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표 저출산 국가 된 이유

유자녀 부부, 금융자산 더 많아… 노후에는 '돈' 이상의 가치

 
  • 이건희|조회수 : 19,680|입력 : 2012.11.13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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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여성 한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수인 '합계출산율'은 1.22명(통계청 자료, 2010년 기준)이다. 2000년 이후 합계출산율이 가장 높았던 해인 2007년에도 1.25명에 불과했다.
 
'2010년 세계 인구현황 보고서'(인구보건복지협회와 유엔인구기금(UNFPA) 공동 발간)에 따르면 전세계 평균 합계출산율은 2.52명이다. 우리나라 출산률 순위는 186개 국가 중 184위로 세계 평균에서 거의 바닥이다.
 
합계출산율이 우리보다 낮은 곳은 홍콩(1.01명)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1.22명)밖에 없다. 저개발국은 4.23명, 개발도상국은 2.67명, 선진국은 1.65명으로 우리보다 못 사는 국가든 잘 사는 국가든 모두 우리보다는 아이를 많이 낳는다.
 
국민의 평균수명이 길어짐과 동시에 출생아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인구 구조상 나이 적은 세대의 비율은 줄어들고 나이 많은 세대의 비율이 늘어나 고령화 사회로 더욱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한국이 세계 대표 저출산 국가가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맞벌이부부가 늘어나면서 주부가 가정에 있는 시간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아이 기르기 힘들거나 경제적으로 아이 기르는 데 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부담을 느끼는 것.
 
주식시장에서는 지난 총선 때부터 박근혜 후보가 여성복지와 저출산대책을 강조하면서 분유와 우유를 생산하는 매일유업, 유아용품과 완구류를 생산하는 보령메디앙스, 유아 의류 및 용품을 생산하는 아가방컴퍼니 등이 저출산대책 관련 박근혜 테마주로 급부상, 주가가 크게 오른바 있다.
 
만 0∼5세 전계층 무상보육과 만 0∼5세 시설미이용 아동 전계층 양육수당 제공 등 대책에 의해 경제적 부담은 다소 줄어들더라도 출산율이 빠르게 늘어나기를 기대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효과를 바라봐야할 것 같다.
 
예전에 비해 신생아수가 줄어든 것은 육아에 대한 경제적 부담만 작용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자식을 통해 대를 이어가야 한다는 관념이 줄어들었고 자녀 양육보다는 부부의 삶을 즐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경향이 많아졌으며 한국 직장인의 경우 일하는 시간이 길어 핵가족 시대에 맞벌이 부부가 보육에 시간을 할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아예 결혼 자체를 하지 않는 사람이 늘어난 것도 신생아수 감소를 야기한다.
 
요즘 시대만 아이 낳아 기르는 것이 힘든 것은 아니다. 옛날에도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았으며 경제적으로는 먹고 살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때는 아이가 생기면 생기는대로 낳을 수밖에 없기에 아이가 먹을 것은 스스로 가지고 세상에 나온다고 생각했다.
 
옛날과는 달리 피임이 얼마든지 가능한 요즘 시대에는 자녀 출산에 대해 다양한 측면에서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할 듯 싶다.
 
대한민국, 대표 저출산 국가 된 이유

 
◆보람된 일은 힘든 과정 거치기 마련
 
육아가 힘들긴 하지만 바깥에서 사회생활하고 돈 버는 것보다 더 힘들다고는 볼 수 없다. 사회생활에서 받게 된 스트레스로 자살하고 싶어하고 실제로 자살을 감행하는 사람도 많지만 육아가 힘들어서 자살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자식 보호 본능이 있을 뿐더러 자식과의 유대감이 정신적으로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사회생활하면서 받는 돈은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해주고 받는 것이며, 보람도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아서 얻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보람은 대개는 한시적인 보람이며 언제까지나 지속가능하기 힘들다.
 
반면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느끼게 되는 보람은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아 생기는 보람이 아니라 스스로 느끼는 보람이다. 갓 태어난 아이가 꼼짝도 못하다가 어느 날 방바닥에서 처음으로 자기 몸을 뒤집을 때 경이롭게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아이를 낳아 길러본 사람들만이 아는 것이다.
 
아이가 말은 못하지만 방긋방긋 웃는 표정을 볼 때 부모는 이전의 힘든 일은 잊어버릴 수밖에 없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미울 때도 있지만 부모가 아이를 위해 힘든 일이라도 기꺼이 하는 것은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다. 사회에서도 돈을 받지 않고 자발적으로 일하는 봉사활동이 있지만 아이 키우는 과정에서만큼 돈에 상관없이 힘든 일까지도 스스로 감수하는 과정은 흔치 않다.
 사회에서 얻어지는 보람은 언젠간 멀어질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얻어지는 반면, 가족을 위해 일하고 가족들로부터 얻게 되는 기쁨과 보람은 죽을 때까지 이어질 가족관계를 바탕으로 한다.
 
 
대한민국, 대표 저출산 국가 된 이유


◆부모에게 받은 것, 자식에게 돌려준다
 
부모에게 효도한다는 개념에는 한계가 있다. 부모로부터 받은 것을 부모에게 100% 그대로 되돌려주는 것은 원래 불가능하며 가족 간 사랑의 특성은 원래 '내리 사랑'이기 때문이다.
 
부모가 젊을 때는 자신이 너무 어려서 절대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고, 효도다운 효도를 할 만한 나이가 됐을 때는 시간과 돈의 대부분을 자신을 위해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위로부터' 받은 부모님의 은혜를 온전하게 갚는 길은 자식을 낳아 기르면서 '아래로' 자식에게 되돌려주는 것이다.
 
아이는 혼자 낳는 것이 아니라 두사람이 낳는 것이므로 두사람이 결합한 부부가 자식을 2명 낳아야지만 부모로부터 받은 것을 온전히 후손에게 되돌려주는 셈이 된다(인구가 유지되기 위해 필요한 출산율은 2.1명이다).
 
◆다양한 인생의 측면들을 경험한다
 
눈 덮인 높은 산에서 좀 더 쉬운 길을 놔두고 바위를 타며 힘들게 오르거나 멋진 몸매를 만들기 위해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치는 것은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어차피 한번 살다가는 인생에서 단맛, 쓴맛, 기쁨, 슬픔, 환희, 분노와 고통 등을 다양한 각도에서 골고루 경험해보는 것도 좋다.
 
반드시 좋은 일들만 있기를 기대하면서 아이를 낳을 수는 없다. 자식을 낳아 기르는 것만으로도 단맛, 쓴맛, 기쁨, 슬픔, 환희, 분노의 감정 등을 골고루 다 경험할 수 있다.
 자식으로 인해 여러 일들을 겪고 느끼다보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삶과 인간에 대해 더욱 깊이 있게 알게 되고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결혼을 해야 어른이 된다"는 얘기가 옛날부터 있었지만 요즘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게 받아들여진다. 옛날에는 결혼을 하면 으레 아이를 낳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부부들도 많기 때문에 "아이를 낳아야 진정 어른이 된다"는 얘기도 나와야 하는 시대다.
 
◆자녀 있는 부부가 재산이 더 많을 수 있다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양육에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돈 모으는 데 불리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렇다고 자녀가 없는 가정이 재산을 잘 모은다고 단정 내리기 힘들다.
 
유아 시절의 육아비만이 아니라 학교에 들어간 뒤에는 교육비가 들어가므로 자녀가 있으면 자녀가 성장해감에 따라 단계적으로 돈 들어갈 것을 미리 염두에 두고 미래를 위한 저축과 투자에 체계적으로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
 
반면 자녀가 없을 때는 가정 재정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상대적으로 적고 경제생활에 대한 긴장감이 약해 소비를 더 많이 하기 쉽다. 돈 모으는 목적이 아직은 멀리 있는 노후에 막연히 대비한다는 것 외에 단계적으로는 설정할 목적이 뚜렷하지 않아서 저축과 투자에 철저하지 않을 수 있다.
 
20~40대 부부 6341명을 대상으로 자녀 유무별 금융자산 규모를 조사한 결과(리서치전문업체 나이스알앤씨, 2009년 말)에서 결혼한지 얼마 안되는 20대 부부 중 무자녀인 부부는 유자녀 부부보다 금융자산이 15% 이상 많았다. 하지만 30대와 40대는 유자녀인 경우가 무자녀인 경우보다 오히려 자산규모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40대 유자녀 부부의 평균 금융자산은 6457만원으로, 무자녀 부부의 5908만원보다 더 많았다. 30대 유자녀 부부도 무자녀 부부보다 평균 금융자산이 더 많았다. 자녀가 있을수록 돈을 모아야한다는 책임감이 더 강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노후의 외로움에 대한 보험
 
은퇴한 사람의 54.6%가 자녀에게서 경제적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국민 노후보장 패널 자료). 베이비부머에 대한 전국 단위 설문조사에서도 노부모의 부양책임이 자신과 가족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69%에 달하는 반면, 막상 자신의 노후생활비를 자녀에게 의존할 것이라는 비율은 3.3%에 불과했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매일경제신문 공동).
 
이처럼 노후에 자식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겠다는 생각이 현저히 줄어들었고 노후를 위한 보험으로써 자식을 낳는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는 자식이 보험 역할을 한다. 자식에게 경제적 의존을 하지 않은 채 살다가도 유사시에는 대부분의 자식들이 부모를 외면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평균수명이 길어진데다 여성의 경우 평균수명이 남성보다 7년 더 길어서 상당기간을 혼자 사는 노인들이 크게 늘고 있다. 노인이 되어서도 건강해 친구들을 많이 만나며 활동적으로 사는 사람도 있지만 거동이 불편해지면 사람과의 교제가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함께 살지 않아도 가끔이라도 집에 찾아오는 사람은 아무래도 자식이다.
 
물론 자식도 자식 나름이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렇다. 노후에 가장 절실하게 느끼게 되는 어려운 점은 건강문제, 경제적인 어려움, 그리고 외로움이라고 한다. 건강문제와 경제적인 문제는 미리 신경을 쓰는 것에 비해 고독과 외로움은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노인 자살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외로움이란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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