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구름 위 하늘을 거니네

장태동의 여행일기/무안 백련지·초의선사 탄생지

 
  • 장태동|조회수 : 7,993|입력 : 2012.08.24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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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잎이 끝없이 펼쳐진 연밭은 태양의 바다다. 해바라기보다 넓은 잎을 펼쳐 이글거리는 태양의 열기와 빛을 다 받아낸다. 포화된 열기는 희고 붉은 꽃으로 피어난다.

계절마다 빼 놓지 않고 가는 여행지가 있다. 그중 한곳이 연밭이다. 연꽃은 꽃마다 피는 시기가 달라 여름부터 초가을까지 볼 수 있다. 화려하면서도 단아한 연꽃은 고혹하다. 향기가 없는 것 같으면서도 그 향이 천리를 간다는 연꽃의 향은 꽃의 자태와도 잘 어울린다. 무안군 회산 백련지는 초록빛 연잎의 바다에 보석 같은 연꽃을 피워냈다.

연꽃 구름 위 하늘을 거니네


◆태양을 먹고 피는 꽃

서해안고속도로 일로IC로 빠져 나왔다. 여름 한철 뜨거운 태양 빛을 다 받아 낸 초록빛 연밭과 희고 붉은 연꽃을 보기 위해 우리는 무안군 일로읍에 있는 회산 백련지를 찾았다.  

그늘 하나 없는 10만여평의 연밭을 돌아보는 걸음마다 땀이 떨어진다. 연못 곳곳을 돌아볼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 간다. 땀을 흘린 양만큼 마음이 차분하고 상쾌해진다. 온 몸으로 흐르는 땀을 느끼며 한 발짝 걸을 때마다 펼쳐지는 초록빛 연밭의 향연에 오랜만에 몸과 마음이 하나로 긴장되고 눈이 맑아진다.

사실 백련지는 일제강점기에 우리의 조상들이 삽과 가래를 이용해서 손으로 만든 저수지다. 이렇게 아픈 역사를 간직한 채 백련지는 매년 여름부터 가을까지 푸른 연잎의 바다에 희고 붉은 아름다운 연꽃을 피워내는 것이다.

울타리가 없는 백련지 둘레를 돌아 매표소를 지났다. 연밭 사이로 길이 이어진다. 녹색의 넓은 잎 사이로 흰 연꽃이 피었다. 수련이 피어난 연못에는 돌다리가 놓였다. 작고 예쁜 수련의 고혹한 자태에 여행자들의 카메라 시선이 꽂힌다.

넓은 연잎이 접시안테나처럼 하늘을 향했다. 연밭은 초록빛 물결이다. 초록과 어울린 연꽃의 흰빛은 더 순결해 보인다. 하나의 생명으로 피어난 연꽃을 보면 마음이 정화된다.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감동 중 그 진폭이 이렇게 깊은 것은 드물다. 심청이가 연꽃을 타고 환생을 했고 부처님이 앉아 있는 곳도 연꽃 위다. 정화의 과정을 거쳐 인간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불교의 깨우침을 상징하는 것에 연꽃도 한몫하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초록의 연밭에 피어난 흰 연꽃을 보고 느꼈던 게 ‘순결과 정화’였으니 연꽃은 자신의 상징성을 제대로 여행자에게 전달한 것이다.

‘순결과 정화’의 과정은 반드시 고난과 역경의 골짜기를 지나야 한다. 초록의 연잎이 하늘을 향해 활짝 날개를 편 이유는 이글거리는 태양의 열과 빛을 받으려는 조화일 것이다.

용광로에서 활활 타는 쇳물이 반짝이는 무엇이 되듯 초록의 잎으로 태양을 집어 삼키고서야 저렇게 흰 꽃을 피워낼 줄 아는, 그래서 더욱 더 순결한 상징으로 피어나는 것이 연꽃이리라.

연꽃 앞에서 생각에 잠겨 앉아 있는 동안 바람이 불었나보다. 머리카락이 헝클어지고 옷깃이 나부낀다. 연꽃도 흔들리고 바다 같은 초록의 연밭도 전체가 일렁이다. 이마에 흐르는 땀이 마르고 등줄기가 시원하다.

그렇게 연밭을 걷다가 작은 보트 몇척이 연밭 사이로 오가는 모습을 보았다. 연꽃과 연잎 등을 더 가까이서 볼 수 있게 연못에 배를 띄운 것이다. 초록의 바다에 둥실 떠있는 쪽배에 몸을 싣고 바라보는 연꽃의 느낌은 또 다를 것 같았다. 
 
연꽃 구름 위 하늘을 거니네

조선차역사박물관
 
◆‘동다송’ 초의 의순을 바라보다

백련지 산책을 마치고 도착한 곳은 ‘초의선사 탄생지’였다. 조선시대 정조가 왕위에 있을 때 태어난 초의선사는 조선의 다도를 중흥시킨 ‘다성’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같은 시대의 인물인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 선생 등과 교류하며 학문과 친분을 나눴다.

불국사에서 도를 깨달은 뒤 삼십년 세월을 지내고 나서야 그는 차를 노래한 시집 <동다송>을 펴냈다. 그때 그의 나이 쉰두살 때였다.

지리산에서 만든 다기세트와 지리산자락에서 난 찻잎을 선물로 받은 때가 있었다. 그 때 이후로 가끔 생각나면 차를 우려 마시곤 한다. 초의선사 의순이 우리의 차를 노래한 책 <동다송>도 그때 읽었다. 그의 시 한구절을 소개한다.

옥화같은 차를 한 잔 마시니 겨드랑이에 바람이 일어/몸이 가벼워져 하늘을 거니는 것 같네/밝은 달은 촛불이 되고 또한 친구가 되며/흰 구름은 자리 되고 아울러 병풍이 되어주네
-동다송 16절(너럭바위에서 펴낸 책 <동다송>에서 발췌)

‘초의선사탄생지’는 시골마을에 조성된 시설물로서는 꽤 정성을 들인 모양이다. 그곳에는 초의선사가 태어난 생가가 복원돼 있으며 초의선사의 일대기를 알 수 있는 기념전시관과 차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차 문화관이 별도로 있다.

입구를 통과해 오르막을 오르면 오른쪽에 작은 연못과 한옥이 어울린 풍경이 나온다. 초의지와 용호백로정이다. 연꽃 피어난 연못 위에 기와로 된 한옥 건물이 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조화로운 어울림이다. 용호백로정에 오르니 앞뒤로 트인 한옥 대청마루 구조 때문인지 시원한 바람이 그치지 않는다. 마루에서 바라보는 연못은 운치가 있다.

더 위로 올라가면 초의 의순이 정진하며 <동다송> 등을 완성한 일지암 작은 초가가 있다. 그 위로 기념관과 그의 사당인 다성사가 있다.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다성사 건물 앞에서 눈 아래 탁 트인 풍경이 펼쳐진다. 옆으로 내려가는 길을 따라가면 차 문화관이다.

차 문화관은 거대한 한옥 건물이다. 건물 전체가 나무로 지어졌다. 안으로 들어가니 나무향이 은은하면서도 강렬하다. 차와 관련된 물건들이 전시됐다. 전시품 하나하나에 눈길을 얹었다. 그 모양과 색만 보아도 가벼운 느낌이 전혀 없다. 그윽한 차향에 어울리는 깊은 아름다움이 있다.

생가는 작은 초가다. 생가를 둘러보고 나오는데 나리꽃이 땅을 향해 피었다. 벌과 나비가 한곳에 앉지 못하고 정신없이 꽃 주위를 날아다닌다.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을 배경으로 나비가 잠깐 머물고 있는 주황빛 나리꽃을 사진 속에 담았다.

동다송에서 그가 ‘옥화 같은 차를 한잔 마시니 겨드랑이에 바람이 일어/ 몸이 가벼워져 하늘을 거니는 것 같네’ 라고 노래한 것처럼 초의 의순을 바라보고 돌아 나오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그윽한 향을 머금은 차 한잔 마신 기분이다.   
 
연꽃 구름 위 하늘을 거니네

짚불구이삼겹살

◆40초의 미학 ‘짚불삼겹살’

백련지 연꽃 구경에 조선의 차 문화와 함께 차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던 초의선사탄생지를 돌아보느라 점심시간이 훨씬 지났다.

초의선사탄생지 인근에서 마땅한 먹을거리를 찾다보니 무안에서 유명한 ‘짚불삼겹살’이 떠올랐다. 짚불삼겹살로 유명한 두암식당까지는 거리가 좀 있지만 무안까지 와서 그것을 먹지 않고 가려니 입이 서운했다. 몽탄북초등학교 앞에 있는 식당은 시골집 같은 편안한 분위기다. 

짚불삼겹살은 석쇠에 얇게 썬 삼겹살을 가지런히 앉히고 짚에 불을 붙여 약 40초 정도 구운 뒤 손님상에 올리는 것이다. ‘화르락’ 피어나는 짚불의 화력이 엄청나기 때문에 40초 정도면 삼겹살이 익는다. 화력이 세기 때문에 겉이 먼저 익으며 육즙이 빠져나가는 것을 최대한 막는다. 거기에 구수하고 풋풋한 짚의 향기가 고기에 은은하게 스며들어 고기 맛을 더 살려 주는 것이다. 

고기를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무안의 특산물인 양파로 담근 양파김치와 함께 먹어도 맛있다. 또 게장을 갈아 만든 소스를 찍어 먹는다. 

무안에서는 양파로 만드는 요리가 다양하다. 양파김치가 가장 독특하다. 일반적으로 먹는 양파 장아찌와 식초절임도 만든다. 생양파로도 먹는데 맵지만 달다. 다른 곳에서 먹는 양파와 맛이 다르다.

연꽃의 향기와 조선 차의 향기가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양식이라면 짚불삼겹살과 무안의 양파요리는 미각으로 추억을 만드는 40초의 미학이다.
 
[여행정보]
 
<길안내>
 
자가용
회산 백련지 : 서해안고속도로 일로IC로 나와서 우회전 한 뒤 이정표를 따라 가면 된다. 이정표가 잘 돼있다.
회산 백련지에서 초의선사탄생지 가는 길 : 백련지에서 일로읍으로 나온다. 일로읍 월암9리사거리에서 문화로(815번 도로)를 타고 가다가 1번 국도와 만나는 삼거리가 나오면 목포 쪽으로 좌회전한다. 목포시 접경지역 사거리에서 우회전 한다(목포시를 알리는 큰 이정표 아래 초의선사탄생지 이정표가 있다). 우회전 한 뒤 약 250m 정도 가다가 삼거리가 나오면 우회전. 1.3km 정도 진행 하다보면 초의선생탄생지가 나온다.  

대중교통
서울강남고속버스터미널 호남선(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무안 가는 차가 있는데 하루 2회 운행한다. 광주까지 가서 무안 행 버스로 갈아타는 게 낫다. 광주버스터미널에서 무안 가는 차는 약 15~40분 간격으로 있다.

현지교통
무안에서 회산 백련지를 가려면 무안 우체국 앞에서 일로까지 가는 800번 버스를 탄다.(30분 간격 운행) 일로읍에 내려서 회산 백련지 가는 버스로 갈아탄다(오전 7시10분. 7시 55분. 10시20분. 11시10분. 오후 1시50분. 4시10분. 6시40분에 있다).

회산 백련지에서 초의선사탄생지를 가려면 일로읍에서 800번 버스를 타고 목포버스터미널까지 간다. 목포버스터미널에서 금동 행 버스(오전 6시40분. 오전9시. 낮 12시50분. 2시50분. 5시20분. 6시30분)를 타고 초의선사탄생지에서 내려달라고 하면 된다. 문의(무안교통) : 061-454-1040

*목포버스터미널에서 초의선사탄생지까지 약 6km 거리다. 버스 시간이 맞지 않으면 택시를 이용할 만하다.
 
<숙박>
회산 백련지 주변 복룡리와 산정리에 민박집 있음. 시골집 같은 분위기에 평범한 민박집이다. 

<음식>
두암식당(061-452-3775) 짚불삼겹살

<입장요금>
백련지 : 2012년까지 입장료 및 주차요금 무료(백련지 사무소 : 061-285-1323)  
초의선사탄생지 : 입장료 및 주차요금 없음(초의선사 탄생지 사무소 : 061-285-0300)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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