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비와 당 현종, 開元之治와 장한가

World News/홍찬선의 China Report<21>

 
  • 홍찬선|조회수 : 1,829|입력 : 2012.05.0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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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중국은 가깝고도 먼 나라다. 비행기로 2시간도 채 안 걸린다. 1년에 왕래하는 사람이 600만명을 넘고, 교역량도 2000억달러를 초과했다. 5000년 역사도 함께 하고 있다. 하지만 1948년부터 1992년까지 국교가 단절돼 있던 44년 동안, 매우 멀어졌다. 아직도 생각과 체제에서는 좁혀야 할 게 많다. 차이나 리프트는 홍찬선 머니투데이 베이징 특파원이 2주에 한번씩, 먼 중국을 가깝게, 가까운 중국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물고기도 물에서 가라앉고(沈魚) 달도 구름에 숨으며(閉月) 날아가던 기러기가 떨어지고(落雁) 꽃도 부끄러워한다(羞花)'.

중국의 4대 미녀를 가리키는 말이다. 침어(沈魚)는 춘추전국시대 월(越)의 서시(西施)를 가리키고, 폐월(閉月)은 동한(東漢) 말기의 초선(貂蟬)이다. 낙안(落雁)은 한조(漢朝) 원제(元帝)시절의 미녀였으며, 수화(羞花)는 당조(唐朝) 현종(玄宗)과 한바탕 사랑 놀음을 하던 양귀비(楊貴妃)를 뜻한다.

루산의 폭포를 삼천척(약 900m)이나 된다 하고, 산을 뽑을 정도로 힘이 세다는 등 과장이 심한 중국인으로서 4대 미인을 '폐월수화지모(閉月羞花之貌) 침어낙안지용(沈魚落雁之容)'이라고 한 것은 그다지 과장이 아닐지 모른다. '미인박명'처럼 슬픈 삶을 살았던 그녀들에게 그 정도의 과장은 약간 위안이 될 수 있어서다.

4대 미녀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는 서시를 보자. 그녀는 월나라가 오(吳)에 대패하고 월의 왕, 꺼우지앤이 인질로 잡혀가자 강가에서 머리를 감고 시를 읊으며 망국의 한을 달랬다고 한다. 그때 강가에서 머리를 감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을 잊고 쳐다보다 가라앉았다는 게 바로 침어의 고사(古事)다.

당시 그녀가 쓴 시 가운데 아직도 즐겨 읽히는 시가 바로 "해마다 봄은 오는데 봄을 볼 수 없고, 맑은 물에 머리를 감아도 망국의 한을 씻기 어렵네(春色年年有 年年不見春 浣沙水淸淸 難洗亡國恨)"라는 시다.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문재와 철학도 있었던 것이다.

양귀비와 당 현종, 開元之治와 장한가

양귀비탕
 
재색과 철학까지 겸비한 서시는 월 재상인 판리의 눈에 띈다. 오에서 풀려나 월의 재상이 된 판리는 꺼우지앤과 함께 와신상담하면서 복수를 준비한다. 이때 판리는 서시를 오의 왕, 푸차에게 보내는 미인계를 쓴다. 서시는 오로 가서 재색으로 푸차를 무장해제시켜 망하게 한다. 망국의 한을 씻은 것이다.

달도 숨게 할 정도로 예뻤던 초선의 삶도 슬픔의 연속이었다. 동한 말기의 쓰투(司徒:중요한 직책 중 하나), 왕윈의 의녀(양녀)였던 그녀는 한을 구하기 위해 몸을 바친다. 당시 황제였던 쉬앤띠를 종이호랑이로 만들고 실권을 휘두르던 동주어와 리뿌를 반목하게 하는 연환계(連環計) 역할을 한 것.

나관중(羅貫中)이 쓴 <삼국지연의> 제8장에도 소개돼 있는 초선의 비극 스토리는 이렇다. 초선은 리뿌의 질투심을 유발시켜 동주어를 살해하도록 하고 리뿌와 함께 살았다. 하지만 리뿌는 차오차오에게 패했고, 그녀도 차오차오에게 살해당했다.

날아가던 기러기가 그녀를 보고 반해 떨어졌다는 왕소군(王昭君)은 한(漢) 원제시절, 흉노와 화친을 위해 공납됐다. 그녀의 희생으로 한과 흉노는 50여년 동안 국경 전쟁을 없애고 두 민족이 공존·공영하는 태평성대를 누렸다.

양귀비는 3000명의 후궁 가운데 당 현종(리룽지)의 총애를 한몸에 받는 행복을 누렸다. 하지만 즉위한 뒤 28년 동안이나 정치를 잘해 태종 리스민의 '정관지치'(貞觀之治)와 함께 '개원지치'(開元之治)란 태평성대를 만들었던 현종을 '안사지란'(安史之亂:안뤼산-스스밍의 난)의 구렁텅이로 떨어뜨렸다. 서시와 함께 나라를 망하게 하는 미모라는 뜻의 경국지색(傾國之色)이라는 오명을 쓰고, 결국 마웨이포라는 곳에서 38세의 젊은 나이로 죽임을 당했다.

4대 미인은 한때 실력자의 이성을 마비시킬 정도로 예뻤지만 아무런 결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각각 하나씩의 약점을 갖고 있었는데, 이것이 새로운 발명으로 이어졌다. 서시는 다리가 굵고 커 그것을 감추기 위해 긴 치마를 만들도록 했다. '사상 최초 여간첩'이란 별명도 갖고 있는 초선은 한쪽 눈은 크고 다른 눈은 작은 짝짝이 눈인데다 귀가 작아 큰 귀고리를 발명하는 계기가 됐다. 왕소군은 한쪽 어깨가 쳐져 이를 감추기 위해 어깨에 두르는 숄더를 만들었다. 

양귀비는 암내가 많이 나서 목욕을 즐겼고, 이에 따라 '꽃 목욕'을 만들어 냈다. 그녀는 꽃 목욕뿐만 아니라 화칭츠(華淸池)와 <창한꺼(長恨歌)>를 통해서도 중국 후손들에게 돈을 벌도록 하고 있다. 양귀비가 꽃 목욕을 즐겼던 곳이 바로 시안의 린통에 있는 화칭츠다. 화칭츠 유적에는 그녀가 꽃 목욕을 즐기던 '양귀비탕'이 남아 있다. 그 탕과 화칭츠를 보기 위해 100위안(1만8000원)의 입장료를 내는 사람이 줄을 잇고 있다.
 
양귀비와 당 현종, 開元之治와 장한가

창셩뎬

화칭츠 옆에는 당 현종과 사랑을 나누던 창셩뎬(長生殿)이 복구돼 있다. 원래는 리산 정상에 있었지만, 지금은 산 아래로 옮겨져 복원됐다. 장셩뎬 앞에는 인공호수가 있다. 복원된 창셩뎬에서 당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 얘기를 춤으로 만든 무극 <창헌꺼>가 상연된다. 2007년부터 매년 칭밍졔(4월5일 전후)에 시작돼 10월까지 이어진다. 바이쥐이(白居易)의 시, '창헌꺼'를 무극으로 재구성한 <창헌꺼>는 시안시의 새로운 명물과 관광 수입원이 되고 있다.

VIP석은 1000위안(18만원)이나 되고 가장 싼 변두리 좌석도 200위안(3만6000원)이다.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지난해 5300달러(3만3000위안)이고, 농민공의 한달 월급이 2000달러 안팎인 것을 감안할 때 입장료가 매우 비싼 편이다. 하지만 관람객은 장사진을 이룬다. 외국인 관광객도 보이지만 대부분 중국인이다.

<장헌꺼>의 주요 무대는 복원된 창셩뎬이다. 창셩뎬 뒤의 리산을 배경 삼아 별과 달을 연출한다. 그 큰 스케일에 관객들은 환성을 터뜨린다. 창셩뎬 앞 호수의 분수는 폭우 효과를 낸다. 당 현종이 안록산 난을 피해 피난가면서 양귀비와 사별할 때의 폭우를 재현하면서 관람석까지 물방울이 튄다. 안록산이 궁궐로 진격하며 쏘는 대포와 궁궐이 불타는 모습은 호수에 약간 기름을 부어 불이 달아오르도록 연출한다.

단지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비극적 삶을 살았다는 점에서 아직도 중국인의 입에 오르내리는 4대 미녀. 예뻐서 슬펐던 그녀들의 삶은 중국인들이 시와 드라마, 영화 등으로 되살리고 있다. 문화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21세기에 4대 미녀의 비극은 두고두고 상상력을 뒷받침하는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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