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보러 갔다 놀랐던 세가지

World News/ 권성희 특파원의 New York Report

 
  • 권성희|조회수 : 5,876|입력 : 2012.05.23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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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이 진행하는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 갔다가 3가지에 놀랐다. 첫째는 81세 노인인 버핏의 체력과 유머감각, 통찰력 있는 견해였고 둘째는 소박한 그의 집, 셋째는 간판조차 없어 찾기 힘들었던 버크셔 해서웨이 사무실이었다.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는 본사가 위치한 내브래스카주 오마하의 가장 큰 컨벤션센터인 센추리링크 센터에서 열린다. 이곳을 올해도 3만5000명의 주주들이 버핏을 직접 보려 찾았다.
버핏은 이 3만5000명의 주주들을 대상으로 9시30분부터 3시30분까지 점심시간 1시간을 제외하고 5시간 동안 쉬지 않고 다양한 질문을 받아 거침없이 대답했다. 그 5시간 동안 질의응답을 듣고 있는 기자들이 오히려 먼저 지쳐나가 떨어질 지경이었다. 
 
버핏 보러 갔다 놀랐던 세가지
         
버핏 보러 갔다 놀랐던 세가지

주총 전 버크셔 해서웨이 투자회사들의 장터를 찾은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모습

◆ 버핏과 그의 오랜 벗 멍거의 유쾌함

질문은 기자 3명과 애널리스트 3명으로 구성된 질문단과 주총에 참석한 주주들이 번갈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기자들은 자신이 궁금한 것은 물론 미리 받은 독자들의 질문을 정리해 버핏에게 물었고 애널리스트들은 사망률 변화가 보험사 밸류에이션에 미치는 영향과 같은 상당히 전문적인 질문을 던졌다. 버핏은 애널리스트들이 던지는 전문적이고 어려운 질문에도 망설임 없이 답했다.
 
버핏 바로 옆에는 단짝 찰리 멍거가 앉아 함께 대답했다. 버핏은 질문이 나오면 먼저 대답한 뒤 반드시 멍거를 돌아보며 "자네 생각은 어떤가, 찰리?"라고 물었다. 멍거는 버핏이 "투자에 관한 한 나의 스승"이라고 말한 적이 있을 정도로 좋아하고 존경하는 인물이다. 실제로 버핏은 매 질문마다 마치 형님에게 의지하듯 멍거를 돌아보며 의견을 물었다. 멍거는 올해 89세로 버핏보다 나이가 많음에도 버핏만큼의 체력과 유머감각을 자랑했다.
 
예를 들어 버핏은 자신이 전립선암 진단을 받은데 대해 "(나를) 질투하는 (어떤 부인의) 남편에게 피살될 수는 있어도 전립선암으로 죽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해 전립선암이 생명에 영향이 없음을 강조했다.
 
그러자 옆에서 멍거는 "버핏이 전립선암 진단을 받은 후 너무 많은 주목을 받고 있어 분하다"며 "사실 검사를 해보지 않아 알 수 없지만 내가 버핏보다 전립선암이 더 심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한 주주가 고소득자들이 세금을 더 많이 내도록 하는 이른바 '버핏룰' 때문에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을 사려 하지 않는다고 문제를 제기하자 버핏은 "당신 아버지는 (보수 언론으로 유명한) 폭스TV 주식 같은 것을 사는 편이 나을 것 같다"고 '쿨'하게 답하기도 했다.
 
버크셔 해서웨이 경영진에게 어떻게 동기 부여를 하느냐는 질문에는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는 사람을 찾는다"고 답했다. 버핏은 이어 "찰리와 나는 돈이 필요하지도 않는데 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하는지 자문해보곤 하는데 매일 우리 자신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회를 얻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옆에서 멍거는 "우리는 경영진들에게 각자의 붓을 주고 원하는 그림을 그리도록 한다"며 "우리는 그들에게 빨간색을 더 쓰라느니, 파란색을 더 많이 사용하라느니 간섭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고의 동기부여는 자율성을 갖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란 뜻이다.
 
◆ 5시간 동안 어떤 질문에도 답변이 '술술'

미국 경제성장률이 2%대에 지나지 않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버핏과 멍거는 색다른 견해를 내놓았다. 버핏은 "인구가 한해 1%씩 늘어나는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이 연간 4%씩 성장하려면 엄청난 것"이라며 "이미 (미국처럼) 부유한 국가가 연간 2.5% 성장하는 것도 대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멍거는 미국의 주택버블 때 주택에 투자한 사람들처럼 비현실적인 기대를 갖는 것은 어리석다며 "(미국의) 시스템은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고 낙관했다. 아울러 "다른 국가와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많은 안전망을 가진 매우 성숙한 경제가 향후 20년간 달성할 수 있는 연평균 실질 GDP 성장률은, 내가 생각하기에 1%"라며 "그보다 더 많은 것을 얻으려 노력한다면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버핏은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실질 GDP 성장률이 1%에 그쳐도 (25~30년간의) 한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4분의 1만큼 더 부유하게 된다"며 덧붙였다.
 
재벌 경영에 대한 관점도 남달랐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수많은 기업에 투자하고 있으며 100% 자회사도 적지 않다. 이와 관련, 버크셔 해서웨이는 각 사업단위별로 리스크를 공유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버핏은 "우리는 주위에서 가장 조율이 안 되는 기업일 것"이라고 농담부터 던졌다. 이어 "(버크셔 해서웨이에) 리스크나 정보를 공유하는 조직화된 방법은 없다"며 각 기업이 각각의 이해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사업체간 시너지 창출은 어떻게 하느냐고 추가 질문이 나오자 버핏은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어떤 자회사가 다른 자회사를 이용하도록 지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각 사업체간 독립적인 결정과 경영이 중요하며 서로 인위적으로, 의도적으로 도와주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의미다.
 
인생에 대한 철학도 독특했다. 한 청년이 버핏에게 20대로 돌아가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었다. 버핏은 "더 빨리 투자 성과를 올렸을 것"이라며 "투자 성과가 나오면 더 많은 돈을 더 빨리 모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시 20대로 돌아가도 투자를 할 것이며 다만 후회되는 것은 더 빨리 시작하지 못한 것 뿐이라는 대답이다.
 
버핏은 실수를 어떻게 최소화하느냐는 질문에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보지만 실수하는 것을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할 실수는 과거와는 어쨌든 뭔가 다를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나의 기본적인 투자 철학은 19살 때와 변함이 없지만 사람들과 관계에서 실수를 했고 이 부분에서는 여전히 배우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멍거는 옆에서 "다른 사람들의 실수에서 배우는 것이 훨씬 즐겁다"고 덧붙였다.
 
멍거는 촌철살인식의 화법이 뛰어났다. 예컨대 "보유한 기업이 진입장벽을 거의 갖고 있지 않을 때 어떻게 진입장벽을 만드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진입장벽을 만들지 않는다. 진입장벽을 산다"고 답하는 식이었다. 투자할 때 이미 진입장벽이 있는 기업에 투자한다는 뜻이다.
 
 
버핏 보러 갔다 놀랐던 세가지

버핏의 집

◆ 53년간 한집에서 평범하게 생활

이 건강하고 쾌활한 노인, 버핏은 53년 전 3만1500달러를 주고 산 집에 아직도 살고 있었다. 그의 집은 미국 교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단독주택이었다. 미국에서 3번째 부자인 그의 집이 미국의 평범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과 나란히 붙어 있는 것도, 집을 보호하기 위한 담이나 울타리조차 없는 것도 신기했다.
 
버핏 옆집에 사는 사람은 그저 다섯걸음 정도만 떼면 버핏 집을 방문할 수 있을 정도였다. 만약 버핏 옆집에 아이가 산다면 "워런 아저씨, 안녕하세요?"라고 오가며 인사를 건넬 것 같았다.
 
포춘 500대 기업에 포함되는 버크셔 해서웨이 사무실은 더욱 놀라웠다. 버핏이 1962년부터 버크셔 해서웨이 본사로 삼고 있는 건물 앞에는 미국 건설회사인 '키윗 플라자'라는 푯말만 있을 뿐 버크셔 해서웨이가 입주해 있다는 표시는 없었다.
 
주총 시작 전에 홍보영상이 방영됐는데 버핏이 사무실에서 전화를 받고 있는 모습이 나왔다. 그 영상 속 버핏의 사무실은  함께 등장한 비서의 사무실과 크기가 거의 같았고 한국 25평짜리 아파트의 방 한칸 정도 크기에 지나지 않았다.
 
버핏은 집에서 1.5마일 떨어진 이 사무실에 공휴일을 제외하곤 매일 출근해 8시30분까지는 책상에 앉아 업무를 시작하는 단순한 생활을 반세기 동안 반복해왔다. 그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상이 그가 가장 사랑하는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버핏처럼 부자라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한다. 하지만 버핏처럼 부자가 아니라도 버핏처럼 살기는 어렵지 않아 보였다. 단지 버핏처럼 자신의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사랑하기만 한다면 말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3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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