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강남" vs "이제는 서초"

강남권 중심지 경쟁

 
  • 이건희|조회수 : 10,185|입력 : 2012.05.15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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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곳이 어디냐고 물으면 강남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서울시에서 발표한 올해 1월1일 기준의 개별공시지가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곳은 강북의 중심지인 중구 충무로1가 24-2가 7년째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지하철 4호선 명동역 6번 출구 근처에 위치한 이곳은 ㎡당 가격이 6230만원으로 3.3㎡(1평)당 가격은 2억559만원에 달한다. 화장품 판매점인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점이 이곳에서 영업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땅값이 가장 비싼 지역은 역시 강남권이라 할 수 있다. 강남·서초·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 3구'는 땅 면적이 전국의 0.1%에 불과하지만 땅값 총액은 우리나라 전체 땅값의 10%를 차지한다.
 
"그래도 강남" vs "이제는 서초"

◆강남역 사거리 땅값, 명동의 70% 육박

강남권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곳도 강남역 10번 출구 앞 서초구 서초동 1318-2~1318-5 일대로, ㎡당 개별공시지가가 4380만원으로 평당 가격은 1억4454만원이다. 강남역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뻗은 강남대로의 서측은 서초구, 동측은 강남구다. 강남역 사거리에서 강남구 쪽에 위치한 11번 출구 앞인 강남구 역삼동 820-9의 ㎡당 가격은 4190만원으로 평당 가격은 1억3827만원이다. 상업지역으로는 강남역과 강남대로를 가운데 두고 강남구와 서초구의 땅값이 팽팽한 가운데 서초구 쪽의 땅값이 강남구보다 약간 더 높게 형성돼 있다.

명동권은 전통적으로 오래전부터 서울에서 상업의 중심지인 반면, 강남권은 한강 남쪽이 개발된 이후 신흥 상업지역의 중심지로 부상했다. 1990년대부터 2007년까지 강남역 사거리 지역의 땅값은 명동지역 땅값의 절반 수준을 유지했었다. 그러다 2008년 이후 명동지역의 땅값 상승세는 정체 상태에 들어선 반면 강남역 근처의 땅값은 상승폭을 늘리면서 명동과의 가격 차이를 좁혔다. 올해 1월1일 개별공시지가 기준으로 명동 땅값의 70% 수준까지 올라왔다.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를 보이고 있지만 강남권 상업지역은 꾸준히 성장해온 것이다.

강남역에는 신분당선이 들어서면서 분당 및 용인지역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길목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강남역에서 한블록 떨어진 신논현역은 한강 이남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황금노선 9호선의 핵심역으로 강남역 최고의 상권이 신논현역 쪽으로 확대되고 있다. 강남역 지역은 계속 성장하고 명동지역은 현상태를 유지하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언젠간 두 지역의 땅값이 비슷해지거나 역전현상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강남권 중 기업건물이 가장 밀집한 대표적인 곳은 예전엔 강남구의 테헤란로였다. 사무실 임대료는 테헤란로 일대가 최고수준이었다. 테헤란로의 동쪽 끝이 삼성역, 서쪽 끝이 강남역으로, 이들 지역은 기업건물의 배후지 역할을 하며 상업지역으로 성장하기에 수월했다. 그러다 최근 들어 대규모의 '삼성타운'이 강남역 인근 서초동에 들어서면서 서초구 쪽의 직장인 왕래가 크게 늘어났다.

더욱이 삼성타운 바로 옆에 위치한 서초동 롯데칠성부지에는 55층 높이의 도심형 상업시설인 '롯데타운'이 조성될 예정이어서 서초구가 상업 중심지역으로서의 높은 성장성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서초동의 정보사 부지에는 국제교류 컨벤션센터와 문화시설, 대중공연 전용관, 공원 등을 갖춘 복합문화클러스터도 들어설 예정이다. 따라서 서초구는 기존 '예술의 전당'과 더불어 최고의 문화시설을 갖춘 지역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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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권 아파트값 변화조짐 보여

서울의 주택시장은 아파트시세가 아직 살아나지 못했지만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지난해보다 평균 6.2%나 올랐다. 용산역 주변의 지역개발 호재를 가진 용산구가 10% 이상 오르면서 상승폭이 가장 컸지만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권에서도 7~8%대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단독주택은 재개발과 재건축 등으로 사라지는 것들이 많아서 지난해 37만7000가구보다 6700가구나 줄었다. 서울에서 변두리 그린벨트지역을 제외하고는 시내에 아파트를 새로 지을 빈 땅이 많지 않지만 오래된 아파트를 재건축할 때 용적률을 높여서 세대수를 늘리고, 단독주택지역이 아파트단지로 바뀌면서 아파트는 계속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주택지역은 아무래도 아파트단지를 중심으로 파악할 수밖에 없다.

강남권 아파트는 근래 부동산 조정기에 다른 지역의 아파트보다 큰 하락폭을 나타내면서 거래도 크게 줄었다. 강남권 재건축아파트 가격은 4월부터 주춤하지만 3월까지는 12개월 연속 하락해 2003년 1월 이후 가장 긴 하락기간을 이어갔다(닥터아파트 조사 결과). 일반 아파트 역시 지방이 오르는 동안에도 서울은 지난 3월까지 5개월 연속 하락했다(국민은행 부동산자료). 강북지역이 전월대비 0.1% 하락한 것에 비해 강남지역은 0.2% 하락, 매수세 위축 현상은 여전히 강남권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이처럼 전체적으로는 강남권 아파트가 소강상태를 이어가는 가운데 새로운 변화의 조짐도 보인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2003년 시세조사 이후 강남구 아파트는 서초구에 비해 평균 매매가가 언제나 높았다. 2003년 아파트 평균 매매가를 보면 강남구가 서초구보다 1.127배 높았으며, 아파트가격이 정점을 찍은 2006년에도 서초구보다 강남구가 더 많이 올랐다. 2007년부터 아파트가격이 꺾일 때도 두 지역의 아파트가격 차이는 계속 확대돼 강남구의 아파트가 서초구보다 1.1434배 더 비싼 가격을 기록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강남권 아파트의 하락세가 이어졌는데 서초구보다는 강남구에서 하락폭이 더 컸고 그 결과 가격 차이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올 3월30일 기준으로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서초구가 강남구(10억8409만원)보다 645만원 더 높은 10억9054만원을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역전했다.

이렇게 된 데는 근래 서초구에 입주한 아파트들이 높은 가격을 형성한 배경이 작용했다. 3410세대의 초대형단지인 반포자이는 전용면적 85㎡ 아파트의 평균 실거래매매가가 올해 1분기에 13억1938만원이었고, 2444세대의 래미안퍼스티지는 13억7708만원이었다(국토해양부자료).

강남구에서 최고수준을 유지하는 도곡렉슬도 3002가구로 이뤄진 초대형단지인데 같은 평형의 평균 실거래매매가는 11억5000만원이다. 이는 앞서 살펴본 서초구의 최고가 아파트에 비해 낮다. 올해 1분기 실거래전세가를 보면 전용면적 85㎡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격이 반포자이가 7억3286만원, 도곡렉슬이 6억3093만원에 형성됐다.
 
"그래도 강남" vs "이제는 서초"


◆서초구, 주거지로 각광받는 이유

서울 아파트의 전세비율 평균값은 강남지역의 경우 47.67%, 강북지역은 53.0%로 나타났다(국민은행 부동산, 2012년). 즉 강남권 일반 고가아파트는 강남권 전체 아파트의 전세비율보다 훨씬 더 높게 형성되고 있다. 강남권에 많이 분포한 재건축 추진 중인 아파트의 전세비율이 매우 낮기 때문에 강남권 아파트 평균 전세비율을 낮추는 착시현상이 생긴 것이다.

강남권 고가아파트에 국한해 전세비율을 보더라도 강북지역 전체 아파트의 평균과 비슷하거나 또는 오히려 더 높게 형성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부동산 침체로 강남권 고가아파트에 대한 투자수요는 줄어들었지만 순수 실거주수요는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강남권에서도 서초구가 주거지로서 더욱 부상하는 데는 신규로 대단지 아파트촌이 형성되는 것뿐만 아니라 고가의 주택지가 되기에 유리한 주거여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서초동에 생겨난 대규모 삼성타운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연봉이 가장 높은 직장인에 속하며, 역시 인근 서초동의 법조타운에는 연수입이 가장 많은 자영업자의 사무실이 많다.

이곳은 대법원, 가정법원, 대검찰청, 지방검찰청 등이 모여 있는 곳으로, 법조인과 그에 관련되는 사람들이 붐비는 한국 최고의 상류층 지역이다. 약 400만권에 달하는 방대한 자료를 소장하고 있는 '국립중앙도서관'과 오페라하우스, 음악당, 미술관, 서예관, 예술자료관, 야외극장을 갖추고 있는 한국 최고의 복합문화예술공간인 '예술의 전당' 등 국가대표급 문화시설도 서초구에 위치해 있다.

교통 면에서는 서울에서 최고의 교통요지인 강남역 사거리와 고속터미널역이 서초구에 위치해 있다. 지하철 노선이 5개(2호선, 3호선, 7호선, 9호선, 신분당선)나 있고 수도권 남쪽으로 가는 빨간색 버스의 노선 대부분도 강남역과 양재역에서 출발한다.

승용차로 지방에서 올 때도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오면 곧바로 서초구이기 때문에 시내의 교통체증 영향을 최소로 받는다. 또 고속터미널, 남부터미널, 고속도로 IC가 있기 때문에 근무지가 서울과 지방으로 갈려 있는 맞벌이부부가 서울에 거주할 때도 선호되는 곳이다. 이처럼 바쁜 현대생활에서 실주거지로서의 유리한 조건도 서초구의 주거수요를 늘리는 원인이 된다.

반면 강남구는 강남권 개발 이후 최고의 부촌으로 명성을 이어왔다. 한때 최고의 부촌으로 여겨지던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와 그 이후 사교육의 메카로 부상한 대치동, 타워팰리스로 대변되는 도곡동 등이 강남구의 상징적인 부촌 동네라 할 수 있다. 연예인들은 청담동 인근에 주택이나 상업용 건물들을 많이 소유하고 있다. 이처럼 근래 들어 발전속도가 두드러지는 서초구와 기존 명성이 화려한 강남구 중 어느 지역이 강남권 핵심지역으로 자리매김하게 될까.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3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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