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精'은 아껴야 오래 산다

의사들이 쓰는 건강 리포트

 
  • 백태선|조회수 : 8,691|입력 : 2012.08.16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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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정(情)이란 사랑이나 친근감을 느끼는 마음을 일컫는 말이다. 이러한 정은 많이 나눌수록 좋다. 하지만 아끼면 아낄수록 좋은 정이 있으니 바로 한방에서의 정(精)이다. '精'이란 광범위한 해석으로는 인체를 구성하고 생명활동을 유지하는 기본 물질이다. 쉽게 말하자면 우리 몸의 신장에 저장돼 신체의 생장발육과 생식기능을 담당하는 정신의 기력과 육체를 유지하는 원동력을 의미한다. 한방에서 장수의 요체가 바로 정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예전에는 이러한 정기를 잘 간직하고 외부로 누설되는 것을 극단적으로 경계했다.

◆‘정’을 간직하는 것이 장수비결
 
한의학에서의 신장은 양방에서 이야기 하듯이 소변 등을 만드는 곳이 아니라 우리 생명의 근본인 원기, 즉 정을 간직하는 생명의 원천을 저장하는 곳이다. 그래서 장수하려면 정이 쉽게 배설 되지 않게 만들어줘야 하기 때문에 신장을 보하는 것이 최적이라 판단했다.
 
역사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정을 후천적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들을 많이 했다. 이것이 바로 불로장생 약이라 할 수 있는데 아쉽게도 아직까지도 이런 약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물론 정을 후천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약은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경옥고다. 경옥고는 신선이 옥으로 된 항아리에 넣고 몰래 먹던 약에서 그 이름이 유래하는데 흰머리가 검어지고 빠진 이가 다시 나며 행동이 말같이 빨라진다고 한다. 그렇지만 경옥고는 동의보감에서 첫 번째로 추천하는 약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정을 보충하는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
 
◆정의 신체 역할 3가지
 
이렇듯 장수에 영향을 미치는 정의 역할은 크게 3가지로 나누어 질 수 있다.
 
첫번째, 성장 발육에 소모되는 정이다. 최근에는 큰 키를 선호하기 때문에 많은 노력을 한다. 그래서 어린이에게 키 크는 한약을 처방해달라는 부모의 요청을 받는다. 그렇지만 이런 경우는 엄밀히 따져서 정의 소모를 많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의학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 실제 양방적으로도 키가 큰 사람일수록 수명이 짧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물론 보기는 좋지만 너무 큰 키를 선호하는 것은 장수에 불리한 조건을 만들게 된다.
 
두번째, 성생활을 통해서 소모하는 정이다. 동양에서는 이런 정을 간직하는 것을 최고의 건강 가치로 보기 때문에 성생활을 통한 정의 누설을 나쁘게 봤다. 극단적으로는 평생 성교를 하지 않는 것을 추구했고 심지어는 부부간에도 각방을 써야 한다는 다소 황당한 주장의 근거로 이런 정의 소모를 들었다.
 
그렇다면 적당한 성생활은 무엇인가. 한방과 양방의 가장 차이가 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한방에서는 성생활의 최소화를 강조한 반면 양방에서는 적당한 성생활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견해이다. 물론 어디까지 적당한가에 대한 이견은 있다.
 
세번째는 정으로 기와 혈을 만드는 과정인데 정상적인 생리적 과정과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벌어지는 병리적 과정이 있다. 정상적인 과정은 우리가 활동할 수 있게 하는 기와 혈을 만드는 과정에서 정이 소모되며, 이렇게 만들어진 기와 혈로써 우리가 일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다가 기혈을 모두 쓰게 되면 쉬면서 다시 충전을 해야 한다. 그렇지만 병리적 과정은 음식을 못 먹어 기혈을 못 만들거나 과로를 하거나 질병이 있는 상태에서 기혈의 소모가 넘쳐서 많이 부족해지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경우 우리 인체는 정만을 이용해서 기혈을 만들게 된다. 이렇게 소모되는 정은 정상적인 생리적 과정에서 사용되는 정에 비해 엄청나게 많이 소모된다.
 
우리가 흔히 원기를 때워서 일을 하거나 젖 먹던 힘까지 내서 일을 하거나 진이 빠지게 일을 했다는 표현이 바로 정 만으로 에너지를 만든 경우라 하겠다. 실제 우리가 흔히 며칠 밤새워 일하고 나면 갑자기 사람이 많이 늙어 보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精'은 아껴야 오래 산다

 
◆충분한 휴식이 해답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정의 소모를 많이 하는 행동들을 하여 본원을 내원하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여름을 맞아 남녀를 불문하고 다이어트 한다고 잘 먹지 않고 견디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에는 정상적으로 충분한 기혈을 생산하지 못해 정을 쉽게 소모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적당히 먹고 운동량을 늘려 정의 소모를 막고 효과적으로 체중을 빼야 진정으로 건강을 챙길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과로로 기혈을 모두 소모하고 나면 다시 기와 혈을 보충하기 위해 충분한 영양공급과 휴식을 취해줘야 한다. 휴식의 가장 좋은 방법은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대인들은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않고 늦게까지 야근을 하거나 집에 돌아 와서도 쉬지 않고 컴퓨터 앞에서 이것 저것 일을 하는 경우가 잦다. 정신노동을 하는 사람은 휴식을 취할 때 뇌도 함께 쉴 수 있게 하고, 육체적인 일을 하는 사람은 근육이 함께 쉴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현명하다.
 
정은 후천적으로 다시 보충되지 않고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선천적인 것이다. 그래서 옛날에는 자식에게 많은 정을 주기 위해서 가장 좋은 날을 택해서 부부 관계를 갖기도 했다. 아끼고 아껴서 오래 동안 잘 간직하는 것이 장수의 길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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