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도 '재산신고' 해야하는 이유

행복한 상속·증여세 이야기

 
  • 유찬영|조회수 : 6,987|입력 : 2012.09.1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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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앙심이 깊었던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진 후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살아계실 때 예수의 삶을 본받아 힘들게 번 돈을 아껴서 어려운 사람을 위해 재산을 기부하는 일을 많이 한 훌륭한 분이었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6개월 전쯤 유일한 재산인 상가건물을 20억원에 팔아서 전액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했다.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오랫동안 혼자 살면서 두 형제를 키워주었기에 자식들은 아버지가 재산을 남기지 않았지만 휼륭한 정신을 물려준 것에 더 자부심을 느꼈다.

물려받은 재산이 없어 상속세를 신고하지 않았던 두 형제에게 세무서로부터 상속세를 내라는 통지서가 날아왔다. 그것도 가산세까지 붙여서.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1년6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알고 봤더니 돌아가신 날로부터 소급해 1년 내에 처분한 재산가액이 2억원 이상이거나 2년 내에 처분한 재산가액이 5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그 처분한 금액의 사용처를 상속인이 밝혀야 하는데, 상속인이 이를 밝히지 못하면 그 금액을 상속재산으로 보고 상속세를 과세한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남을 도울 때 예수의 말씀처럼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셨던 분이다. 따라서 두 형제 중 누구도 아버지가 상가를 처분한 돈을 어디에 기부했는지 알아낼 수가 없었다. 두 형제는 재산을 한푼도 물려받지 않았지만 꼼짝없이 상속세를 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그런데 세무서에서 고지한 상속세가 두 형제들이 납부하기에는 너무나 엄청난 금액이었다. 상속재산 20억원에서 기본공제 5억원을 차감한 15억원에 대해 산출된 세금은 4억4000만원이었고, 여기에 가산세 1억3200만원까지 합하면 5억7200만원이나 됐다. 두 형제는 각각 2억8600만원의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처럼 평소 휼륭한 아버지를 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던 두 형제는 과연 아버지를 어떻게 생각할까. 돌아가신 아버지는 "내가 모은 재산은 내 것이니까 내 재산은 내가 알아서 처분해도 된다"고 생각했겠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상속은 아버지 혼자만의 숙제가 아닌 자녀와 함께 풀어야 하는 숙제이기 때문이다.

#2. 시장에서 장사하면서 돈을 많이 벌었던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해 유언 한마디 남기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평소 아버지는 세금 때문에 당신의 은행계좌 외에 어머니나 자녀들의 통장을 차명으로 운용하면서 열심히 일해 번 돈을 본인 계좌와 차명계좌에 각각 분산해 입금해왔다. 아버지는 이 통장들에서 돈을 인출해 다른 통장에 옮기거나 생활비 또는 자녀들의 용돈지급용으로 사용했다. 아버지는 평소 현금으로만 입출금 처리를 하는 것을 철칙으로 여겼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세무서에서 상속세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세무서에서는 어머니와 자녀 이름으로 된 계좌의 10년 동안의 입금액에 대해 자금출처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어머니와 자녀의 통장에 입금된 금액의 자금출처를 밝히지 못하면 이를 증여로 추정해 증여세를 과세한다는 것이다.

어머니와 자녀 등 상속인들은 청천벽력 같은 일에 당황하며 자금출처를 밝히려 했지만 오래 전에 아버지가 자신들도 모르게 입금한 돈의 출처를 밝히는 일은 불가능했다. 더군다나 모든 거래를 현금으로만 처리했기 때문에 더욱 더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 결국 이들은 증여세와 상속세를 부과받을 수밖에 없었다.

상속인의 이름으로 된 예금입금액에 대해서는 자금출처를 밝혀야 하는데 자금출처를 밝히는 것은 납세자의 몫이다. 납세자가 예금입금액의 자금출처를 밝히지 못하면 세무서에서는 증여로 추정해 증여세를 과세한다. 또한 10년 내 증여재산은 상속재산에 포함해 상속세도 과세한다.

◆ 부모의 재산, 자녀에게 말해야 하는 이유

이 두가지 사례는 실제 일어났던 일이다. 이처럼 상당수의 부모들은 자신의 재산운용에 대해 자식에게 말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아버지가 돈이 있다는 것을 알면 자식들이 그 돈을 믿고 열심히 살지 않을까봐' 또는 '일은 안하고 흥청망청 돈만 쓰다가 재산을 다 탕진할까봐' 등 다양하다. 심지어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도대체 아버지의 재산이 얼마나 있는지를 자녀들이 모르는 경우도 많다.

세금에는 세무서에서 증여하거나 상속을 한 증거를 확보한 후 세금을 과세하는 근거과세원칙이 있다. 그런데 가족간의 거래가 일어난 경우 가족끼리 짜고 거짓 증거를 들이대거나 자료를 주지 않으면 세무서에서 과세근거를 입증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세법에 증여추정 또는 상속추정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추정이라고 하는 것은 세무서가 증여 또는 상속이 있었는지 구체적인 사실을 밝히지 않고도 납세자에게 그 반대되는 사실을 입증하도록 해서 납세자가 증여 또는 상속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입증하지 못한 사실만으로도 세금을 과세할 수 있는 제도다.

첫사례처럼 상속, 즉 부모가 돌아기시기 전 1년 내에 2억원 또는 2년 내에 5억원 이상의 돈이 유출됐다면 그 사용처를 세무서가 밝히는 것이 아니고 상속인이 밝혀야 한다. 만약 상속인이 부모가 그 돈을 어디에 썼는지 밝히지 못하면 세무서는 그 재산을 어디다 꼭꼭 숨겨놓고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았다고 추정하고 상속세를 과세하는 것이다.

두번째 사례의 경우 어떤 개인의 예금계좌에 돈이 입금이 됐다면 그 돈이 어디에서부터 생겼는지를 세무서가 밝히는 것이 아니고 예금주가 밝히라는 것이다. 만약 예금주가 밝히지 못하면 이 또한 그 돈이 어디서 생겼는지를 따지지 않고 누군가로부터 증여받은 것이라 추정해 증여세를 과세하게 된다.

이러한 세법상의 추정규정을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억울한 세금을 추징당해도 하소연할 수가 없다. 이 규정은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간의 거래를 통해 증여세나 상속세를 탈루하는 사람들이 더 많고, 또 가족간의 불투명한 거래를 세무서가 입증하기 쉽지 않거나 불가능한 만큼 이를 방지하기 위해 규정한 법이기 때문이다.

부모의 재산은 생전에는 부모만의 재산처럼 보이지만 사후에는 그 재산에 대한 세금은 고스란히 상속받은 자녀의 몫이 된다. 따라서 부모는 생전에 자신의 재산이 자녀와 공동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하고 그 재산을 어떻게 잘 유지하고 불리고 사용해서 행복한 부자가 될 것인지에 대해 늘 자녀와 같이 머리를 맞대고 대화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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