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M&A의 실패가 주는 교훈

<송 기자의 시선> '지과필개'를 읊다

 
  • 송협|조회수 : 6,348|입력 : 2012.10.18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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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조차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셈입니다. 오죽했으면 채권단이 나서서 모럴해저드 운운하며 강경책을 내세웠겠습니까?" - 금융권 관계자

최근 시공능력평가순위 38위 극동건설에 대해 법정관리를 신청한 웅진그룹의 윤석금 회장에 대한 채권단의 시선이 따갑기만 하다.

과거 학습지·물장사를 통해 모은 종잣돈으로 극동건설을 거머쥔 웅진그룹이 알맹이는 뽑아 먹고 정작 경영부실 신호가 보이자마자 재빠르게 법정관리에 나섰다는데 적지 않은 배신감이 동반했기 때문이다.

웅진그룹의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 법정관리를 신청한 윤 회장에 대해 금융권과 여론은 국내 기업 역사상 가장 비뚤어진 경영관행을 고스란히 보여줬다는 날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 춘추시대 철학자인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에 보면 '强梁者不得其死'(강양자부득기사)라는 말이 있다. '자신의 힘과 권력만을 믿고 모든 일을 해결하려 하는 자는 결국 그 끝이 좋지 않다'는 뜻이다.

'성장통'에 걸려 결국 암 진단을 받은 웅진의 기업력이 이렇지 않았을까. 비단 웅진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들이 감당할 수 없는 무리한 '몸집 불리기'를 시도했다가 얼마 안돼 스스로 추락하는 모습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국형 M&A의 실패가 주는 교훈

이미지_일러스트레이터 임종철

자기 그릇의 크기는 망각한 채 막대한 부채를 통해 몸집은 불렸지만 불확실한 시장의 다변화를 예측하지 못하고 파국으로 치닫는 일부 기업들의 몰지각한 M&A는 아주 잠시 성과를 보일지라도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상흔(傷痕)으로 남게 된다.

지난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국내 최대 건설사 대우건설을 인수하기 위해 국내외 18개 재무적투자자(FI)들로부터 인수대금의 절반을 훌쩍 뛰어넘는 3조5000억원대 자금을 조달 받기 위해 연 9%대 복리에 이르는 수익률을 풋백옵션(Put back optton)으로 보장했다.

여기에 금호는 대우건설의 주식을 2만6000원에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매각하고 2008년 12월 시점에 주가가 3만2000원을 찍지 못할 경우 금호산업에 재매각할 수 있다는 터무니없는 풋백옵션을 보장하면서 금호산업의 주가는 추락했다.

결국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승승장구하던 금호는 국내 기업 M&A 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조건을 내걸고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가 초가삼간을 잃을 뻔한 위기에 봉착했고, 시공능력평가 상위권을 지키고 있던 금호산업은 졸지에 워크아웃기업으로 전락했다.

이처럼 능력의 한계을 뛰어넘어 욕심을 앞세우다 스스로 자멸한 기업들이 회생할 가능성이 전무한데도 불구하고 정부 또는 채권단의 지원을 받아 간신히 파산을 모면하며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이른바 '좀비기업'(Zombie Company)들이 정부지원금을 축내고 있다.

한 시장 전문가는 "실제 겉보기에 멀쩡해 보이지만 금융권 또는 타인자본에 의존하는 레버리지 비율이 높은 기업, 특히 건설사들은 만기가 도래할 때마다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면서"레버리지비율이 높다는 것은 부실경영으로 인한 재무위험성이 높다는 것인데 회생 과정을 밟고 있는 기업이나 그렇지 않은 기업들 모두 '좀비기업'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논란이 된 웅진홀딩스·극동건설 사태를 보면서 새삼 느껴진다. 기업을 운영하는 수장의 사고(思考)와 경영판단 능력이 기업의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이룰 수도 있고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악재가 될 수 있음을 말이다.

소신이 지나치면 독선이 되고 생각이 지나치면 고집이 된다고 한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밀어붙이면 된다는 생각과 현실을 벗어난 잘못된 판단은 결국 치유할 수 없는 상처로 남게 된다.

아울러 시장과 경제의 불확실성을 외면한 채 무리한 투자에 나선 수장의 빗나간 판단은 현재의 과정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그 끝은 상처를 남길 수밖에 없고, 하자를 자생시킬 수밖에 없다.

목표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남이 한다고 해서 자신의 그릇을 헤아리지 못한 채 몸집 불리기에 나서는 기업은 부실경영에 따른 붕괴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强梁者不得其死'. 자신의 기업이 제법 비대해졌다고 해서 문어발식 경영을 펼치기 위해 부실한 기업들을 인수하는 기업가들을 향한 1500년 전 노자의 경고가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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