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조차 국회 반대로 '제자리걸음'

난항 겪는 산은 민영화

 
  • 성승제|조회수 : 2,638|입력 : 2012.08.0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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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산은금융 회장이 추진하는 기업공개(IPO)가 국회의 반대로 삐걱거리고 있다.

산업은행법에 따르면 정부가 100% 보유한 산은금융의 주식을 단 한주라도 민간에 매각할 경우 정부는 산은이 발행한 해외채권에 대해 지급보증을 해야 한다. 따라서 산은금융이 IPO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산업은행이 그동안 발행한 해외채권에 대해 100% 정부가 보증해주겠다는 서약을 받아야 한다. 현재 지급보증 대상은 주식 매각시점에 잔존 만기가 1년 이상인 해외채권 또는 해외차입금으로 약 25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해외채권 정부 보증이 국회의 동의가 있어야만 가능한데 쉽지가 않다는 점이다. 오는 9월 열리는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할 경우 사실상 산은금융의 IPO 추진은 불가능해진다.
 
IPO조차 국회 반대로 '제자리걸음'


◆민영화 작업 반대 움직임 확산…주식시장 침체도 한몫

국회 정무위원회는 일단 주식시장 침체로 산은금융의 공모가격 산정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며 지분매각 규모를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 정무위 수석전문위원실은 지난 7월24일 발간한 '정책현안'을 통해 "산은금융 지분 매각 가치를 극대화하려면 시장 여건을 고려해 매각시기와 규모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보고서는 우리금융지주와 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구조조정기업의 매각 작업이 진행되고 있고 최근 유로존 위기로 증시가 침체돼 산은금융의 공모가격 산정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 매각 가치 극대화를 위한 방안부터 우선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무위 한 관계자는 "현 정부가 여론을 의식하지 않고 산은금융뿐만 아니라 다른 공기업들까지 잇따라 민영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야당에서는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이 많다. 산은금융 IPO 추진작업도 다음 정부로 넘기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산은 민영화는 현 정부에서 처리하지 말고 처음부터 재검토하자는 것이 당내 공통된 의견"이라며 "필요하다면 2014년 5월로 정한 기업공개 기한을 연장하는 등 산은법 개정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산은 민영화는 시급을 다투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아무래도 다음 정권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IPO조차 국회 반대로 '제자리걸음'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

이에 따라 강만수 회장의 리더십도 흔들리고 있다. 강 회장은 산은금융 민영화 작업에 가장 적임자라는 인물로 평가받았다. 산은금융 회장에 선임되기 전에는 낙하산 논란이 불거졌지만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강 회장을 모시려고 삼고초려를 했다. 산은금융 회장 연봉을 올려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그를 치켜세웠다. 이 발언을 두고 논란이 불거지기는 했지만 금융당국 수장도 그의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민영화는커녕 IPO 추진마저 무산될 경우 강 회장의 입지는 크게 좁아질 수 있다. 강 회장은 최근 산은에 대해 소매금융이 약하다는 이유로 고금리의 '산은다이렉트뱅킹'을 출시하는가 하면 HSBC소매금융 인수 등을 강행했다. 이중 산은다이렉트뱅킹은 출시 이후 시중은행에 곱지 못한 시선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시중은행보다 지나치게 높은 금리로 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는 데다 역마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HSBC 서울지점 인수도 난항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다. 당초 지난 6월까지 계약을 마무리하기로 돼 있지만 실사과정이 길어지고 고용승계 부문에서 서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HSBC의 인수가 무산될 경우 소매금융 확대에 차질이 생기면서 기업가치마저 하락할 수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강 회장이 산은금융 민영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속내를 보면 내세울 것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 진행과정을 보면 오히려 금융시장에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산은금융은 일단 국회 동의안에 대해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오는 10월 목표에 대해서는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산은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오늘 10월까지 IPO 추진을 위한 내부 작업을 진행 중"이라면서도 "열쇠는 국회에서 쥐고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 하겠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민영화도 사실상 무산

산은금융 민영화에 이어 관심을 모았던 우리금융지주의 매각 작업도 KB금융이 인수전에 불참하면서 사실상 무산되는 분위기다. KB금융은 지난 7월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비공개 이사진 간담회를 열고 우리금융 매각 입찰에 불참키로 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우리금융 세번째 매각 시도는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12년째 장기 표류중인 우리금융의 민영화 작업은 차기 정권으로 넘어갈 공산이 커진 셈이다. 당초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우리금융 인수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으나, 입찰 참여에 부정적인 사외이사들을 설득하는데 실패했다. 여기에 주주들과 노조의 거센 반발도 상당부분 이사회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다.

정치권의 반대 역시 KB금융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여야 모두 우리금융 민영화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득세했고 특히 여권의 유력 대선 후보인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이 사안을 다음 정부로 넘겨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민영화에 반대해 총파업 배수진을 친 금융노조의 압박과 인수자금 조달 부담, 역시너지 효과에 대한 우려도 걸림돌로 지목됐다. 아울러 PK(부산경남)출신 어윤대 회장의 리더십이 약화되면서 사실상 열쇠를 쥐고 있던 이사진 설득에 실패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우리금융 매각은 사모투자펀드(PEF)간 대결구도로 좁혀질 전망이다. 지난해 입찰에 참여했던 MBK파트너스를 비롯해 IMM 등 국내외 PEF는 아직 입찰 참여 여부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PEF라도 우리금융을 경영할 전략적 투자자를 제대로 갖췄다면 국적을 가리지 않겠다는 게 공식방침인 만큼 민영화가 무산됐다고 단정하기엔 이르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과 산은금융의 매각 작업이 결코 순탄치는 않다"면서 "금융지주 민영화 논의는 결국 다음정권이 풀어야 할 과제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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