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혁명과 '시멘트 석굴'

홍찬선 특파원의 China Report

 
  • 홍찬선|조회수 : 3,534|입력 : 2012.08.24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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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따통(大同)은 멀었다. 중국의 3대 석굴 가운데 하나인 '윈강스쿠'(云岡石窟)와 절벽에 걸려 있는 것으로 유명한 '쉬앤콩쓰'(懸空寺), 그리고 중국의 5대 명산 중 하나이며 베이위에(北岳)로 통하는 헝샨(恒山)이 있는 따통. 그래서 중국어 교과서에 반드시 실려 있고 언제든 한번은 가봐야 할 곳으로, 마음의 거리가 매우 가까운 곳. 하지만 따통에 직접 가는 길은 매우 멀었다.

◆물리적 거리보다 멀었던 따통 가는 길

베이징에서 따통까지의 거리는 350km가량. 서울에서 대구 정도다. 한국이라면 자동차로 3시간 남짓이면 갈 수 있는 비교적 가까운 곳이다. 하지만 중국에서 자동차로 달리면 가는데 6시간 오는데 6시간. 꼬박 12시간이 걸린다.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마음으로는 더 가까운 따통이 멀게 느껴지는 이유다.

무엇이 따통을 이렇게 멀게 만들었을까. 5가지 정도의 이유가 있다.
 
첫째, 화물차 운전자들의 운전매너다. 베이징에서 자동차를 타고 따통에 가려면 신장(新藏)까지 이어지는 징장고속도로를 이용한다. 이 고속도로에 진입한 뒤 서북쪽으로 80km 정도 달리면 빠다링(八達嶺) 창청(長城, 중국에서는 만리장성을 이렇게 부른다)을 통과한다. 이 곳에서 짐을 가득 실은 화물차들이 편도 2차선 고속도로를 나란히 차지하고 저속으로 간다. 뒤따르던 승용차들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한참동안 거북이운행을 해야 한다.

화물차의 '나란히 경주'에 혈압이 오른 뒤에 다다르는 곳은 톨게이트. 통행료를 전자카드로 자동납부하는 시스템이 아직 널리 보급되지 않은 중국에서는 톨게이트마다 자동차가 장사진을 이룬다. 새벽 5시에 출발해 빠다링을 힘겹게 넘은 뒤 6시30분쯤 도착한 첫 톨게이트에서 통행료를 내느라 10분 이상 기다려야 했다. "중국의 가장 큰 명절인 춘졔(설) 때는 통행료를 내고 톨게이트 통과하는데만 1시간이나 걸린다"는 중국인 운전자의 말은 위로가 되기보다 화를 돋운다.

특히 베이징에서 허베이(河北)성에 진입할 때와 따통이 있는 샨시(山西)성에 들어갈 때, 그러니까 지방정부의 경계를 넘어설 때마다 톨게이트가 설치돼 있어 통행료를 내야 한다. 그때마다 차는 멈춰서야 하고 따통 가는 길은 조금씩 멀어진다.

셋째, 따통 택시 운전사의 '허무맹랑한 돈벌이'다. 베이징에서 따통까지 이어지는 징따고속도로를 빠져나온 뒤 옆에 서 있는 택시 운전사에게 윈강스쿠로 가는 길을 물었다. 그러자 그는 "복잡해서 찾아가기 어렵다"며 "20위안(3600원)을 내면 알려 주겠다"고 한다.
 
따통이 속한 샨시성의 상인을 '진샹'(晋商)이라 부를 정도로 돈벌이 잘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길을 잘 모르는 외지인에게 돈 받고 안내해 줄 정도인지는 상상조차 못했다.

돈 주기를 거부하고 도로표지판을 보면서 찾아가기로 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 유명한 '윈강스쿠'가 도로표지판에 표시돼 있지 않다. 한참 가다 신호대기를 하면서 옆에 서 있는 자가용 운전자에게 물어봤다. 다행히 그가 친절하게 "죽 직진하다 보면 윈강스쿠 가는 표지가 나올 것"이라며 알려줘 가까스로 찾아갈 수 있었다.

이런 낭패는 윈강스쿠에서 쉬앤콩쓰를 찾아갈 때도 비슷하게 겪었다. 도로표지판에 쉬앤콩쓰가 없기 때문이다. 몇번이나 차를 세우고 물어본 뒤에야 겨우 찾아갈 수 있었다. 그러니 윈강스쿠와 쉬앤콩쓰가 있는 따통이 멀게 느껴질 수밖에….

네번째는 따통에서 베이징으로 돌아올 때 겪은 일이다. 어렵게 윈강스쿠와 쉬앤콩쓰를 본 뒤 베이징으로 돌아오려고 길을 재촉했다. 조금이나마 시간을 단축하려고 최근에 새로 생긴 듯한 고속도로 진입로(톨게이트)로 갔다. 그런데 "이곳은 승용차 전용이어서 9인승 승합차는 진입할 수 없다"며 진입을 거부했다.

여러번 통사정을 해봤지만 융통성 없는 중국의 현장관리들의 말은 한결같았다. '돌아가서 승합차도 허용되는 곳으로 진입하라'는 것. 할 수 없이 왕복 30km 정도의 길을 되돌아갔다. 시간으로 따지면 30분 정도 더 걸렸다(왕복 2차선의 좁은 길이어서 속도를 제대로 낼 수 없었다).
 
'승용차 전용 톨게이트'가 있다는 사실 자체도 이해할 수 없지만 진입로로 연결되는 길목에 '승용차 전용'이라는 표지를 해놓았더라면 이런 헛수고는 하지 않았을 것을 생각하니 분통이 터지지 않을 수 없었다.
 
문화대혁명과 '시멘트 석굴'

복구하는 원강석

◆유네스코 문화유산을 파괴한 몰역사성

하지만 이런 네가지 이유는 '(중국이니) 그럴 수 있겠다'며 이해할 수 있다. 나머지 한가지 이유는 수천번 양보해도 납득이 가지 않았다. 바로 윈강스쿠와 쉬앤콩쓰의 파괴다. 지금부터 1500년 전인 5~6세기에 만들어져 유네스코에서 문화유산으로 지정했을 정도로 문화적 가치가 높은 윈강스쿠와 쉬앤콩쓰에 남아있는 '원화따거밍'(文化大革命)의 지울 수 없는 흔적이다.

석굴에 있던 부처는 홍위병의 망치질로 사라졌다. 완전히 파괴되지 않은 부처도 팔과 다리가 부러졌거나 눈동자가 파였다. 망치질로 부수지 못할 정도로 큰 부처의 얼굴과 가슴에는 커다란 쇠못이 박혀 있다. 원화따거밍의 광란(狂亂)이 몇년 더 이어졌더라면 쇠못질을 당한 부처마저 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쉬앤꽁쓰는 그나마 보존이 잘 돼 있었지만 불상의 눈동자가 파여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렇게 파괴된 석굴을 시멘트로 복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복구가 끝난 곳은 '시멘트의 몰역사성'이 눈에 거슬리고 9호 석굴과 10호 석굴 앞에 파괴된 누각을 복원하기 위해 관람객의 통행을 제한하면서 아파트 공사장처럼 벌려놓은 모습은 더욱 눈엣가시로 다가왔다.

350km를 3500km 이상의 거리로 느끼게 한 따통. 일의대수(一衣帶水)라고 부를 정도로 가까운 한국과 중국이지만 실제로 느끼는 거리는 그렇게 가깝지 않은 현실. 따통을 오가며 보고 느낀 것은 수교 20주년을 맞은 한국이 중국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해가야 할지 더욱 많이 고민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게 하기에 충분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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