 전담하고 있다.


[증권사 여성 임원 3인방의 조언]
 
어쩌면 선배들의 조언이 교과서적인 얘기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가장 기본적인 것을 지키지 않거나 초심을 잃고 방황하는 게 사실이다.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는 계기로 삼기 위해 3개 증권사의 여성 임원들로부터 후배, 특히 여성 증권인들을 위한 조언을 간단히 들어봤다.

 
증권가에 부는 女風 '점점 거세진다'

사진 류승희기자

▶오세임 우리투자증권 오퍼레이션&테크놀로지 상무
"여성? 능력? 불평하지 말자"

오세임 우리투자증권 상무는 씨티은행, 바클레이즈은행, 골드만삭스은행 등을 거치며 증권금융업계의 베테랑이 될 수 있었다. 특히 오 상무는 외국계 은행에서 오랜 기간 일했기 때문에 글로벌 금융기관의 영업 및 조직운영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으며, 다양한 전산개발에도 참여했을 만큼 IT분야에도 능통하다.

그러나 1983년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과거 한국 사회의 여성들이 사회생활을 하며 부딪칠 수밖에 없었던 어려움과 한계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잘 알고 몸소 느꼈다. 그래도 그런 주변 환경과 통념에 개의치 않았다.

오 상무는 "여성이기 때문에 사회나 회사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며 불평하거나 핑계거리로 삼진 않았다"고 말했다. 사회생활을 하며 겪게 되는 어려움들은 오직 자신에게 문제가 있어서 생겼다고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더욱 채찍질했던 것이다.

그는 "누구 못지 않은 열정과 호기심이 나의 경쟁력이라 생각한다"며 "사회의 편견에 개의치 않고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임한 덕분에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후배들도 지금 무엇을 잘 하느냐가 중요하진 않으니, 앞으로 목표한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인생을 멀리 보면서 도전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증권가에 부는 女風 '점점 거세진다'

사진 류승희기자

▶이재경 삼성증권 영업추진담당 상무
"여성에게 필요한 것은 융통성"

인텔코리아와 씨티은행을 거쳐 2002년부터 삼성증권에 둥지를 튼 이재경 상무. 그는 증권업계에 몇 안 되는 여성 임원이면서 삼성증권의 첫 여성 지점장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이 상무가 마냥 순조롭게 현재 자리까지 오른 것은 아니다.

신뢰와 책임감이란 단어를 항상 마음속에 담고 실천하려 했으며, 남들보다 한발 앞서 생각하고 실행하기 위해 노력했다. 직장인이자 한 가정의 어머니 역할까지 하는 것도 쉬운 게 아니었다. 그래도 그는 가족들이 응원하고 도와줬기에 큰 힘이 됐다면서 가족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당연히 여성 신입사원들은 이 상무를 롤모델로 삼고 싶어 한다. 그런 후배들에게 이 상무가 당부하는 것은 융통성이다. 그는 "여성들이 남성들 이상으로 합리적이고 정의감이 강한 편"이라며 "물론 좋은 점이지만 반대로 소통을 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신이 세운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 이상으로 이해심, 포용력, 배려, 양보 등도 필요하다"며 "합리적인 것에만 집착하다보면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 쉽지 않다는 사실도 알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증권가에 부는 女風 '점점 거세진다'


▶전진희 미래에셋증권 이사(압구정지점장)
"열정, 욕심, 창의적 생각 갖기"

전진희 미래에셋증권 이사도 신입사원 시절에는 지점 창구에서 일하는 평범한 여직원이었다. 그러나 마음가짐은 남달랐다. 증권업계에 처음 발을 들여놓으면서부터 지점장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결심한 것.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전 이사는 "단순히 금융상품을 파는 증권사 직원이 아니라 고객들에게 신뢰를 주는 게 최우선이라 생각했다"며 "컴퓨터가 없던 시절 고객에 대한 모든 것을 노트에 빼곡히 메모하면서 고객이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하고 배려하려 했다"고 회상했다.

특히 전 이사는 남녀를 불문하고 후배들에게 목표를 크게 가지라고 조언한다. 그는 "요란한 빈 수레만 아니면 된다. 목표를 크게 갖고 도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당연히 열정과 욕심이 필요하고 기존 틀에 박혀있지 않으려는 창의적인 생각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뛰어난 여성 PB들을 육성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전 이사는 "종종 다른 지점을 찾아 후배들에게 강의를 하고 있는 데 앞으로도 후배들과 만남을 더 많이 갖고 싶다"며 "고객에게는 감동을 주는 증권사이자 지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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