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 30년 국고채에 슈퍼리치 몰리는 까닭은?

 
  • 전보규|조회수 : 5,595|입력 : 2012.09.18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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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치들이 오랜만에 금고문을 활짝 열었다. 슈퍼리치들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행된 국채 30년물에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이 같은 열기 속에 국채 30년물은 출시 첫날 발행물량이 거의 완판 됐다. 일부 증권사 PB들은 예상보다 적은 물량을 배정받게 된 고액자산가들을 달래느라 하루 종일 진땀을 빼야 했다.

국내 대형증권사 강남지역 PB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했던 사전 수요조사에서 3500억원 가량의 물량이 필요한 것으로 나왔었는데 실제로 배정받은 물량은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며 "모든 고객에게 처음 원했던 것보다 부족한 물량을 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국채 30년물을 원하는 만큼 확보하지 못한 고액자산가들은 부족한 물량을 국채 20년물로 대신하거나 30년물의 다음달 발행을 기다리기로 했다.

 
◆안정적 이자수익·분리과세 매력

고액자산가들이 국채 30년물에 뜨거운 관심을 보인 이유는 과거에 비해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크게 줄어든 데다 저금리 상황이 이어지자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해놓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만 놓고 보면 30년물 국채는 은행 정기예금보다 매력적인 수준은 아니다. 이달 발행된 국채 30년물의 금리는 3.05%와 3.08%로 정기예금 금리 3.2~3.4%보다 낮다. 하지만 금리인하 추세를 감안하면 국채 30년물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자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이 높아진다.
 
만약 국내 금리가 제로금리 수준까지 떨어지면 은행 이자뿐 아니라 부동산 임대료 등 모든 금리 수입이 감소해 무이자자산으로 전락할 수 있다.

국채 30년물은 이표채로 보유하고 있는 기간 동안 1년에 두번씩 총 3%의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표채란 표면이율에 따라 연간 지급해야 하는 이자를 일정기간 나눠 지급하는 채권이다. 투자자들은 정기적으로 받는 이자를 재투자나 기타 자금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최동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에서도 저금리 기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고채 30년물은 장기에 걸쳐 안정된 이자수익을 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거액자산가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투자처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금리인하 기조로 채권가격 상승에 따른 매각 차익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채권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채권은 만기가 길수록 금리인하 효과가 미치는 기간도 길어지기 때문에 장기 채권일수록 금리인하에 따른 가격 상승폭이 커진다. 단순 계산으로 30년 만기 채권은 3년 만기 채권보다 가격변동폭이 10배 크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채 30년물을 2년 보유 후 판다고 가정했을 때 시장금리가 0.5%포인트 내린다면 8%대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연기금과 보험을 중심으로 장기채에 대한 수요가 꾸준하다는 점에서 채권 매각 차익을 올리기도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김지만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보험 등을 중심으로 장기채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고령화로 인한 퇴직·연금보험 시장 확대, 국민연금 등 연기금 자금 증가도 장기채 수요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익에 대한 분리과세가 가능하다는 점도 국채 30년물에 슈퍼리치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다. 연간 금융소득이 4000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분에 대해서는 다른 소득과 합산해 최고 41.8%(과세표준 3억원 초과)의 세금을 부과 받는다. 더욱이 내년부터는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기준이 연간 3000만원으로 낮아진다.

하지만 만기 10년 이상 장기채의 경우 분리과세 신청이 가능해 33% 원천징수로 납세의무가 종결된다. 다만 내년부터 발행되는 장기채는 3년 이상 보유한 경우에만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만기 30년 국고채에 슈퍼리치 몰리는 까닭은?

 
 
 

◆과열 우려…"서둘지 말아야"

슈퍼리치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국채 30년물의 첫 발행이 성황을 이뤘지만 지나치게 과열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에 발행된 30년물의 발행금리는 20년물 금리 3.08%보다 낮거나 같다. 만기가 길수록 채권 금리도 높다는 상식이 깨진 것이다. 금리가 낮게 책정된 것은 그만큼 30년물에 대한 수요가 높았기 때문이다.

국내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20년 만기 국고채보다 금리도 낮고 특별히 큰 이점을 찾기가 힘든 상황에서 수요가 지나치게 몰리는 경향이 있다"며 "마땅한 투자자산이 없는 상황에서 일부 증권사들이 마케팅을 강하게 하면서 과열을 부추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국채 30년물 투자에 급하게 나서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최 연구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금리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국고채 30년물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현재 스프레드(기준금리와 실제 시장금리의 차이) 수준에서는 매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국고채 10년물 대비 스프레드가 10bp 정도가 되기 전까지는 장기공사채와 국고채 20년물 스트립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단순히 분리과세를 위해서라면 굳이 30년물을 사기보다는 오히려 절대금리가 높은 20년물을 사는 것이 낫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국고채 10년물과의 스프레드가 적정 수준으로 확대되는 시점에 투자에 나서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서향미 K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고채 기간물별 금리 스프레드가 매우 낮다"며 "선진국의 정책 시행 기대 등으로 스프레드가 일정수준 확대된 후에 30년물 투자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30년물과 10년물의 적정 스프레드는 보수적인 관점에서 약 20bp 내외라고 분석했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이달부터 연말까지 매월 4000억원씩 1조6000억원 규모의 국채 30년물을 발행할 예정이다. 다음달까지 두달 동안은 입찰을 통해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10개 내외의 국고채전문딜러(PD)를 인수단으로 선정하는 방식으로 발행되며 11월부터는 매월 첫째주 월요일에 경쟁입찰 방식으로 발행된다.

인수단 방식은 유통량이 부족한 초기 발행 국면에서 적정금리 수준을 탐색하기 위한 방법으로 도입된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
www.moneyweek.co.kr) 제24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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