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얼굴까지 쇼핑하는 '마스크족'

외국인과 通하라/ 명동·가로수길, 관광특구 가보니

 
  • 이정흔|조회수 : 2,364|입력 : 2012.06.06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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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땅값이 비싸기로 소문난 명동. 그 중에서도 가장 비싼 곳을 차지하고 있는 매장은 다름아닌 화장품 전문 브랜드 네이처리퍼블릭이다. 그 인근지역이 모두 마찬가지다. 유니클로와 같은 SPA 패션 브랜드 매장을 비롯해 에뛰드, 이니스프리, 토니모리 등 화장품 매장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한해 1000만명이 넘는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관광특구 명동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풍경이다. 길거리마다 한국어 간판보다 일본어나 중국어 간판이 익숙해졌고, 길거리에서 나눠주는 전단지 역시 한국어 대신 일본어로 쓰여 있다. 명동 중심거리 역시 이들이 많은 찾는 쇼핑장소를 중심으로 재편된지 오래다.
 
한국에서 얼굴까지 쇼핑하는 '마스크족'
   
한국에서 얼굴까지 쇼핑하는 '마스크족'

사진_뉴스1 허경 기자                                                                                사진_뉴스1 박철중 기자

◆'관광특구' 명동, 외국인 '큰손' 모시기 경쟁 후끈
 
지난해 한국관광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중 명동을 방문한 이들은 55.3%. 말하자면 명동은 한국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코스가 됐다. 그래서인지 지난 5월29일 오전에 찾아간 명동거리엔 한국인 쇼핑객보다 외국인 관광객들을 찾아보기가 더 쉬웠다.
 
삼삼오오 짝을 지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손에는 지도를 들고 한손에는 쇼핑백을 든 채 명동거리를 활보한다. 관광지도를 하나 받아드니 명동거리마다 음식점과 화장품 매장 등이 가게 이름부터 판매 제품까지 자세하게 기록돼 있다. 지도 아랫부분에는 친절하게 쿠폰까지 부착돼 있다.
 
그렇다면 이들 관광객들은 이런 지도를 어디에서 얻는 것일까. 명동관광특구협회 이동국 사무국장의 설명에 의하면 최근 명동에는 이 같은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지도 제작자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한다. 이 국장은 "지도 업체들마다 개별적으로 외식업체나 화장품업체 소개를 지도에 넣어주는 조건으로 영업을 한 뒤 지도를 제작해 배포하는 것"이라며 "지금도 그런 업체가 한두군데가 아닌데 앞으로 더 많아지지 않겠냐"고 현장 분위기를 설명했다.
 
명동 중앙거리에 늘어선 화장품 매장 앞에는 이른 시간임에도 샘플을 든 도우미들이 바구니를 나눠주며 손님 끌기에 바쁘다. 화장품 매장 한곳을 골라 들어가니 아르바이트생이 다가온다.
 
한국말이 서툰듯해 물어보니 중국에서 온 유학생이라고 설명한다. 인근의 다른 매장에서 만난 또 다른 직원은 "나도 일본에서 왔다"며 "재일교포 출신이다. 일본 관광객들이 워낙 많다"고 귀띔했다. 이렇듯 매장마다 중국어나 일본어가 유창한 안내 직원들을 배치하는 것은 기본.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비중이 늘어나다 보니 한국어가 서툴더라도 외국인 대응이 유리한 현지 출신 직원들이 매장의 중심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아르바이트생은 "해외에 명동 입소문이 퍼지면서 최근에는 관광객들조차 처음부터 일본어나 중국어가 유창하다는 전제 하에 말을 걸어오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간단한 회화수준이 아니라 고객들의 질문에 자세하게 답하려다 보니 본사에서도 중국이나 일본에서 온 현지 출신 인력을 채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명동에서 굳이 한국 쇼핑객들을 푸대접한다기보다는 고객의 성향이 다르다"며 "한국 쇼핑객들은 대부분 특정제품을 미리 알고 콕 찍어서 찾는 경우가 많고, 관광객들은 안내에 따라 제품 구매가 달라지기 때문에 아무래도 외국인 관광객을 응대하는데 더 비중을 두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몇년새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최근에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명동 중앙거리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SPA브랜드와 화장품 로드숍의 자리 경쟁이 대표적이다. 명동이 외국인 관광객의 필수코스로 자리 잡으면서 이곳 매장은 업계 전체의 수익을 책임지는 것뿐 아니라 해외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의 장'으로서도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이 사무국장은 "그렇지 않아도 임대료가 높은 지역인데 최근 5년 동안에는 해마다 15~20%가량 뛴 것 같다"고 전했다. 무조건 중앙거리에 자리를 잡기 위해 업체에서 먼저 건물주에게 높은 임대료를 부르며 배팅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 그러다 보니 기존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높아진 임대료를 감수하는 수밖에 없다. 이 국장은 "임대료를 더 주겠다는데 마다 할 사람이 누가 있냐"며 "최근에는 업체들끼리 경쟁이 워낙 심해지면서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어 "명동은 국내 관광산업에 있어서도 상징적인 장소인 만큼 외국인 관광객들이 두번, 세번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관광여건을 개선하는데 상당히 노력하고 있다"며 "'걷기 좋은 길 만들기'나 '간판 개선 작업'을 시행하는 등 앞으로도 다양한 노력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에서 얼굴까지 쇼핑하는 '마스크족'
   
한국에서 얼굴까지 쇼핑하는 '마스크족'

사진_류승희 기자
 
◆요즘 뜨는 신흥 명소, 가로수길 마스크족 늘어난 이유
 
외국인 관광객 1000만 시대를 맞아 최근에는 명동뿐 아니라 신흥 관광지들도 부각되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을 중심으로 한 압구정 일대와 신촌 이대 앞, 그리고 삼청동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의 전통적인 색깔이 강하게 묻어나는 인사동길이야 워낙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기로 유명하지만 요즘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인사동에서부터 삼청동에 이르기까지 산책로가 조성되면서 외국인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화장품 로드숍이 어김없이 들어섰다. 한국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장소에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쇼핑공간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이대 앞도 마찬가지다. 의상이나 화장품 등의 쇼핑명소로 유명한 이곳은 최근 들어 손님의 50% 이상이 중국인 관광객이 차지하고 있다. 지난 5월30일 찾아간 이대 근처 상가지역은 이 같은 분위기를 여실히 느끼게 했다.
 
중국어로 고객을 안내 중인 한 도우미는 "몇년 전 근처의 이화여대 정원이 새단장을 하며 중국인들에게 입소문을 탔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고객의 60% 이상이 중국인들이다"고 분위기를 전한다.
 
그는 이어 "관광 안내원들이 코스 중 하나로 이곳에서 쇼핑을 하라고 자유시간을 주는 것으로 안다"며 "특히 중국인 유학생들이 늘어나면서 한국제품을 써 본 친구를 따라 똑같은 제품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들어 외국인 관광객의 유입이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 일대와 가로수길이다. 그 배경에는 성형관광이 한몫 하고 있다. 중국인을 중심으로 한국 아이돌의 외모를 닮기 위한 성형관광이 늘고 있는 것.
 
서일범 그랜드성형외과 원장은 "실제로 지난 3~4월 골든위크 기간에는 외국인 환자의 방문이나 상담이 전년대비 30%가량 늘어났다"며 "한국 연예인을 닮고 싶어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데다 한국 성형기술이 섬세하고 정교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처럼 성형시술을 받기 위해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들이 출국 전 마스크를 쓰고 근처에서 쇼핑을 즐기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른바 '마스크족'의 등장이다.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 맞은 편에 위치한 한 화장품 매장의 직원은 "일주일에 두 세명 정도는 마스크를 쓴 손님이 매장을 방문한다"며 "그들은 한국 화장품에 대해서도 잘 알고 오기 때문에 대량구매해 가기도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화장품업계의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명동이 차지하고 있지만 압구정이나 삼청동 등에 위치한 매장들도 해마다 10%안팎의 꾸준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며 "한국에 재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많아질수록 명동 외의 다른 지역으로 유입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3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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