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철의 메커니즘] 이상한 자전거 발명 - 자동 무단변속기

 
  • 신병철|조회수 : 26,561|입력 : 2012.08.0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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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스위스 제네바 국제발명전에 하찮은 '장난감 아이디어'를 가지고 참가했을 때였다. 참가자 중에 열효율을 극대화한 보일러 개발에 성공했다는 이가 있었는데, 그의 아이디어는 시중에 판매되는 보일러의 가열기 배관 지름을 최소화함으로써 물을 빨리 가열할 수 있고 그렇게 가열 시간이 단축되는 만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공부한 사람처럼 세련되게 바꿔보자면 '열전달이 일어나는 면적을 넓힌다'는 아이디어다. 보일러업체 개발자라면 신제품을 설계할 때마다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기본 목표 중 하나일 것이다.

그는 업체 개발직원이 아니었고 보일러 수리공이었다. 자신의 아이디어가 세계 최초라는 확신을 가졌으며 보일러 제조업체들이 새로운 아이디어 발굴 노력을 게을리 하고 껍데기(디자인)만 바꿔 신상품이라 내놓는 현실을 개탄했다. 그러나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 좋을지 모를 이상한 보일러 발명은 문제도 아니었다. 그의 아내가 급전 500만 원을 빌려서 스위스까지 올 수 있었다는 이야기에, 한국 참가자 모두는 전시기간 내내 (그리고 지금도 간혹) 떨치지 못할 걱정거리를 안게 되었다.

<b>이상한 자전거 발명</b>

개인발명가들로부터 매달 최소 한 건의 발명 검토 의뢰가 들어온다. 이상한 자전거 발명! 그리고 그 의뢰 내용엔 대부분 '사연'이 있다. 발명에 많은 돈을 쏟아 부었다는 얘기는 매우 흔하고, 심지어 모든 걸 걸었기 때문에 되돌아갈 수도 없다는 답답한 이야기에다, 간혹 모 대학의 공학박사(교수)가 가능성을 인정했다고 그럴 땐 그 교수의 지위란 것이 우습게 여겨지면서도 웃기지가 않는다.

자전거와 관련해서는 무단변속기 또는 더 나아가 '자동 무단변속기'에 대한 검토 의뢰가 잦다. 지난 정부지원 개발과제를 검색하면 매년 하나씩은 있어 온 것이 자전거 허브변속기 쪽인데 선정된 과제들의 기술내용을 살펴보니 왜 국내의 수많은 발명가들이 변속기에 매달려 생계에 위험을 초래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발명가, 업체 개발자, 정부과제 심사위원 모두 변속 메커니즘이 조금 색다르다 싶으면 일단 만들어 봐야 작동할지 안할지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자전거용 자동 무단변속기 기술을 최초 탄생부터 살펴보자.

<b>벨트구동 자전거와 무단변속기</b>

미국의 조지 워윅(George Warwick)이 타이밍벨트로 자전거를 움직일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이 1889년이다. 하이휠이 세이프티로 대체되던 시기였으며, 바퀴는 대부분 통고무(solid-rubber tire)였다. 도로상태도 불량하던 때라 발명자는 앞바퀴에 완충장치를 넣었는데, 포크 완충 방식이었다.

▲ 최초의 벨트구동 자전거(1889년), 타이밍벨트를 꼼꼼하게 그려 넣었다. 출처: George T. Warwick, US438124 'Velocipede'
▲ 최초의 벨트구동 자전거(1889년), 타이밍벨트를 꼼꼼하게 그려 넣었다. 출처: George T. Warwick, US438124 'Velocipede'
그리고 바로 다음 해인 1890년, 찰스 라이스(Charles Rice)는 그의 생각대로 작동만 했다면 이보다 더 획기적이고 심플할 수 없는 무단변속기 특허를 출원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가 발명한 무단변속기는 페달링 토크에 의해 자동으로 변속이 되는 메커니즘을 취하고 있다. 120년 전 자동 무단변속기!

▲ 최초의 벨트구동 자동 무단변속기(1890년), 노면상태가 거친 도로나 비탈을 오를 때 페달링 토크(페달을 돌리는 회전력)가 커지면, 크랭크 풀리의 가운데 틈이 벌어지며 벨트가 안쪽으로 자리를 옮김으로써 돌아가는 지름이 작아진다. 그렇게 크랭크 부위에서 자동으로 다운쉬프트(저단으로 변속)가 된다는 아이디어. 변속 단계가 없어 매끄럽게 연속적으로 기어비를 변환할 수 있다. 출처: Charles D. Rice, US425390 'Bicycle'
▲ 최초의 벨트구동 자동 무단변속기(1890년), 노면상태가 거친 도로나 비탈을 오를 때 페달링 토크(페달을 돌리는 회전력)가 커지면, 크랭크 풀리의 가운데 틈이 벌어지며 벨트가 안쪽으로 자리를 옮김으로써 돌아가는 지름이 작아진다. 그렇게 크랭크 부위에서 자동으로 다운쉬프트(저단으로 변속)가 된다는 아이디어. 변속 단계가 없어 매끄럽게 연속적으로 기어비를 변환할 수 있다. 출처: Charles D. Rice, US425390 'Bicycle'
<b>동력원이 인력이면 자동변속 안 돼</b>

만약 라이스가 자신의 발명이 '작동하지 않는 아이디어'라는 사실을 끝까지 이해하지 못했다면, 그는 성능시험품을 만들어 바텀브래킷에 위치한 스프링(크랭크 풀리가 벨트를 죄도록 하는)의 압력을 늘렸다 줄였다 하는 데 평생을 투자했을지 모른다. 낮은 기어비에서 벨트가 풀리에 끼어 마찰이 심했을 것이므로 표면이 매끈한 벨트가 왜 아직 개발되지 않는지 벨트업체의 낮은 기술력을 한탄하며 눈을 감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라이스의 발명은 아이디어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 인체의 페달링 동력은 오르고 내림이 심하며 중간에 끊김이 반복되는 펄스 형태이다. 의식적인 노력으로 페달을 일정한 속도로 돌리더라도 페달링 토크는 변함없는 펄스 형태를 나타내게 된다. 비탈길을 오를 때의 평균적인 토크 값이 평지를 달리면서도 주기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페달을 돌릴 때마다 주기적으로 다운쉬프트(벨트가 풀리 틈으로 끼어들어가면서 기어비 낮아짐)가 발생한다면 그때 라이더는, 가속을 하려는 노력이 전부 자전거에 흡수되는 것처럼 느낄 것이다. 실제로 라이스의 자동 무단변속기 메커니즘은 라이더의 페달링 동력을 스프링을 반복적으로 압축하는데 소모한다.

<b>글로벌기업의 소소한 발명</b>

유사한 벨트구동 기술을 가지고 세계적인 기업은 어떤 발명을 할까? 유명한 접이식 미니벨로, 스트라이다(영국의 '마크 샌더스'가 발명)의 초창기 모델 제조에 타이밍벨트를 공급했던 회사는 게이츠(Gates)였다. 그들은 자전거를 비롯한 개인이동수단 영역에서 벨트의 사용을 확산시키는 전략을 펴고 있는 중이고, 그 전략의 핵심에 타이밍벨트 신기술 '센터트랙(CenterTrack)'이 있다.

▲ 센터트랙 특허 도면(2009년), 통상의 풀리는 벨트가 경로에서 벗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좌우측 모두에 테두리(플랜지; flange)를 형성하나 본 발명의 풀리에서는 그 테두리가 풀리 중앙으로 배치되어 단 하나만 존재한다. / 출처: Wayne R. Lumpkin, US8136827 'Belt drive system', Gates
▲ 센터트랙 특허 도면(2009년), 통상의 풀리는 벨트가 경로에서 벗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좌우측 모두에 테두리(플랜지; flange)를 형성하나 본 발명의 풀리에서는 그 테두리가 풀리 중앙으로 배치되어 단 하나만 존재한다. / 출처: Wayne R. Lumpkin, US8136827 'Belt drive system', Gates
▲ 센터트랙을 장착한 접이식 미니벨로 '티킷', 벨트구동 자전거는 싱글기어이거나 위 티킷의 사례처럼 허브변속기를 달게 된다. 이미 여러 자전거업체 홈페이지에서 센터트랙 장착 모델이 발견되고 있다. 출처: 바이크프라이데이 홈페이지
▲ 센터트랙을 장착한 접이식 미니벨로 '티킷', 벨트구동 자전거는 싱글기어이거나 위 티킷의 사례처럼 허브변속기를 달게 된다. 이미 여러 자전거업체 홈페이지에서 센터트랙 장착 모델이 발견되고 있다. 출처: 바이크프라이데이 홈페이지
윤활을 요하지 않고 끊어지지도 않는 기본적인 벨트구동계의 강점에 더해 센터트랙은 풀리의 폭을 벨트에 맞춰 콤팩트하게 줄일 수 있고(대략 15∼20% 감소) 대량생산에 용이하다. 종래 좌우 양쪽에 각 하나씩의 테두리가 형성된 풀리는, 두 테두리 사이의 굴곡형상(이빨) 때문에 사출로 대량생산할 수 없었다. 적어도 한쪽 테두리는 후가공(볼트나 용접)으로 덧붙여야 했다. 반면 신기술인 센터트랙 풀리는 한 짝의 금형으로 계속 찍어낼 수 있다.

이것은 누가 봐도 작동하는 아이디어이며 관심만 가진다면 누구나 떠올릴 수 있었다. 제한조건이라면 해당 기술영역에서 어떤 개발이 있어 왔고 지금 시장이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를 판단할 지식과 정보가 필요한 발명이다.

▲ 센터트랙 선행기술(1966년), 차량용 무한궤도에 대한 발명. 바퀴의 구조가 센터트랙과 동일하다. 출처: Finn Irgens, US3472563, 'Vehicle track'
▲ 센터트랙 선행기술(1966년), 차량용 무한궤도에 대한 발명. 바퀴의 구조가 센터트랙과 동일하다. 출처: Finn Irgens, US3472563, 'Vehicle track'
하지만 이렇듯 실용적이고 쉬운(?) 발명에는 '취약한 특허권'의 약점이 있다. 여러 가지 종래기술들과 비교 검토한 결과 센터트랙 아이디어에서 '새로운 것' 또는 '최초'라 할 수 있는 부분은 '이빨 형상이 둥글다는 것(circumferential teeth)' 뿐이었다. 권리가 매우 약한 특허로 판단되어, 나중에 벨트구동 자전거 시장이 성장한 시기가 도래하면 기술 독점권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기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게이츠는 중국 대만 멕시코 등 복제품 제조공장이 출현할 만한 나라들에 개별국가 출원을 해놓고 있다.

<b>최고 수준의 학식을 가지면 아이디어가 남다른가</b>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의 '온라인 전기차(OLEV)' 원천 아이디어는 전국 방방곡곡의 도로 위에 전선을 깔고, 전기자동차의 차량 하부에는 접촉식 전극을 장치하여 도로바닥에 전극을 끌고 다님으로써 중단 없는 전기 공급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었다.

▲ 온라인 전기자동차(OLEV) 관련 최초 특허(2008년), 서 총장의 원천적 아이디어는 전기자동차가 도로에 매설된 급전선(빨간색)에 차량의 충전전극(연두색)을 접촉함으로써 전기를 공급받는다는 것이었다. 이는 언뜻 보기에 허를 찌르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비춰질 수도 있겠으나 현실에서는 급전선과 충전전극의 접촉 신뢰성을 보장할 수 없고 누전과 감전사고가 우려되는 위험한 발명이다. 우리 주변의 도로상 모든 틈은 흙먼지와 빗물로 채워져 있다. 출처: 서남표, KR100940240, '전기자동차를 이용하는 운송시스템', 카이스트.
▲ 온라인 전기자동차(OLEV) 관련 최초 특허(2008년), 서 총장의 원천적 아이디어는 전기자동차가 도로에 매설된 급전선(빨간색)에 차량의 충전전극(연두색)을 접촉함으로써 전기를 공급받는다는 것이었다. 이는 언뜻 보기에 허를 찌르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비춰질 수도 있겠으나 현실에서는 급전선과 충전전극의 접촉 신뢰성을 보장할 수 없고 누전과 감전사고가 우려되는 위험한 발명이다. 우리 주변의 도로상 모든 틈은 흙먼지와 빗물로 채워져 있다. 출처: 서남표, KR100940240, '전기자동차를 이용하는 운송시스템', 카이스트.
실현가능성 없는 천진난만한 아이디어라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아이디어는 의심의 여지없이 작동한다. 그것이 큰 차이다. 누군가 작동을 할지 안할지 모르는 대발명 아이디어를 떠올렸다면 스스로 그 메커니즘을 이해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계속 궁리하는 것은 위험하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갈구할 게 아니라 모자란 지식을 채워야 할 때다.


※ 본 연재물은 생산기술연구원 자전거종합연구센터(윤덕재 센터장)가 진행 중인 '자전거 특허기술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되고 있습니다.

신병철 객원기자: 기술 분석 전문가, (주)다이나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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