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상의 화원, 원시의 숲길

장태동의 여행일기/두문동재~금대봉~검룡소 트래킹

 
  • 장태동|조회수 : 8,265|입력 : 2012.09.0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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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두번째로 높은 고갯길, 두문동재. 그곳부터 금대봉을 지나 분주령에서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로 이어지는 8.5km 숲길. 1000m가 넘는 산상의 화원에서 구름 같이 걷거나 푸르른 원시림을 지날 때면 숲의 호흡에 맞춰 심장이 뛰고 앞서 걷는 이의 발자국에 초록물이 묻어난다.
 
경기도 개풍군 광덕면 두문동. 이곳은 고려 말 유신 72명이 새 나라 조선에 반대하며 은거했던 곳이다. 조선 조정은 이들을 그냥 두지 않고 마을을 포위하고 그들이 살던 집과 마을에 불을 질러 죽였다. 두문동에 들어가 다시는 밖으로 나오지 못한 고려 유신 72명의 일화에서 ‘두문불출’이란 말이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고려 왕조에 충성을 다하고 지조를 지키기 위한 사람은 두문동의 72현 만이 아니었나 보다. 강원도 정선군 남면에 ‘거칠현동’이란 마을이 있는데 이곳 또한 고려 유신 7명이 조선에 반대하며 세상을 등지고 은거했던 곳이고, 그곳에서 동쪽으로 조금만 더 가면 태백시 경계에 ‘두문동’이란 마을이 나오는데 이곳 또한 고려 말 사람들이 은거했던 곳이다.

두문동은 현재 정선군 고한읍 고한2리다. 이곳에서 태백으로 넘어가는 두문동재가 시작되는데 고갯마루의 높이가 1268m 정도니 웬만한 산 정상과 맞먹는 높이다.
 
산상의 화원, 원시의 숲길


◆신령스러운 산 금대봉

40도를 육박하는 폭염으로 두문불출했던 지난 여름 동안 몸이 무겁고 머리에 수증기가 꽉 찬 것 같이 답답하고 정신이 흐릿해졌다. 말복이 지나면서 거짓말 같이 폭염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마음을 추스르고 떠난 곳이 두문동재부터 금대봉, 분주령, 검룡소까지 이어지는 8.5km 트래킹 코스다.

태백시 관광홈페이지에 미리 탐방신청을 해놓았지만 관리사무소 방명록에 인적사항을 다시 적고 출발!

1268m 두문동재 고갯마루 바람은 산 아래 마을의 그것과 달랐다. 살갗을 스치는 바람에 휘발성 짙은 파란 가을 하늘이 묻어난다. 숲길 초입부터 야생화와 나비들이 여행자를 반긴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우리는 먼저 와 있는 가을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관리사무소에서 20분 정도 숲길을 오르니 금대봉 정상이 나왔다. 정상 높이가 1418m지만 출발지점의 높이가 1268m이니 150m 정도 올라간 셈이다.

금대봉 정상에는 ‘양 강의 발원지’라는 표지목과 앞으로 갈 길을 알려주는 이정표 그리고 금대봉 표지석이 있다. 나뭇가지에 가려 전망이 트이지는 않지만 한쪽으로는 저 멀리 산줄기 능선이 파도치며 넘실대는 모습이 보인다.

사실 금대봉은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와 낙동강의 발원지인 용소(낙동강의 발원지는 태백시내 황지연못으로 널리 알려졌는데 그 물줄기의 시작을 용소로 보는 견해도 있다) 등을 품고 있는 산이다. 그래서 금대봉 정상에 ‘양 강의 발원지’라는 표지목을 세운 것이다.

금대봉의 ‘금대(金臺)’는 황금으로 만든 높고 평평한 누각 정도로 풀이할 수 있겠다. 또한 ‘금대’란 말이 신성한 곳을 뜻하는 ‘검대’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인데, 예부터 이 부근 사람들이 금대봉을 귀하고 신성하게 여기며 신들이 내려와 머무는 곳으로 알고 있다.

정상에서 분주령·대덕산 방향과 매봉산·피재 방향으로 길이 갈라진다. 우리는 계획대로 분주령 방향으로 길을 내려선다.

외길 내리막이 미끄럽다. 돌부리와 흙 밖으로 드러난 나무뿌리를 잘 못 밟으면 미끄러지기 쉽다. 발끝과 무릎에 힘을 주고 긴장하며 내리막길을 걷는다. 아래만 보며 걷다 보니 나무가 하늘을 가려 푸른 ‘숲터널’을 만든 것도 몰랐다. 시야가 갑자기 밝아져 위를 쳐다보니 전망이 뚫린 곳이 나왔다.

산줄기 전망을 바라보며 숨을 한 번 고르고 다시 내리막길로 내려선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 내리막길 끝에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몰랐다.

◆들꽃과 숲의 정기에 온 몸 숨구멍 열려

숲을 벗어나면서 우리가 본 건 다른 세상이었다. 파란 물방울이 떨어질 것 같은 하늘 아래 이국적인 침엽수가 크리스마스처럼 숲을 이루고 발길 닿는 길목에는 이름 모를 들꽃들이 바람에 흔들린다. 목책은 사람의 길을 인도하는 안내자의 역할 뿐만 아니라 풍경과 잘 어울리고 있었다.

이런 풍경, 이런 길 위에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했다. 내딛는 걸음이 나비처럼 가볍다. 들이 쉬고 내 쉬는 숨이 노란 들꽃의 향기를 닮았다가 때로는 푸른 나무의 빛깔 같기도 했다. 머리카락을 헝클어 놓고 지나가는 바람의 꼬리마저도 그냥 놓아주고 싶지 않았다. 오감이 긴장하고 이완되면서 온 몸에 있는 숨구멍이 지금 이곳의 자연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가을 초입의 풍경 또한 이러하니 나머지 계절 이 길의 자연은 또 어떨까? 자연생태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이곳은 그야말로 자연 생태의 보고다. 겨울을 이겨낸 복수초하며 봄·여름·가을 할 것 없이 피어나는 금대봉 야생화는 산상의 화원을 이룬다.
털개별꽃, 노루귀, 고혹한 자태의 금강애기나리 그리고 솔나리, 하늘나리, 털중나리, 하늘말나리, 범꼬리, 동자꽃, 은방울꽃, 초롱꽃, 희고 부드러운 꽃잎의 태백제비꽃, 흰 꽃잎 오므려 노란 꽃술을 감싸고 있는 백작약, 눈의 결정체를 닮은 노랑무늬붗꽃…. 사람의 발걸음이 닿지 않는 금대봉 곳곳에서 피어나는 야생화, 그 야생화를 품고 있는 금대봉 숲에 봄 여름 가을 겨울, 수 천 수 만 번의 계절이 내리고 스미어 그 정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하늘로 이어질 것 같은 산상의 화원 목책길을 지나 우리는 다시 숲의 터널로 들어간다. 고목나무샘·분주령·대덕산·검룡소 방향의 이정표가 가리키는 화살표 끝을 따라 하늘을 가린 숲그늘 아래 오솔길로 접어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목나무샘이 나왔다. 이곳은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 위에 있는 작은 샘으로 이 샘과 함께 제당굼샘 등 네 개의 샘에서 솟아난 물이 땅으로 스미어 다시 검룡소에서 분출하게 되는 것이다.

고목나무샘 나무뿌리 아래로 방울방울 떨어지는 물을 받아 마신다. 특별한 맛은 없지만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 그 위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라고 생각하니 일반 약수와는 다르게 생각된다.

하늘을 가린 숲 그 아래 오솔길이 실 같이 풀리고 감긴다. 그 길을 따라 아무 생각 없이 걷는다. 일행들도 말이 없다. 햇볕도 걸러 드는 원시의 숲이 숙연하다. 마치 무슨 종교 의식인양 걷는다. 이 또한 이 숲이 우리에게 주는 일종의 메시지가 아닐까!.

앞서 걷는 일행이 쉬기 편한 곳에서 발길을 멈추고 자리를 틀고 앉는다. 우리 모두 그 둘레로 앉았다. 땀을 닦고 물을 마시고 준비해간 약간의 음식을 나누는 사이 아무 말 없이 걸었던 그 시간 동안 말 하는 것 보다 더 많은 말을 자기 자신과 했으리라 짐작한다. 

◆한강의 시원, 그 처음 앞에 서다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니 이정표가 나왔다. 대덕산과 검룡소로 길이 갈라진다. 이곳이 분주령이다.

분주령은 태백시 창죽동과 정선군 백전리를 잇는 고갯길이다. 지금은 사람이 다니지는 않지만 옛날에는 사람들이 많이 넘어다녔다고 해서 분주령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이곳에 분주나무(수유나무)가 많아서 분주령이라고도 했다. 분주나물이 많아 분주령이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전한다.

늠름한 자태의 대덕산을 뒤로 하고 우리는 원래의 계획을 수정, 검룡소 쪽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검룡소 오름길 600m'라는 이정표를 만났다. 600m만 더 가면 한강의 발원지이자 오늘 트래킹 코스의 마지막 코스인 검룡소를 만날 것이다.

검룡소로 가는 길에 하늘 높이 솟은 나무가 여행자를 호위하듯 서 있다. 산책처럼 걷는 발걸음이 지나온 걸음보다 가벼워진다. 멀리 계곡 물소리가 들린다. 분명 검룡소에서 솟아난 물이 만든 한강 그 처음의 계곡일 것이다.

계곡을 거슬러 올라간다. 나무 데크로 만든 길을 지난다. 드디어 한강의 시원 검룡소 앞에 섰다. 그냥 보기에는 숲속 계곡의 작은 물웅덩이 일지 모르겠으나 이곳은 엄연히 514km 거대한 한강 물줄기가 시작되는 곳이다.

2000만 국민이 살아가는 생명의 젖줄인 한강. 그 시작인 검룡소는 금대봉 자락 해발 951m에서 심장처럼 24시간 평생을 쉬지 않고 박동하며 하루 2000톤의 물을 뿜어내는 것이다.

검룡소는 1억5000만 년 전에 생겼다. 석회암 동굴이 수직으로 서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길고 긴 동굴을 솟구쳐 오른 물이 끊임없이 흐른다. 

검룡소에서 솟아난 물이 흘러 만든 암반바위의 골에 이끼가 푸르다. 그 사이로 검룡수가 흘러내린다. 그 오랜 세월 동안 흐르는 물에 깎인 바위 모양이 아름답다. 그 물길을 따라 이제 우리도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돌아가는 길, 흙길 옆에 산기슭에 냇물 건너 저 먼 곳에 아무렇게 피어난 들풀과 들꽃은 하나하나 놓고 보면 가녀린 생명 같지만 무리지어 피어난 꽃무리는 강하다. 푸른빛 숲을 통과하며 걷는 데 마음 속 때를 벗고 처음처럼 다시 태어나는 기분이다. 한강의 물줄기가 시작되는 그곳에서 물의 길과 함께 우리의 발걸음도 하나부터 다시 시작한다. 

산상의 화원, 원시의 숲길

트래킹 코스에서 만난 괴목

[여행정보]

<길안내>
자가용
중앙고속도로 제천IC - 영월 방향으로 38번 국도 - 사북 고한 지나 태백으로 들어가는 두문동재 정상 왼쪽에 주차장과 관리사무소 있음.(두문동재터널로 가지 말고 두문동재 옛길로 올라가야 한다.) 트래킹을 다 마치고 검룡소 입구 주차장에서 콜택시를 부른다. 거기서 출발지점인 두문동재 정상까지 약 3만원 정도 나온다. 문의 : 033-552-8363(태백시관광안내소)

대중교통
*기차
청량리역에서 고한역 가는 기차가 오전 7시, 오전 8시50분, 낮 12시, 오후 2시, 오후 4시, 밤 11시에 있다. 주말에는 밤 10시 기차도 있다. 3시간 50분 정도 소요. 고한역에서 고한버스정류장까지 약 3km 거리다(청량리역에서 태백역 가는 기차 출발 시간도 같다. 태백역에서 태백버스정류장까지는 약 100m 거리다. 태백역까지는 약 4시간 10분 정도 걸린다).

*버스
동서울버스터미널에서 고한버스터미널 가는 버스 이용. 오전 6시부터 밤 11시까지 30여 회 운행. 약 2시간 50분 정도 소요(동서울터미널에서 태백버스터미널로 가서 두문동재로 가도 된다. 태백까지는 약 3시간 10분 정도 걸린다.).

*현지교통
고한버스터미널에서 내려서 태백 가는 버스를 타고 두문동재터널 들어가기 전에 있는 ‘두문동’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태백버스터미널에 내린 사람은 터미널에서 고한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두문동재터널을 지나서 나오는 ‘두문동’ 정류장에 내리면 된다). ‘두문동’ 버스정류장에서 트래킹 출발지점인 두문동재 정상까지 약 4~5km 정도 두문동재 옛 도로를 따라 걸어야 한다. 트래킹을 마치고 검룡소 입구 주차장에 도착한 뒤 도로를 따라 약 6km 정도 걸어 나가면 35번 도로 상에 있는 ‘안창죽마을’ 시내버스 정류소가 나온다. 거기서 태백 시내 가는 시내버스를 타야 한다(시내버스가 드물다).

버스 시간 문의 : 고한~태백 간 시내버스(두문동 행 시내버스) : 영암고속 033-552-6653~4
고한버스터미널 033-591-2860.
태백버스터미널 1688-3166. 태백시관광안내소 : 033-552-8363

<숙박>
트래킹 출발지점인 두문동재와 도착지점인 검룡소 부근에는 숙박시설이 없다. 태백시내에 있는 오투리조트 (033-580-7500)를 이용하면 된다. 황지연못 부근에 모텔이 몇곳 있다. 

<음식>
태백에는 사연 있는 먹을거리가 많다. 탄광촌의 역사와 함께 한 음식이 돼지갈비와 소고기다. 황지연못 부근에 옛날 고기집 중 몇 집이 남아 있다. 돼지갈비는 조선옥(033-552-5631)이 유명하다. 한 끼 식사로 유명한 것은 순두부다. 태백순두부(033-553-8484)집 순두부는 맑은 순두부국에 양념장 등을 넣어 간을 맞춰 먹는다. 함께 나오는 비지장과 강된장이 순두부국과 잘 어울린다. 강된장에 밥을 비벼 먹으면서 순두부국은 국 같이 먹으면 된다. 구수한 비지장도 시골향이 가득하다. 트래킹 출발지점인 두문동재에서 태백방향으로 10km 정도 가다 보면 길 오른쪽에 있다. 태백순두부집 옆에 있는 감자옹심이집(033-554-0077)의 만둣국(더울 때는 안 함)과 감자옹심이도 괜찮다.  

<간략 코스 설명>
두문동재 - 1.2km - 금대봉 - 900m - 고목나무샘 - 2.6km - 분주령 - 2.1km - 검룡소 - 1.7km - 검룡소 입구 주차장 - 6km - 35번 도로 상 ‘안창죽마을’ 시내버스 정류소(태백시내 방향 승차. 시내버스가 드물다. 검룡소 입구 주차장에서 콜택시를 이용할 수도 있다.)

*금대봉~대덕산 주변은 생태경관보전지역이라서 두문동재~금대봉~검룡소 코스를 이용하기 전에 태백시청 홈페이지에 예약해야 한다. 태백시청 홈페이지 우측 상단 ‘태백관광’ 클릭. 화면 우측 하단에 ‘사전예약제 신청하기’가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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