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폴리실리콘 힘겨루기

태양광산업, 꿈인가 현실인가/ 한국 견제하는 중국

 
  • 지영호|조회수 : 11,383|입력 : 2012.08.03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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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들과 더불어 막강한 수요를 가진 중국시장을 보면 국내 태양광 기업의 미래는 험난하기만 하다. 자국의 이익을 위한 치열한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어서다.

최근 국내 기업의 태양광산업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폴리실리콘 수출에 중국이 브레이크를 걸었다. 폴리실리콘은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하는 물질로 태양광산업의 핵심원료다.

최근 중국은 미국과 한국의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수입가격에 대해 제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7월20일 웹사이트를 통해 한·미 양국에서 생산된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이 생산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수입됐는지 여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현재 중국에서 두 나라의 폴리실리콘 수입비중은 60%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중국발 폴리실리콘 힘겨루기


코트라 상하이무역관에 따르면 이번 조사를 의뢰한 기업들은 GCL(보리협흠), LDK(새유), DQ(대전신능원) 등 중국의 3대 폴리실리콘생산업체와 10여개의 중소기업으로 이뤄진 '태양광연맹'이다. 이들은 미국과 한국이 중국에 비정상적인 가격으로 덤핑 판매를 해 자신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중국 상무부에 조사를 의뢰했다.

중국 정부가 이들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인데, 앞으로 1년 동안 조사해 우리나라와 미국 기업이 중국에 덤핑으로 수출한 점이 확인되면 양국산 폴리실리콘에 반덤핑 조치가 취해진다. 반덤핑 관세가 적용되면 양국의 폴리실리콘 공급가격이 크게 늘어나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발 폴리실리콘 힘겨루기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격
 
국내 업계에서는 중국과 미국이 경쟁을 벌이는 무역 전쟁터에서 한국 기업이 '새우등 터진' 꼴이라고 해석했다. 중국과 미국간 감정문제에 한국으로 불똥이 튄 상황이라는 것.
 
대 중국 폴리실리콘 최대 수출기업인 OCI의 목소리가 가장 크다. 이우현 OCI 부사장은 7월24일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중국이 반덤핑 조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황당하다"며 "미국과 중국이 싸움을 하다보니 졸지에 찬조출연을 하게 된 꼴"이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OCI는 글로벌시장에서 수위를 다투는 고순도 폴리실리콘 생산업체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이번 결정이 지난 5월16일 미국이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최저 31%에서 최고 250%의 반덤핑 예비판정을 내린 것에 대한 대응으로 해석하고 있다. 당시 중국 태양광 패널업체들은 "정부에 보복조치를 촉구하겠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하지만 중국의 이번 조치가 점차 폴리실리콘 생산을 늘리고 있는 한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한국무역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2011년 중국은 총 6만4600톤의 폴리실리콘을 수입했는데 그 중 한국 기업의 물량이 2만1400톤(33%)에 달했다. 한국이 미국(1만7400톤, 27%)을 제치고 중국 제1의 폴리실리콘 수입국가로 부상한 것이다.
 
수입규모는 2010년 대비 82% 증가한 12억달러다. 미국은 같은 기간 27% 증가한 10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물론 올해 1~5월에는 상황이 역전돼 미국 수입물량이 전체의 44%, 한국은 24%를 차지하고 있지만 나날이 성장하고 있는 한국 기업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덤핑 여부를 조사하는데 1년여의 시간이 걸리지만 중국의 한국 기업 견제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각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OCI, 한국실리콘, 웅진실리콘 등 대 중국 폴리실리콘 수출기업에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중국발 폴리실리콘 힘겨루기

 
◆위기 아닌 기회일수도
 
물론 반대의 평가도 있다. 중국의 이번 조치의 타깃이 미국 기업에 있는 만큼 중국에 진출한 한국 폴리실리콘 수출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근거는 중국이 우리 기업과 미국 기업에 다른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찾는다.
 
중국 정부는 한국산 폴리실리콘에 대해서는 덤핑만 문제제기를 하고 있지만 미국산에 대해서는 반덤핑과 상계관세 부과를 함께 고려하고 있다. 상계관세는 수출국이 수출품에 대해 장려금 등을 지원하는 경우 수입국이 이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낮추기 위해 부과하는 관세로, 중국은 미국이 관련기업에 불법보조금 지급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당장 태양광업계의 2분기 영업이익이 급감했지만 오히려 예상된 리스크가 반영됐다는 의견을 들어 앞으로의 전망에 부정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한병화 현대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한국과 미국 기업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의 대안이 거의 없다"면서 "게다가 중국의 타깃은 무역분쟁을 하고 있는 미국이나 EU이기 때문에 한국 폴리실리콘 기업의 타격은 크지 않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폴리실리콘 기업이 몰락한 이유

2008년 중국에서는 폴리실리콘 투자를 두고 '마약 거래보다 낫다'는 말이 나돌았다. 생산원가의 5배에 이르는 가격으로 거래되는 현상이 벌어지면서 '폴리실리콘을 쥔 자가 왕이 된다'는 말이 태양전지업계의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당시 중국의 폴리실리콘 거래가격은 kg당 500달러에 이르렀다. 이전 20년간 60달러에 머물던 시장가격이 신재생에너지 바람이 불면서 폭등을 거듭한 탓이다. 생산능력 부족 탓에 95%를 수입에 의존했던 중국은 너도나도 투자에 뛰어들었다.
 
수요량의 2배에 가까운 생산량이 예상되면서 앞다퉈 뛰어들었던 중국기업은 규모화와 집약화 대신 가격 인하를 돌파구로 삼았다. 중국 기업들로 촉발된 가격경쟁은 결국 가격 하락과 함께 기업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중국 업계는 자사의 몰락을 미국과 한국 기업의 가격 덤핑 탓으로 돌리고 있다. 지난해 9월 대비 올해 상반기까지 중국의 폴리실리콘 관련 기업의 80~90%가 문을 닫은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중국 내 폴리실리콘 가격은 kg당 33~34달러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생산원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현재 해외 첨단기술기업이 수입의 10~15%를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반면 중국 기업은 1~2%에 그치고 있다. 반면 폴리실리콘을 원료로 만들어지는 태양광 패널은 전세계 판매량 중 절반 이상을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한국과 미국 기업에 반덤핑 관세 부과를 고려하려는 이유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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