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색, '소통'에 담다

People/ 장수종 작가

 
  • 성승제|조회수 : 6,886|입력 : 2013.01.04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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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공간 '보이드'탈바꿈… 그만의 도시 프로젝트 꿈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삼성미술관 ‘리움(Leeum).’
 
이 곳 후문 끝자락에 보면 주변 환경과 사뭇 다른 허름한 건물이 하나 보인다. 6.61㎡(2평)도 채 안되는 이 건물은 특이하게도 별도의 소유주가 없다고 한다.

건물 정면을 중심으로 좌측에는 ‘그랜드하얏트서울’ 소유의 평지가 보이고, 정면 우측과 맞은편에는 리움 소유의 건물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허름해 보이는 이 건물은 그랜드하얏트서울과 리움 소유 땅의 경계선에 있는 셈이다. 법적으로 주인이 없는 건물이다보니 누구도 이 건물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과거에는 초소로 쓰였다고 하는데, 지금은 마치 작은 폐허 공간처럼 방치돼 있다.
 
세상의 모든 색, '소통'에 담다

사진=류승희 기자

◆보이드, 소통 공간을 바꾸다

장수종 작가(37)는 이처럼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혹은 주인이 없는 버려진 공간을 '보이드(빈공간)'라고 부른다. 또 그를 통해 예술의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도 보이드로 칭한다. 그가 보이드를 통해 만들고 싶은 것은 ‘소통’이다. 버려진 공간을 현실공간과 상상공간으로 연결해 세상 사람에게 쓰임새 있는 곳으로 바꾸고 싶은 것. '보이드 인터내셔널(VOID INTERNATIONAL)', 그만의 도시 프로젝트다.

2009년 도시 프로젝트를 완성한 삼청동의 보이드는 과거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은 낡고 허름한 건물에 불과했다. 소유주가 임대료를 받기 위해 구둣방으로 쓰이도록 했다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주인이 바뀌면서 어느새 소통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장 작가가 직접 디자인 하고 1년간 운영한 이곳은 때로는 갤러리, 때로는 극장, 때로는 관광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노래방으로 변한다. 이름도 지었다. ‘보이드 갤러리’.

“2008년 즈음 건물 주인에게 연락이 왔어요. 1평 남짓한 건물을 예술 공간으로 쓰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의 순수한 마음에 곧바로 승낙하고 도시 프로젝트에 돌입했죠. 보이드 갤러리는 지금도 예술인들을 위한 공간으로 쓰이고 있어요.”

그가 이렇게 보이드를 소통공간으로 바꾼 것은 이태원과 청담동, 통인동 등 지금까지 9개에 이른다. 작업이 완성되면 각각 이름을 붙였다. 물론 보이드 갤러리도 조만간 예술 공간으로 변화시킬 예정이다. 이미 스케치도 마무리했고 작업도 한창 진행 중이다.

그가 보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기는 해외에서 사진을 찍으면서부터다. 도시공간을 찍기 위해 도심과 유흥가, 골목 등을 다녔는데 그 때부터 도시에 보이드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느꼈다.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과 영국에서 학교를 다녔는데, 당시만 해도 사진 찍는 매력에 푹 빠질 때였어요. 사진은 주로 도시 위주로 찍었는데, 어느 순간 곳곳에 주인이 없는 빈 건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아름다운 도시에 이런 건물이 많다는 것을 알고 아쉬운 마음이 들었어요.”

그는 곧바로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리고 '장수종의 보이드'를 만들기 위해 주력했다. 당시 해외에서는 보이드가 어느 정도 알려져 있지만 국내에서는 첫 시도였다. 

처음 시도한 분야인 만큼 어려움도 많았다. 무엇보다 주변의 반대가 심했다. "예술이라는 포장으로 돈을 벌려는 속셈 아니냐", "그게 무슨 예술이냐"라는 핀잔도 들어야 했다.

일각에서는 지금도 "허름한 건물을 리모델링해 수익을 챙기는 것 아니냐"고 오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단호히 사실과 다르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도시프로젝트를 하면서 소유주에게 별도의 돈을 받은 적은 없습니다. 필요한 용품은 사비를 통해 충당하거나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자금으로 진행했죠. 보이드 갤러리 소유주에게 받은 돈은 하나도 없었지만, 주변에서 오해를 많이 샀어요. 그래서 1년 동안 관리하다가 그만 뒀어요.”

물론 지금은 제2, 제3의 장수종 작가를 꿈꾸는 예비 작가들이 많아졌다. 그를 모방하고 그를 롤모델로 삼아 도시의 소통공간을 넓히고 있는 셈이다.

 
세상의 모든 색, '소통'에 담다

세상의 모든 빛이 하나로 모이면 ‘하얀색’ 모든 색의 물감을 모으면 ‘검정색’이 된다는 의미를 담은 보이드 작품

◆세상의 모든 색을 담은 ‘보이드’

장수종 작가는 다양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보이드 인터내셔널뿐만 아니라 개념미술도 만든다. 또 2008년 연구소를 만들었다. 작가이면서 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셈이다.

그가 만든 개념미술은 바코드 모양의 보이드다. 작품을 보면 단순하다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그의 철학이 묻어나 있다.

“세상의 모든 빛이 하나로 모이면 하얀색이 되고, 모든 색의 물감을 하나로 모으면 검정색이 됩니다. 보이드는 그런 의미로 만든 것이죠. 세상의 모든 색을 담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는 작품을 만들 때 작업을 할 때보다 작품 구상에 더 심혈을 기울인다. 어떻게 보면 작품을 만드는 시간이 다른 그림에 비해 짧을 수 있다. 하지만 개념미술은 하나의 언어이기 때문에 무언가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물감보다는 개념이라는 재료가 먼저 투입되기 때문이다.

2008년 개설된 이도공간연구소(Meta Space Media Lab)에서 끊임없이 도시 공간에 대해 연구한다. 그가 보이드 인터내셔널을 통해 추구하는 목적은 '리서치'다. 일반인들의 시각으로 건물을 만들면 사람들이 모이기 마련. 그는 그들이 좋아하는 모델과 위치를 모두 분석해 연구 자료로 활용한다. 9개의 보이드 인터내셔널 역시 모두 연구 프로세서로 활용 중이다.

그는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에 동선과 루트를 만들어 자료를 구축할 예정”이라며 “아직은 시행초기지만 언젠가는 이 자료가 세상과 소통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술이 고착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항상 변해야 하고 늘 살아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한 곳에 만족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자취를 남기는 이유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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