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적인 그녀>가 사랑을 기약한 곳, 정선

[머니위크]장태동의 여행일기/정선 타임캡슐공원·정암사·덕우리

 
  • 장태동|조회수 : 3,293|입력 : 2012.05.27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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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 들꽃이 화려하게 피었고 꽃 뒤로 배경처럼 옥빛 물이 흐른다. 여울에서 부서진 물이 하얗게 일어서고 그 물길 따라 눈을 돌리면 물길을 비호하듯 뼝대가 휘달리고 있다. 다시 덕우리 마을로 나온 것이다. 이곳이 정선이다. 
  
◆사랑으로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방제리 새비재 고랭지 채소밭에 소나무 한 그루가 있는 데 그곳이 영화 <엽기적인 그녀> 촬영장소다. 지금은 소나무 주변을 ‘타임캡슐공원’으로 꾸며 여행자를 맞이하고 있다. 

정선 남부에 있는 신동읍소재지 예미역에서 421번 도로를 타고 함백역 방향으로 가다가 함백다목적복지회관을 지나 약 100m 정도 가다보면 길 오른쪽으로 타임캡슐공원으로 올라가는 길이 나온다. 길 이름도 아예 ‘엽기소나무길’이다. 그 길을 따라가면 타임캡슐공원 주차장이 나온다. 주차장 바로 위가 공원이다.

실연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한 여주인공 그녀(전지현 분)와 그런 그녀에게 동정심을 갖고 있는 견우(차태현 분)가 만들어 가는 사랑이야기 <엽기적인 그녀>. 영화에서 그녀와 견우가 소나무 아래 편지를 넣은 타임캡슐을 묻는다. 영화가 유명세를 타고 난 뒤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 소나무를 찾아 하나둘 모여들었다. 
 
<엽기적인 그녀>가 사랑을 기약한 곳, 정선

타임캡슐공원 엽기소나무

당시만 해도 고랭지 배추밭에 덩그러니 서 있는 나무 한 그루에 불과했으나 사랑하는 연인들은 그 나무 아래 앉아 잠시라도 함께 바람의 결을 나누고 한결 같은 사랑을 약속했다.

그 소나무는 사람들 사이에서 ‘엽기소나무’로 통했고 정선군은 그 주변을 타임캡슐공원으로 꾸몄다. 그리고 그 소나무에 이르는 구불거리는 산길에 ‘엽기소나무길’이라는 이름을 지은 것이다.

엽기소나무가 있는 공원에 서면 구불거리는 능선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산을 넘어온 바람은 한 시도 쉬지 않고 불어댄다. 그 바람을 다 맞으며 서 있는 연인들의 옷깃이 펄럭이고 머리는 헝클어진다. 맑고 시원한 자연에 흠뻑 젖어 속 시원한 풍경을 함께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사랑은 더 깊어지고 넓어질 것 같다.

게다가 그곳에는 사랑의 약속이자 상징이 되어버린 ‘엽기소나무’가 있지 않는가.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풋사랑도 좋고,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열정적인 사랑도 좋고, 흰 머리 느린 걸음으로 오래도록 함께 한 해로도 그 곳에서는 다 괜찮겠다 싶다.

그래서일까? 공원 한쪽 언덕에 할미꽃이 피었다. 멀리서부터 달려온 산줄기들의 거친 숨소리도, 산의 품에 안긴 신록의 푸르른 합창도 굽은 허리 할미꽃 앞에서는 다 숨소리 잦아들며 새근거린다.
 
<엽기적인 그녀>가 사랑을 기약한 곳, 정선

타임캡슐공원 의자. 바람이 잦아들지 않는 이곳에 앉아 있으면 상쾌하다.

또 다른 한쪽 언덕에 놓인 의자는 바람이 쉬어가는 곳 같다. 빈 의자 앞으로 하늘과 능선이 맞닿은 풍경이 펼쳐지는 데 그 곳에 앉으면 맑고 시원한 공기와 푸른 숲, 자연에 물들 것 같다.

세상 모든 것에 통하는 말 ‘사랑’. “촛불 속 손가락이 견딜 수 있는 시간만큼만 사랑하게 해준 다면 내 다시 한번 사랑을 하리라”라고 외친 한 시인의 절절한 사랑이 언덕 위 소나무를 스쳐가는 바람결에서 느껴지는 것을 왜일까?

공원을 찾은 여행자들은 일정 금액을 내면 일정 기간 동안 타임캡슐을 보관할 수 있다고 하니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엮인 모든 이들에게 유효하겠다.
 
◆돌을 깎아 산에 세운 수마노탑

타임캡슐공원에서 내려와 다시 421번 도로에 오른다. 함백역을 지나 계속 가다가 남면 소재지에서 38번 도로와 만나면 우회전, 사북과 고한을 지나면서 길은 414번 도로로 접어든다. 그 길이 만항재로 가는 길인데 그 길목 왼편에 정암사가 있다.
 
<엽기적인 그녀>가 사랑을 기약한 곳, 정선

정암사 나무아래 동자승 인형이 귀엽다.

정암사는 보물 410호 수마노탑과 도지정 문화재 32호 적멸보궁, 그리고 자장율사의 주장자가 있어 유명하다.

절이 화려하거나 크지는 않다. 절 앞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들어가면 큰 건물이 눈에 띄는 데 그 건물을 지나 바로 적멸보궁이 눈앞에 나타난다. 우선 적멸보궁 앞에 있는 주목에 눈길이 간다.

그 주목은 자장율사가 선덕여왕 12년(643년)에 정암사를 세우고 난 뒤 가지고 다니던 주장자를 땅에 꽂아 신표로 남겼는데 그 나무가 살아서 지금에 이른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적멸보궁은 그 나무 바로 옆에 있다. 적멸보궁이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곳이다. 따라서 건물 안에 불상을 모시지 않는다.

적멸보궁을 둘러 본 뒤 수마노탑으로 발길을 옮긴다. 절 안으로 들어서다 산 위에 탑이 있는 것을 봤는데 그 게 수마노탑이었다.

 
<엽기적인 그녀>가 사랑을 기약한 곳, 정선

정암사 수마노탑은 보물 410호다. 돌을 벽돌처럼 깎아 세운 독특한 탑이다.

수마노탑으로 가는 길은 산으로 오르는 계단길이다. 계단으로 오르는 다리가 팍팍해 진다. 이마에 땀이 맺히고 등줄기에 땀이 구른다 싶을 때 탑 앞에 도착했다.

수마노탑은 멀리서 볼 때와 같이 그 모습이 강하다. 돌을 벽돌 모양으로 깎아 쌓고 조각해서 만든 탑이다. 정암사 창건 7년 후에 탑을 만들었다고 전해지지만 고려시대 탑으로 추정하고 있다. 

보물 제410호 수마노탑 앞에 섰다. 사적(史蹟)에 의하면 태백산(현재 함백산) 삼갈반지(三葛盤地)에 삼봉이 있으니 동은 천의봉, 남은 은탑봉, 북은 금탑봉이며 그 가운데 3탑이 있으니 첫째 금탑, 둘째 은탑, 셋째 마노탑인데 금·은 두 탑은 숨어서 나타나지 않고 마노탑만 나타났다고 전한다.

이 탑은 조선 숙종과 영조 때 등 조선시대에만 수차례 중수했고 1972년과 1996년에 해체 보수를 했다.
 
<엽기적인 그녀>가 사랑을 기약한 곳, 정선

정암사 안에 있는 작은 계곡. 열목어가 산다.

정암사를 둘러본다면 꼭 수마노탑이 있는 곳까지 직접 올라가서 보기를 권한다. 탑 앞에서  보는 주변 풍경이 아름답다.
 
오후의 햇살이 탑을 비추고 있는 그곳에 서서 산천에 황금빛 노을이 퍼지는 풍광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온해 진다.
 
◆정선 자연의 축소판 덕우리

정암사에서 다시 정선 읍내 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왔던 길을 되짚어 고한·사북을 지나 남면소재지에서 59번 도로로 우회전 하면 정선읍내로 가게 된다. 그 길을 따라 정선 읍내 쪽으로 계속 가다보면 유평(덕우리)이 먼저 나오고 그 다음이 바로 대촌(덕우리)이다. 덕우리가 대촌과 유평마을 두개로 나누어져 있는 것이다.

덕우리는 정선의 자연을 축소해 놓은 곳으로 약 4km 정도 되는 산책길이 아름다운 곳이다. 정선의 자연은 굽이쳐 흐르는 물길, 하늘로 치솟은 뼝대(물가의 바위절벽을 부르는 강원도 사투리), 그 아래 흐르는 옥빛 물결로 유명하다. 이런 정선 자연의 축소판이 덕우리다. 덕우리 마을길 4km를 걸으면서 정선의 아름다움을 상상해볼 일이다.

덕우리(대촌) 마을 위에 주차장이 있다. 그곳에 차를 세우고 시멘트 길을 따라 마을 안으로 내려간다.

마을로 다 내려가서 왼쪽을 바라보면 오렌지색 지붕과 나무 한그루가 어울린 풍경이 보인다. 그 쪽으로 계속 걸어간다. 시멘트길이 끝나고 밭과 산이 시작되면 우회전해서 숲으로 들어간다. 

약 600m 산길이 끝나고 시야가 트이면서 눈앞에 거대한 뼝대가 나타난다. 재월대다. 시계가 없던 오래 전 재월대에 달이 걸리고 넘는 방향과 높이에 따라 시간을 가늠했단다.

제월대 앞 마을 이름은 ‘은내뜰’이다. 산에서 나와 재월대를 바라보며 왼쪽으로 걸어가면 집이 한 채 나오는데, 그 앞이 ‘삼합수’다. 본류인 어천 물길과 덕산기계곡에서 흘러나오는 물길, 여탄에서 흘러드는 물길 등 세 물길이 모인다고 해서 ‘삼합수’라는 이름이 붙었다. 냇물 너비가 40~50m는 넘어 보인다. 큰 비가 온 뒤라지만 물은 그다지 깊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물놀이하기에도 좋고 플라이 낚시를 즐기기에도 괜찮을 듯 싶다.

삼합수 앞 방죽 위로 걷는다. 바람이 세차게 불고 물결이 바람에 찰랑거린다. 물을 건너는 돌다리를 만났다. 

물길을 건너 반선정으로 간다. ‘경치 좋은 곳에 정자 하나 꼭 있다’는 말처럼 덕우리(대촌)의 가장 경치 좋은 곳에 정자가 하나 있다. 

<엽기적인 그녀>가 사랑을 기약한 곳, 정선

반선정 옆 구운병, 푸른물과 바위절벽이 잘 어울린다.

반선정 주변 풍경은 덕우리(대촌) 마을 최고다. 앞으로 옥빛 물결이 넘실대고 뒤로는 재월대의 바위 절벽이 비호하듯 내달리고 있으며 옆으로는 병풍을 친 모양의 뼝대, ‘구운병’이 어천 물길과 함께 어울려 그 경치를 뽐내고 있다.

반선정에서 쉬고 놀며 경치를 감상했다면 이제는 두번째로 물길을 건너야 한다. 반선정 앞에 놓인 돌다리를 건넌다. 

물을 건너 뒤돌아 본 풍경 또한 백미다. 길가 들꽃이 화려하게 피었고 꽃 뒤로 배경처럼 옥빛 물이 흐른다. 여울에서 부서진 물이 하얗게 일어서고 그 물길 따라 눈을 돌리면 물길을 비호하듯 뼝대가 휘달리고 있다. 다시 덕우리 마을로 나온 것이다. 이곳이 정선이다. 
 
<엽기적인 그녀>가 사랑을 기약한 곳, 정선

정선 읍내 재래시장 먹자골목에서 파는 메밀국죽

[여행정보]

<길안내>
 
자가용 : 서울 - 중앙고속도로 - 제천IC - 영월 - 신동교차로에서 우회전 - 천포삼거리에서 좌회전 - 421번 도로 - 예미역 - 421번 도로를 타고 함백역 방향으로 가다가 함백다목적복지회관을 지나 약 100m 정도 가다보면 길 오른쪽으로 타임캡슐공원으로 올라가는 길 - 타임캡슐공원에서 다시 내려와서 421번 도로를 만나면 우회전 - 남면 소재지에서 38번 도로와 만나면 우회전 - 사북 - 고한 - 414번 도로 길 왼편에 정암사 - 정암사에서 다시 고한 방향 - 사북 - 남면 - 59번 도로로 우회전 - 정선읍내 방향 - 덕우리(유평) - 덕우리(대평)   
 
대중교통 : 동서울터미널에서 정선까지 하루 9차례 버스 운행. 3시간30분가량 걸린다. 동서울터미널에서 고한까지 하루 약 20여회 버스 운행.
 
현지교통 : 정선 안에서 대중교통으로 여행지와 여행지 사이를 연계해서 여행하기 어렵다.
덕우리(대촌)는 정선버스터미널에서 동면이나 함백 가는 군내버스를 타고 덕우리(대촌) 입구에서 내려달라고 하면 된다. 정선 읍내에서 덕우리(대촌) 입구까지 약 7~8km 정도 된다. 타임캡슐공원은 정선버스터미널에서 함백 방향 가는 군내버스를 타고 종점인 안경다리에서 내려서 택시를 타야 한다. 택시비가 1만원 안쪽으로 나온다. 정암사는 동서울터미널에서 고한 가는 버스를 타고 고한버스터미널에서 내려서 택시를 타야 한다(고한버스터미널에서 정암사 가는 버스가 하루 3대 정도 있다). 터미널에서 정암사까지 약 8km 정도 된다. 

<숙박>
정암사 부근에 하이원리조트가 있다.(1588-7789) 덕우리(대촌)에 옥순봉민박집이 있다. 가스레인지와 식기 등을 갖추고 있어 먹을 것만 준비해가면 된다. 4인 가족 기준 5만원 정도면 된다.(010-4509-1251) 

<음식>
정선은 특산물 먹을거리로 유명한 곳이다. 정선 읍내 재래시장에 가면 이른바 ‘먹자골목’이 몇곳 있다. 그곳에서 맛 볼 음식 중 잘 알려진 것이 ‘곤드레나물밥’이다. 그 밖에 옥수수전분으로 만든 ‘올창묵’, 메밀로 만든 ‘콧등치기국수’, 감자를 갈아 만든 ‘감자옹심이’, 된장을 푼 국물에 콩나물 두부, 메밀을 넣고 후루룩 끓여내는 ‘메밀국죽’ 등이 있다. 정선 옥수수막걸리는 어떤 음식에도 잘 어울린다. 식사 전에 정선 옥수수막걸리 한잔으로 목을 축이는 게 좋겠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3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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