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하우스푸어 구제방안 나올까

인수위 입만 보는 푸어·은행…공약 실효성 논란 속 금융권 부담 가중 우려

 
  • 성승제|조회수 : 7,101|입력 : 2013.01.23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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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수원시에 사는 김숙경씨(49)는 2008년 이전까지만 해도 아파트 투자전략가로 불렸다. 그는 당시 서울 성북구와 경기 수원, 용인까지 총 3채의 집을 보유한 중산층 주부로 이름을 떨쳤다. 수원과 용인에 있는 집은 전세로 내놓고 부족함 없는 생활을 누렸다.
 
은행에서 받은 대출이 4억원을 훌쩍 넘었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당시 식품관련 중소기업에서 임원을 맡고 있는 남편의 연봉과 대학을 포기하고 직장에 다니는 딸(24)의 급여로 대출이자를 충분히 충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에게 악재가 닥친 것은 2009년 10월.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 등으로 부동산시장이 폭락했고 설상가상으로 대기업 골목상권 침해 등으로 남편이 다니던 회사도 문을 닫았다.
 
김씨는 서둘러 서울과 용인에 있는 집을 헐값에 처분했다. 한창 좋았던 2008년 시세의 60%도 건지지 못하고 급매 처분한 것이다. 현재 그에게 남은 것은 수원에 있는 집 한 채와 2억원가량의 대출 빚이다. 더 속상한 일은 수원에 있는 집값이 하루가 멀다 하고 추락하고 있다는 점. 대출이자는 이미 수십개월째 연체 중이다. 김씨 가정의 소득은 딸의 급여가 전부다. 딸이 매달 받는 급여는 150만원 수준. 대출이자는 80만원이 조금 넘는다.
 
김씨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기다리고 있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추진하는 하우스푸어(House Poor) 구제대책이다. 하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원에 있는 집값이 계속 떨어져 지분매각제 자격에 미달할 수 있어서다.
 

새정부 하우스푸어 구제방안 나올까

일러스트레이터_임종철

◆보유주택 지분매각제 실효성 논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인 하우스푸어 구제방안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김씨처럼 자격조건이 모호한 경우 구제받을 가능성이 낮고, 공공기관에 지급해야 할 이자도 높아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인수위의 하우스푸어 구제 핵심은 보유주택 지분매각제다. 지분매각제도는 하우스푸어가 소유한 주택의 지분 일부를 자산관리공사(캠코) 등 공공기관에 팔고, 이 지분에 대해 임대료를 내며 계속 거주하는 제도다. 예컨대 시세 3억원짜리 집에 살면서 은행에 갚아야 할 빚이 1억원이라면 주택 지분의 3분의 1을 팔아 빚을 갚고, 나머지 2억원의 지분만 갖는 방식이다.
 
거주자는 지분을 가져간 기관에 주택 사용료인 임대료를 매달 내야 한다. 물론 여유가 생기면 팔았던 지분을 다시 사들일 수 있다.
 
매각된 1억원의 주택지분은 캠코가 사들여 이를 다시 특수목적법인(SPC)에 넘기게 된다. SPC는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해 돈을 끌어오고 하우스푸어가 이 돈으로 빚을 갚는 셈이다.
 
박 후보는 "하우스푸어의 지분 재매입이 가능한 만큼 일시적 자금압박으로 인해 살던 집을 처분하지 않아도 된다"며 "주택이 매매될 때는 새로운 주택구입자의 지분공유 승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도입과정에서는 풀어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일례로 지분매각제는 우리은행의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신탁 후 재임대)과 비슷하다. 신탁 후 재임대는 대출금을 못 갚는 채무자가 집을 신탁회사에 맡기면 주택담보대출 최저금리인 연 4% 수준의 임대료만 내고 계속 살 수 있게 한 상품이다.
 
그러나 시행 두달이 넘도록 신청자는 3명에 불과하다. 따라서 지분매각제도 신청자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는 임대료 부담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박 당선인이 당초 제시한 임대료는 지분 가격의 연 6%다. 연체이자율보다는 낮지만 은행 주택담보대출금리(연 4∼5%)보다 높아 큰 매력이 없다. 인수위와 금융위는 임대료를 1∼2%포인트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우스푸어가 임대료를 내지 못하는 2차 부실론도 제기된다. 공공기관이 주택 지분을 사들일 경우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 당국은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하우스푸어로부터 받을 돈이 있는 금융회사가 손실을 먼저 분담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채무자가 진 빚을 채권자도 일부 부담하라는 의미다.
 
이처럼 문제점이 드러나자 채권단 워크아웃(채무조정)방식이 보완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3개월 이상 못 갚은 주택담보대출 부실채권을 신용회복위원회나 주채권은행의 워크아웃 대상에 넣는 것이다. 다만 주택담보대출을 워크아웃 채권으로 분류할 경우 금융회사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낮아지고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금융권 하우스푸어 구제방안 '고심'
 
인수위의 하우스푸어 구제방안이 구체화되면서 금융권도 고민에 빠졌다. 하우스푸어 대책안이 시행되면 금융회사로서는 부담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수위가 대책안을 내놓을 경우 시중은행으로선 따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미 하우스푸어를 대상으로 집값 하락분에 대한 장기분활상환제도 등 지원대책을 도입했는데 지원규모가 더 늘어나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가뜩이나 저금리 기조로 금융권 시장이 좋지 않은데 (은행권 입장도) 일부 반영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인수위가 구체적인 의견을 내놓는다면 은행들은 따라갈 수 밖에 없다"며 "채무자와 채권자 모두에게 부담이 덜 가는 방향으로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단기적으로 은행 실적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손실규모는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교보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하우스푸어 대책은 은행권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되지만 손실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가계부채 정책과 관련해 큰 윤곽이 잡혀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면 은행주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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