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매수', 집 찾아온다

새 정부 출범 후 주택시장 안정화 될까

 
  • 머니S 이건희|조회수 : 9,524|입력 : 2013.02.1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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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는 수도권 주택시장 분위기가 가장 좋지 않았던 해라고 할 수 있다. 서울에서는 아파트가격이 4.5% 하락해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1998년에 14.6% 하락한 때 이후 가장 하락률이 컸다(부동산 전문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 2013년 1월18일).
 
KB국민은행에서 부동산공인중개사들을 통해 매수·매도세 동향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서울 부동산 거래에서 집을 사려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보다 많다는 답변이 0%로 나타났다. 매수세 우위가 0%를 기록한 것은 2000년 1월 이후 처음이다.
 
매수우위지수(100+매수우위비중-매도우위비중)는 2006년 11월 143.6으로 고점을 찍은 뒤 계속 하락해 사상 최저치인 8.1까지 내려왔다. 한강 이남 11개구에서는 매수우위지수가 9.5, 한강 이북 14개구에서는 6.7로 나타나 강북권에서 매수세가 더욱 위축됐다. 지난해 수도권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도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으며 경매입찰자 수도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의 연장선에서 2013년 아파트시장에 대한 전망 역시 대체적으로 우울한 편이다. 지난 1월28일 농협경제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 '국내 주택경기 순환 국면 진단과 시사점'에 따르면 집값의 하강 압력은 계속되고 있으며 본격적인 불황국면으로 접어들면 집값은 더욱 약세를 보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말 취득세 감면혜택이 끝난 뒤 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006년 이후 가장 빈약한 수준으로, 거래 공백현상까지 나타났다. 다만 올해 말까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유예가 연장됨에 따라 중과세를 피하기 위해 나오는 매물이 사라지면서 강남구 등 일부에서는 매수세가 우위로 돌아섰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에 목말라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를 유예할 것이 아니라 완전 폐지하고 취득세 감면 재추진,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완화 등을 포함하는 시장 활성화대책을 기대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기대감이 단순히 기대로 끝나지 않고 어느 정도 실현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이유가 몇가지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총체적인 경기부양책이 다양한 각도로 추진되면 주택의 매매심리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15대 김대중 정부에서 18대 이명박 정부까지 역대 정부의 출범 초기에는 기대심리가 반영돼 아파트값이 모두 올랐다.
 
다만 이후 가격은 정부의 정책방향과는 무관하게 경제상황에 따라 달라졌다. 부동산 규제에 초점을 맞췄던 노무현 정부 때는 출범 후 1년간 아파트값이 20% 급등했고, 김대중 정부와 이명박 정부 때는 규제완화책을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약세가 이어졌다. 따라서 박근혜 새 정부가 출범하면 정책의 방향을 주시하면서 경제 전반적인 상황이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다.
 
실종된 '매수', 집 찾아온다
◆세계 부동산시장의 영향
 
한국의 부동산시장도 장기적으로는 세계 부동산시장의 방향과 상관관계를 가진다. 글로벌시대인 만큼 통화량, 금리의 변화, 돈의 흐름, 경기의 변동이 각국 간에 연동하기 때문이다. 미국시장에서는 서브프라임 사태와 금융위기로 주택가격이 급락한 후 상당기간 동안 횡보세를 이어왔는데, 이제 주택시장에서 수급이 균형을 이루면서 서서히 회복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진단된다.
 
주택 매매가격이 바닥권을 다지고 있을 동안 렌트가격이 폭등한 것도 매매가격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을 낮추고 매매 수요가 살아나도록 작용했다. 더욱이 본격적인 회복을 전망하는 분위기가 생기면서 러셀의 최근 조사에서는 올해 부동산시장이 가장 유망하다고 말한 전략가가 61%에 달했다.
 
지난 1월23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가한 글로벌 사모펀드업계의 제왕인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도 미국 주택시장이 강하게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블랙스톤은 미국 14개 지역에서 30억달러 규모의 주택을 한꺼번에 매입했으며, 주택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전세계 부동산시장의 매물을 매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 주요국의 부동산시장도 한국처럼 침울하지 않았다. 싱가포르는 주택가격이 지난해 2.8% 상승했고, 홍콩은 20% 올라 오히려 과열 분위기였다. 인도네시아도 부동산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으며 올해 유망한 부동산투자처로 꼽힌다. 중국 부동산 경기지수는 지난해 하반기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유럽의 경우 재정위기의 중심 국가인 스페인과 그리스 등은 올해에도 부동산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독일, 프랑스, 영국의 부동산시장은 지난해부터 이미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인 분위기 속에서 한국만 홀로 다른 길을 가기 힘들지도 모른다. 

실종된 '매수', 집 찾아온다

◆새 정부의 정책 방향
 
부동산은 자본주의 체제 하의 모든 거래상품 중 가장 돈 단위가 큰 상품에 속하고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우리나라는 GDP에서 건설투자가 차지한 비중이 2007년에는 16.56%였으나 지난해에는 사상 최저치인 13.01%로 낮아졌다. 대부분의 국가에 주택경기는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친다.
 
주택가격에 지나치게 거품이 끼면 하락조정이 필연적이지만 주택시장의 침체가 오래 진행되면 국민의 삶이 좋아지기 힘들다. 침체기에는 자산과 소득이 하위인 계층의 생계가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에 부동산시장이 안정화돼야 할 필요성이 커진다.
 
가격폭등만 기피할 대상이 아니라 장기침체도 기피해야 할 대상이다. 새 정부는 경기회복을 통한 민생 안정과 가계부채 해결을 최우선 과제에 포함시켰다. 이를 위해서는 부동산시장의 안정화와 거래활성화가 추구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1월27일 열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의 국정과제 토론회에서 주택시장 정상화와 주거복지 강화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예금취급기관의 전체 가계대출 중 주택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61.1%(지난해 11월 기준)에 달하기 때문에 가계부채 해결은 주택대출 문제를 완화하는 것과 직결된다. 이를 위해 새 정부는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을 도입해 채무불이행자의 연체채무를 매입, 원금의 50%(취약계층은 70%)를 감면한 뒤 장기분할 상환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또한 돈이 있어도 부동산을 구입하지 않는 사람들이 투기목적이 아닌 실거주나 임대목적으로 구입해 하우스푸어가 됐을 경우 주택을 적절히 팔 수 있는 환경 조성도 필요하다. 아파트 매매가격은 하락했음에도 전세가격이 꾸준히 상승해온 것도 실거주 수요가 많음을 나타낸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수도권의 주택 매매가격은 2.5% 하락하는 반면 주택 전세가격은 3.8%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파트를 무리하지 않고 구입할 수 있는 사람들도 구입 후 가격 하락을 우려해 전세로 살려고 하기 때문에 전세가격이 더욱 강세를 나타낸다. 따라서 실거주 목적의 구입이 이뤄지려면 시장이 안정화돼야 한다.
 
◆주택경기가 내수시장에 미치는 다양한 효과

주택에 대해서는 주거공간을 제공해주는 수단뿐만 아니라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다양한 특성도 봐야 한다. 주택 건설은 건설업계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주택에 들어가는 시멘트, 철근, 목재, 유리, 페인트, 장판, 벽지, 전선, 전등, 보일러, 가구, 도어, 도어락, 변기, 창문, 알루미늄새시 등 각종 재료 및 생활제품들의 생산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제조업의 내수시장에도 전반적으로 영향을 준다.

동시에 이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일자리를 늘리는 파급효과가 있다. 또한 중개업소, 이사짐센터, 벽지 도배업체 등 서민형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의 생계에 영향을 주는 등 민생안정에 다각도로 기여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국가다. 국내총생산 대비 수출 비중이 1970년 13.2%에서 꾸준히 증가해 2012년에는 57.3%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과 원/엔 환율이 계속 하락하면서 수출에 비상등이 켜졌으므로 내수시장이 활성화돼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우리나라는 가계자산이 부동산에 집중된 편이고 2012년 현재 부동산 비중은 69.9%에 달한다. 주식·채권과 같은 유가증권 등 다른 금융상품의 비중이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아져야 하지만 그렇게 되기에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일단 자산규모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가격 하락으로 인한 자산 감소효과가 소비심리를 위축시킨다. 이는 내수 소비시장 위축 및 경제 침체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제는 부동산시장이 과거처럼 크게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거의 사라졌으므로 국가적으로 시장 안정화 정책을 펴나가기에도 부담이 적다. 앞으로 각종 주택관련 세제와 금융규제 부분까지 포함해 주택시장 정상화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이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예전에 부동산시장이 과열된 분위기에서 급등할 때 나왔던 각종 규제대책들이 완화되고 주택 수요자들의 심리가 개선된다면 침체된 주택거래도 점차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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