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중산층 위한 정책 필요"

흔들리는 중산층/ 위기의 중산층, 탈출구는 없나

 
  • 김진욱|조회수 : 5,880|입력 : 2012.09.17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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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없는 30평대 아파트, 500만원 이상 월 급여, 2000㏄ 이상 중형차, 1억원 이상 예금 잔고'.
한 연봉 정보사이트가 직장인 대상 설문조사 결과라며 '중산층'의 기준으로 내세운 것들이다. 하지만 이 같은 조건을 갖췄더라도 자신이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대선이나 총선 등 정치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중산층 관련 정책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하지만 실제 중산층이 피부로 느낄 만큼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또 한번 정치권 일각에서 중산층 '공약전쟁'이 본격화됐다. 이번에는 과연 중산층 정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볼 수 있을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경제정책팀장을 맡고 있는 김한기 국장(사진)을 만나 한국의 중산층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서민 중산층 위한 정책 필요"

사진_류승희 기자
 
-한국의 '중산층'을 규정한다면.
▲언론이나 정치권 등에서 거론되는 얘기를 종합해볼 때 한국에서의 중산층이란 '전체소득의 중간부분'에 해당하는 시민층을 말한다. 쉽게 말해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을 제외한 나머지 서민들까지 포함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소득기준으로 볼 때 과거의 중산층 범위보다 현재의 중산층 범위가 더 넓어졌다는 의미다. 
 
-'서민=중산층'이라는 등식이 성립된다는 얘긴가.
▲그렇다. 이전에만 해도 중산층이라면 소위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사람들'을 지칭했다. 소득에서 어느 정도 '벌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을 제외한 나머지 서민들이 모두 중산층에 포함되다 보니 하우스푸어, 에듀푸어, 위킹푸어 등에 시달리는 중산층이 크게 증가했다. 최근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 역시 중산층의 범위가 넓어진 것을 의미한다.
 
-언제부터 소위 '서민'이 중산층의 범주에 포함되기 시작했나.
▲4~5년 전인 것 같다. 아무래도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이전보다 경제적으로 안정을 취한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 중산층의 범위를 한층 넓혔다고 본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 보는 중산층의 기준은.
▲확실히 한국과 다르다. 우리는 워낙 급속도로 경제성장을 이루다 보니 중산층의 기준을 소득 등 경제적 잣대로 보지만 유럽이나 미국 등은 삶의 만족도나 라이프스타일을 중시하며 '생활의 질'을 그 기준으로 삼는다. 대부분의 나라가 경제적 풍요를 이루며 살아왔기 때문에 문화적 혹은 사회적 기준으로 중산층을 규정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들이 있나.
▲프랑스의 경우 외국어를 하나 정도 하면서 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있어야 하고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으면 중산층, 영국은 페어플레이를 하면서 자신의 주장과 신념을 갖고 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 대응할 수 있으면 중산층이다. 미국만 해도 자신의 주장에 떳떳하고 사회적 약자를 도우며 부정과 불법에 저항하는 사람들을 중산층으로 본다.
 
-중산층과 관련한 정책 얘기를 해보자. 현재 부동산 정책에 있어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부동산 정책들은 기본적으로 서민의 '주거안정'과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큰 틀을 중심으로 진행돼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서민 주거안정은 뒷전에 밀렸고 4대강 사업 등 건설경기 활성화나 부유층을 겨냥한 부동산 완화정책 등이 주를 이룬다. 경제양극화·소득양극화가 진행되면서 결국 저소득충은 심각하게 주거문제를 겪고 있는데도 정부의 서민 부동산정책은 '돈있는 사람'에게만 집중되고 있다.
 
-서민층을 위한 부동산 정책이 어떻게 진행돼야 하나.
▲주택은 주거가 일차적인 목적인 만큼 부동산(아파트) 분양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 아파트 가격의 거품을 빼 서민들이 쉽게 내집 마련을 할 수 있는 분양제도 개선이나 공공임대 주택의 확충이 필요한 이유다. 여기에 저소득층에 대한 주거와 관련된 지원제도도 보완돼야 한다. 우리나라의 복지지출은 GDP(국내총생산) 대비 9%에 불과하다. 선진국들의 GDP 대비 20%에 비하면 복지지출이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서민층의 주거는 사회 안정화 문제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정부의 중산층 지원 부동산정책이 꼭 필요하다.
 
-중산층의 어려움 중 하나로 높은 교육비를 들 수 있다. 교육정책의 문제점과 대안이 있다면.
▲우리나라 교육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기존 '부의 대물림'과 맞물려 교육에 있어서도 양극화를 초래한다는 점이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이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이들이 사회에 진출해 소위 '성공'의 자리에 앉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다.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은 이제 더 이상 현실에 맞지 않는다. 공교육이 붕괴되고 높은 사교육비를 들여야만 '효과'를 볼 수 있는 게 요즘의 교육시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꾀하며 고입과 대입 선발제도를 개선해 교육시장에서의 '부의 대물림' 현상을 막아야 한다. 여기에 공교육 제도가 제대로 굴러가기 위해 기존 교원들의 자질을 향상시키는 일도 시급하다.
 
-정부의 일자리정책 역시 중산층과 관련된 사안인데.
▲최근 경기가 침체되면서 정부차원의 일자리정책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이 단기적이고 임시방편적인 것들이다. 소위 말하는 '좋은 일자리'가 아니라 3~6개월만에 고용이 완료되는 일자리들인 셈이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가장 시급한 문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궁극적으로 일자리의 안정화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공공부문에서의 정규직 전환이 급하다. 여기에 사회적기업이 활성화돼 고용이 늘어나야 한다. 기업의 경우 정년 연장이나 임금피크제를 확대할 필요도 있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대권을 의식해서인지 다양한 중산층 경제정책을 내놓고 있는데.
▲정치권에서 거론하는 (중산층 관련) 정책들은 포퓰리즘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이들 정책이 최근의 사회적 흐름이나 시대적 화두를 드러낸다는 점에서는 분명 의미가 있다. 예컨대 예전만 해도 '선별적 복지'가 화두였다. 어려운 사람을 선별해서 복지혜택을 준다는게 주내용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무상급식이나 무상의료 등 포괄적 복지에 대한 정책들이 주를 이룬다. 경제민주화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여야 정치권이 내놓는 정책만 봐도 이제는 어느 정도 정당의 이익과 상관없이 중산층 정책에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 정책의 실현 가능성은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정치권에서 사회적인 화두에 공감한 정책을 입안했다는 것 자체는 분명 긍정적인 신호다. 
 
-중산층과 관련해 경실련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경실련 경제정책팀에서는 현재 사회적 화두인 경제민주화, 즉 재벌의 개혁에 중점을 두고 활동 중이다. 경제민주화가 표면적으로는 소수 재벌에 쏠린 부를 중소기업 등으로 나누자는 취지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큰 틀에서 중산층의 경제정책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재벌들과 관계된 불공정 거래가 없어지면 하도급 거래가 활성화돼 중소기업이 살 수 있고 이는 결국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서민들의 생활여건이 좀 나아질 수 있다고 본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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