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10년' 한국은 없다?

일본 부동산에 대한 오해와 진실

 
  • 이건희|조회수 : 308,374|입력 : 2012.07.24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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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중 소위 '버블세븐 지역'의 아파트가격이 금융위기 전 고점을 기록한 뒤 올해 7월까지 6년 동안 20%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부동사포털 닥터아파트 조사). 특히 용인시는 전체 아파트 15만가구 중 49%에 달하는 7만가구의 하락률이 20%를 넘었으며, 분당은 9만가구 중 43%에 달하는 3만9000가구의 하락률이 20%를 초과했다. 서울 송파구가 9만6000여가구 중 35%인 3만3000여가구, 평촌은 4만여가구 가운데 31%인 1만3000여가구의 아파트값이 크게 하락했다.

7월 둘째주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을 보면 ▲서울 -0.05% ▲경기 -0.03% ▲인천 -0.03% ▲신도시 -0.02% 등으로 하락세를 이어갔으며, 수도권에서 하락률이 큰 곳은 인천 동구로, -0.31%였다(부동산1번지 조사).
 
이렇듯 장기적으로 아파트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가다보니 한국도 과거 일본처럼 부동산가격이 대폭락하는 단계로 갈 수 있다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일본 부동산시장은 고점 대비 4분의 1 토막이 날 정도로 대폭락을 겪었으며 이를 나타내는 지표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따라서 한국 부동산시장 역시 일본의 전철을 밟을 경우 앞으로 얼마나 더 추가 하락할지 가늠하기 힘들다며 공포를 느끼는 이들이 많다.
 
무주택자는 아파트가격이 하락할수록 싼 값에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반가워 할 수 있지만, 아파트가격이 하락한 뒤에도 계속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아파트를 구입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또한 아파트가격이 하향 안정화 수준을 넘어서서 대폭락으로 이어진다면 국가경제 전체가 극심한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결국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우리나라에 온다면 계층에 관계없이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잃어버린 10년' 한국은 없다?

 
◆한국도 '잃어버린 10년' 올까
 
하지만 1991년 이후 일본 부동산가격 대폭락을 나타내는 지표를 자세히 살펴보면 토지가격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주택·아파트가격은 그 정도까지 하락하지 않았다. 일본 부동산가격 폭등은 1983년 도쿄 도심 오피스와 상업용지에서 시작해 1991년 3·4분기까지 9년간이나 이어졌다.
 
특히 1986년부터 1991년까지 불과 5년 동안 6대 도시 평균 지가는 3.07배나 올랐다. 그랬던 땅값이 1991년을 정점으로 추락하기 시작해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지방의 땅값은 1992년부터 18년 연속 하락했다. 2010년 공시지가 기준 상업용지 가격은 1991년 버블 당시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일본 전국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일본 부동산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분양가는 1987년 2784만엔에서 계속 올라 1991년 4488만엔으로 정점을 찍었고, 2005년에는 3492만엔으로 하락했다. 이후 2008년에 3901만엔까지 회복됐으나 2009년에는 3802만엔으로 다시 떨어졌다.
 
아파트가격은 1991년 버블 정점 당시 분양가의 84.7% 수준이었다. 일본인들이 아파트를 구입할 때 토지가격처럼 대폭락 수준에서 살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일본에서 도쿄 주택지의 토지가격 지수와 일본 수도권에서 신축맨션(아파트)의 가격을 연도별로 보면 고점을 기록한 이후 토지가격 하락률에 비해 아파트가격 하락률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사실이 확인된다(일본 국토교통성 자료).
 
2000년대 들어서 토지가격은 80년대 초 가격 수준까지 내려가면서도 신축맨션 가격은 80년대 초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따라서 일본 토지가격의 대폭락 지표만 보고 한국 아파트가격의 대폭락을 점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잃어버린 10년' 한국은 없다?
    
'잃어버린 10년' 한국은 없다?

 
◆장기침체 vs 하향안정화
 
물론 일본 아파트가격도 고점 대비 하락률이 크지만 한국의 지금과 일본의 그 당시는 차이점이 있다는 사실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2008년 9월)는 '잃어버린 10년의 교훈'이라는 기사에서 일각의 시각과는 다르게 미국의 2000~2006년 주택가격 상승률이 오히려 일본의 1985~1991년 전국 주택가격 상승률보다 더 크다고 지적했다.
 
일본 주택정보 사이트에서 신축 아파트가격을 샘플로 뽑아봤다(표 참조). 6개 아파트는 도쿄에 위치한 아파트이며, 일본 엔화를 한국의 원화로 환산했다.
 
일본은 1인당 국민소득이 한국보다 2배 가량 더 많다. 따라서 1인당 국민소득 기준으로 아파트가격을 비교해보려면 원화 환산가격을 절반으로 나눠서 한국 아파트와 비교하면 된다. 예컨대 <표>에서 5번째 줄에 있는 아파트 75.81㎡는 한국 아파트 29평형에 해당되며, 1억90만엔 가격은 원화로는 14억5000만원이므로 1인당 국민소득을 기준으로 하면, 한국 아파트 7억3000만원짜리에 해당한다.
 
해당 사이트에 올라온 이 아파트의 사진과 평면도 등을 고려해 주택의 위치와 품질을 비슷하게 설정하고 1인당 국민소득까지 감안했을 때, 현재 수도권에서 아파트가격이 가장 비싼 강남3구의 아파트가격이 도쿄와 큰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일본 주택시장이 장기간 폭락해 지금은 바닥에서 안정을 찾았다고 하는데 현재 한국의 아파트가격이 일본 아파트가격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한국의 아파트가격이 대폭락까지 이어질 상황이 아닐 수도 있다. 다만 한국의 경우 몇년 전까지 있었던 대세 상승기가 지나간 만큼 바닥권이 어디인지 확인하는데는 상당기간이 소요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일본의 부동산 임대료 역시 1인당 국민소득과 환율을 감안했을 때 한국의 현재 임대료와 비슷한 수준이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오랫동안 하락조정을 했던 일본 부동산의 임대료와 한국의 현재 임대료가 비슷하다면 한국의 임대료가 크게 떨어지기는 힘들 수도 있다.
 
아울러 임대료는 궁극적으로 부동산가격에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한국의 부동산시장이 일본처럼 경착륙(폭락)해 장기침체로 간다는 전망과 하향 안정화로 연착륙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팽팽한 상황이다.
 
주택가격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매우 많기 때문에 각자 보고 싶은 몇가지 사실에만 근거해 미래를 단언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주택은 단순히 투자의 대상이 아니라 본질적으로는 실주거의 수단이므로 노후의 주거까지 생각하면서 각자의 형편에 따라 적절히 대응해가는 것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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