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와 '사목지신'

<송기자의 시선> '지과필개'를 읊다

 
  • 송협|조회수 : 4,497|입력 : 2012.11.3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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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기(史記)에 보면 진(秦)나라 시대 재상을 지낸 '상앙(商鞅)' 이란 인물이 세길 높이의 나무를 백성이 많이 다니는 도성(都城) 남문 저잣거리에 심어놓고 "이 나무를 북문으로 옮기는 사람에게 십금(十金)을 주겠다"고 공포했다.

하지만 지나가는 백성 그 누구도 나무를 옮기려 하지 않았고 이에 상앙은 "나무를 옮기는 사람에게 오십금(五十金)을 주겠노라 약속했다.

백성들은 나무를 옮기는 조건으로 오십금을 준다는 상앙의 말을 듣고 너도나도 달려들어 나무를 옮기겠다 아우성 쳤으며 실제 나무를 북문까지 옮긴 이에게 오십금을 하사하면서 그 약속을 지켰다고 한다.

패권을 다투며 여러 나라로 갈라진 고대 중국의 전국시대(戰國時代)는 하루 아침에 나라가 뒤바뀌던 암흑의 시대였던 만큼 법치주의가 제대로 존재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법률에 밝고 인간의 기본도량은 법치주의를 근간으로 한다고 믿은 상앙은 법을 제정해 놓고 이를 공포하기에 앞서 조정(朝廷)이 먼저 백성과의 약속을 지켜 백성들이 조정을 믿고 그 법을 잘 지킬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한 셈이다.

이에 사람들은 '상앙'의 이같은 행실을 보고 '사목지신(徙木之信)'이라 평했다. '권력의 가장 높은 위치에 존재하는 위정자는 그 무엇보다 백성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데서 비롯된 고사성어다.

최근 대선을 앞두고 있는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이른바 '대권 잠룡'들이 저마다 그럴싸한 공약을 내세워 국민들의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후보들은 경제, 복지, 외교안보, 주거, 교육 등 저마다 각각의 색깔을 담은 공약을 제시하며 불황과 구태 정치에 지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행보에 나서고 있지만 과거 대선마다 백미(白眉)'로 부각됐던 '부동산정책'은 이렇다 할 해법 마련보다 표심을 의식한 비현실적 입질만 날리고 있다.

무엇보다 박근혜·문재인·안철수 3명의 후보들은 외교안보 및 교육, 노동복지 분야에 있어서는 수준급 공약을 제시하고 나섰지만 최근 시장 붕괴에 따른 LTV(주택담보대출비율) 과다현상과 집값 하락으로 대량의 하우스푸어가 양산되는 주거정책에 있어서는 실효성 없이 ‘공약(空約)’만 남발하고 있는 셈이다.

하우스푸어 확산을 막겠다며 자신의 집 일부 지분을 매각한 대금으로 은행 대출금 일부를 상환토록 한다는 박근혜 후보의 '보유주택 지분매각제도'를 비롯해 주택담보대출 구조를 기존의'변동금리-일시상환'에서 '고정금리-장기분할상환'으로 변경하겠다는 문재인 후보, 여기에 주택담보대출 기간을 20년으로 연장하겠다고 나선 안철수 후보들의 부동산정책 공약을 보면 한마디로 기가 막힐 따름이다.

기존 '변동금리-일시상환'을 뒤집어 '고정금리-장기분할' 방식으로 개선하겠다는 문 후보의 공약과 LTV 20년 연장을 주장하고 나선 안 후보의 공약은 이미 시장에서 추진되고 있는 만큼 개선자체를 논할 가치가 없다.

자신의 집 일부 지분을 매각해 대출금을 갚겠다는 박 후보의 공약은 현실에서 벗어난 몽상에 가까운 공약임을 감안할 때 3명의 후보들의 향후 부동산 정책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할 수 있겠다.

이들이 제시한 공약 중 최악의 부동산정책은 천문학적 수치의 예산이 투입되는 '공공임대주택' 확대 방안이다.

먼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철도부지 상부에 인공대지를 조성, 공공임대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기상천외한 공약을 내세웠다.

이에 질세라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공공임대주택 10% 이상을 확대해 임대료 인상률을 억제한다는 공약을 제시했으며,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국민연금 재원을 통해 공공임대주택 역시 확대한다는 꿈같은 공약을 내뱉고 있어 부동산 전문가들의 웃음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한 시장 전문가는 "각 후보들이 각각 정치적 핸디캡이 있다보니 이상과 현실을 혼동하고 있다"면서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위해서는 최소 10조원에 육박하는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데 천문학적 예산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라며 개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나라의 최고 통치권자인 국가 원수가 되기 위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을 우리는 흔히 '대권(大權)잠룡(潛龍)'이라고 말한다.

'대권잠룡'은 왕위에 오를 인물이나 대인군자가 오랜기간 자신의 능력을 배양하며 때를 기다리는 인물을 빗댄 말이지만 우리 대선 후보들에게 어울리는 칭호는 아닐 듯 하다.

수십조원의 막대한 혈세를 낭비하며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하기 보다, 현실과 동떨어진 주택정책을 펼치기에 앞서 서민주거 안정화를 위해 현실적인 공급가격을 안착시키고 투기를 차단해 양극화된 주택거래 현실을 개선하는 것이 이번 대선 후보들에 대한 국민들의 강한 요구임을 각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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