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의 노예가 되지 말자

청계광장

 
  • 머니S 박원갑|조회수 : 517,183|입력 : 2012.10.29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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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집값이 바닥 모르게 추락하는 모습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해본다. 집값 때문에 부부싸움을 한다면 단독주택에 사는 부부가 많이 할까, 아파트에 사는 부부가 많이 할까. 문득 아파트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필자만의 생각은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물어보니 대부분 아파트라고 답했다. 왜일까.

가장 큰 원인은 아파트의 경우 쉽게 가격을 알 수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아파트는 언제든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서 주식처럼 가격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정보혁명'(Information revolution) 덕이다. 하지만 정보혁명에도 불구하고 제품 자체가 균질화되지 않은 단독주택은 여전히 가격을 알기 어려운 구조다. 설사 이웃집이 팔렸다고 하더라도 입지특성이 서로 달라 정확한 가격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내가 살고 있는 단독주택의 정확한 가치를 파악하는 방법은 고작 1년에 한번 발표되는 공시가격에 의존할 뿐이다. 그렇지만 전체 주택의 59%나 되는 아파트는 규격화된 데다 정보 데이터의 계량화가 가능해 가격이 쉽게 포착된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선 전세계적으로 보기 드물게 매주 아파트시황이 발표된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가격 변화에 상대적으로 예민하고 단독주택 거주자들은 상대적으로 둔감한 이유다.
 
어찌보면 가격은 해당 부동산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집단적인 감정평가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대체로 시장 가격은 수급은 물론 인간의 감정까지 개입되면서 수시로 움직인다. 오죽하면 가격은 인간의 변덕이나 두려움을 보여주는 지도라는 말이 있을까. 가격에 많이 노출되는 사람은 가격의 변화에 따라 감정의 기복이 심하게 나타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가격을 자주 쳐다보면 나도 모르게 가격에 휘둘리게 된다. 가격이 오르면 환희가 되지만 떨어지면 절망과 고통이 배가 된다. '아는 것(지식)이 힘'일 수도 있지만 어떤 때에는 '모르는 것(정보)이 약'이 될 수도 있다.
 
아파트는 본질적으로 단독주택에 비해 사고 팔 수 있는 환금성(유동성)이 좋은데, 그런 측면에서는 표준화된 금융상품을 닮았다. 일부 아파트 소유자들은 집에 정서적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 일종의 '이케아 효과'(자신이 만든 물건에 더 많은 애정과 가치를 부여하는 행위)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
 
단독주택은 나름대로 정원을 가꾸기도 하고 칠을 하면서 집에 정이 든다. 하지만 아파트에서는 내가 하는 일이 많지 않다. 그냥 잠시 살다가 가격이 오르면 파는 재테크 대상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재건축아파트에서 보듯이 삶의 안식처보다는 '가격의 변화율', 즉 시세차익에 올인하는 사람도 흔하다.
 
우리가 아파트에 살면서 그 가격이 어쩔수 없이 '보이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 예컨대 부동산 중개업소를 지나다가 창문에 붙어 있는 매물 가격표를 보는 경우다. 하지만 일부러 정보업체 등에서 가격을 너무 자주 '보는 것', 즉 잦은 가격 확인 행위는 심리적인 평정심을 유지하는 데 방해된다. 가격 정보들이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범람하는 현실에서는 자칫하면 가격의 노예가 된다.
 
아파트는 현대인에게 최적화된 주거상품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행복해지려면 아파트가격을 너무 자주 쳐다보지 말자. 이번 기회에 급등락을 오가는 아파트시장에서 스스로 현명해지는 방법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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