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같은 하루 '행복 라스트신'

송세진의 On the Road/ 남양주 종합촬영소와 두물머리

 
  • 송세진|조회수 : 9,542|입력 : 2013.03.09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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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생에는 영화가 있다. 비록 그 영화가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다소 평범하고 지루할지 모르지만…. 한번쯤 삶의 배경을 바꾸러 떠나보자. 별 다를 바 없었던 일주일이 영화 같은 하루로 기억될 것이다. 
영화같은 하루 '행복 라스트신'

영화같은 하루 '행복 라스트신'


◆환상과 현실이 교차하는 곳, 남양주종합촬영소

여자 주인공이 받쳐든 우산은 비가 떨어지는 팔각정 지붕으로 오버랩 된다.

군사분계선을 넘나들며 우정을 키웠던 병사들의 이야기,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한 장면이다. 13년이 지났어도, 결과를 뻔히 알면서도, 어쩌다 TV에서 재방송을 해주면 채널을 멈춘다. 4명의 주인공이 한 프레임에 들어간 마지막 장면을 컴퓨터 바탕화면으로 해 놓고 한참 동안 그 여운을 즐겼더랬다. 이것이 영화의 힘. 남양주 종합촬영소에는 추억을 되새겨 주는 배경들이 있다.

이곳은 3만평 규모의 야외촬영세트와 6개의 실내 촬영스튜디오, 녹음실, 현상실, 디지털시각효과팀 등을 갖춘 아시아 최대 규모의 종합촬영시설이다. 단순한 테마파크가 아닌 언제나 작업이 이루어지는 ‘현장’으로써 관람객의 공간과 작업자의 공간이 나뉘어져 있다. 대표작으로는 <광해>,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전우치>, <더킹> 등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있다.

야외세트장에서 관람을 시작하며 영화의 추억에 푹 빠졌다가 영상지원관으로 들어오면 영화에 대한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특수효과의 원리를 알고 화면의 주인공이 되어 볼 수 있는 크로마키 체험실과 3D 애니메이션 <원더풀 데이π즈>의 촬영 과정이 고스란히 전시돼 있는 미니어처 전시실은 아이들과 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전시관이다.

어른들은 영화인 명예의 전당에서 오랫동안 발길을 멈춘다. 신상옥·유현목 등의 명감독, 배우, 촬영감독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영화인들의 면면을 살펴 볼 수 있는 곳이다. 함께 전시된 그들의 소품과 유품, 기록, 의상, 기사, 필름 등은 화려한 겉모습과 함께 치열했던 생활도 동시에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여기에 오래된 물건과 영화 포스터로부터 그 시대의 추억도 더듬어 보는 시간이 된다. 마찬가지로 소품실과 의상실, 예전에 사용하던 영상편집기, 녹음기 등을 보면 빠르게 변하는 시대상과 편리해진 기술에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이곳을 하루쯤 여유 있게 둘러 볼 계획이라면 시네극장을 이용해 보는 것도 좋다. 최신 영화를 무료로 관람 할 수 있으니 때아닌 횡재다. ‘밥 먹고, 영화 보고…’만 반복하고 있는 연인이라면 한번의 데이트로 ‘밥 먹고, 영화 보고’ 사이에 ‘둘러보고’와 ‘여행하고’를 끼워 넣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소규모 학생단체나 가족에게는 체험과 함께 교육의 기회가 있다. 초등학생 이상 6명 이상이면 ‘시네에듀투어’를 할 수 있고, 다섯 가족 이상이나 팀이라면 기자재를 대여하고 세트장을 마음껏 이용해 세상에 하나뿐인 영상작품을 만들어 볼 수도 있다. 이외에 영상교육관이 있어 영화 관련 교육이 가능하다. 해당 사이트를 통해 조금만 확인하고 가면 생각보다 알차고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영화같은 하루 '행복 라스트신'
 두물머리

◆조금은 영화처럼, 한옥에서 가배차를 즐긴다

영화에서 빠져 나와 잠시 쉼표를 찍자. 이름이 예쁜 조안리로 향한다. ‘새들의 안식처’라는 뜻의 조안리에는 사람들의 안식처인 한옥카페가 있다.

전형적 배산임수의 명당터, 한옥전문가 도편수가 5년 동안 공들여 지은 곳, 88칸짜리 전통 사대부가의 집에서 커피 향이 진하게 난다. 마땅히 있어야 할 것 같은 전통차는 찾아볼 수가 없으니 조합부터가 이색적이다. 하긴, 예전에는 양탕국·가배차·가비차로 불렸으니 커피도 일종의 차다. 커피 한잔을 주문하고 조선의 왕 고종을 생각한다. 아침마다 커피를 즐겼다는 고종은 영화로 치면 슬픈 영화의 주인공이다. 지난해 나온 영화 <가비>가 오버랩 되는 순간이다.

햇빛을 받은 선명한 창살무늬가 커피잔에 떨어지고, 나른한 오후의 공상은 시간의 속도에 드라이브를 건다. 조금 몽롱했던 리듬이 방금 전 마신 카페인의 힘으로 기운을 차릴 때쯤 한옥을 나선다. 오늘의 테마인 ‘영화 같은 여행’의 엔딩이 남아있다.
영화같은 하루 '행복 라스트신'
명예의 전당

 

영화같은 하루 '행복 라스트신'
고당

◆여운을 담은 영화의 마무리, 두물머리에서

영화의 마지막 신(scene)이자 여행의 마지막은 넓은 화면에 어울릴 것 같은 두물머리다. 좁은 골목을 지나 눈앞에 탁 트인 강변이 펼쳐지면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것이 커다란 느티나무다. 수령이 400년 넘었다는, 이곳의 터줏대감 되시겠다. 오래된 나무지만 건강하고 기백 있게 하늘을 향해있다. 수많은 작가들의 사진 속에 언제나 등장하는 나무로 누구나 이 앞에선 카메라를 꺼내 든다.

그렇지만 이 나무를 더 아름답게 보이도록 하는 것은 역시 물이다. 남한강과 북한강 줄기가 만나 한강을 이루는 곳, 즉 큰 물줄기 둘이 머리를 맞대는 곳으로 이름도 ‘두물머리’다. 물길로 치자면 대로이자, 교통의 요지이니 예전에 이곳에 포구가 있었다는 게 당연하다. 강원도 산골에서 물길을 따라 온 뗏목과 나무들이 서울에 가기 전 하루 머물러가던 곳으로, 주막에 사람으로 북적였다고 한다. 글쎄…. 지금의 고요로는 도저히 그때를 상상할 수가 없다. 이제는 상수원 보호구역이 되면서 바람만 쉬어 가는 곳이 되었으니 말이다.

특히 해질녘엔 모든 소란과 소음을 오로지 빛과 바람에게 양보하게 된다. 햇빛이 떨어지면서 물가는 붉게 물들고 키 큰 느티나무 너머로는 초저녁 달이 떠오른다. 수면을 중심으로 자리잡은 붉은 빛 바깥으로는 청명한 코발트블루 빛 하늘이 밤의 시작을 알린다. 굳이 <허준>, <첫사랑> 같은 유명 드라마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이 장면 하나가 그냥 영화다. 정지한 마지막 장면과 함께 곧바로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며 하루 여행이 끝나간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영화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두물머리는 두번 와 봐야 하는 곳이다. 해가 떨어지는 저녁도 아름답지만 새벽 물안개는 이곳의 백미다. 낙조에 고즈넉함이 있다면 새벽에는 생동감과 신비로움이 있다. 단순한 레이아웃 속에 매일 다른 빛그림, 물그림, 안개그림을 그리는 것이 두물머리의 매력이다. 그래, 이것이 여운이다. 마치 영화의 속편을 기대하듯이 다른 날, 다른 때를 기약하게 된다.

느티나무 아래 나룻배와 물그림자로 영화 같은 하루를 마감한다. 물가의 얼음이 풀리고 나무에 새순이 돋을 때쯤 새벽 안개를 보리라 다짐하며, 양수리 강가로 차를 달린다.


[여행 정보]

<남양주 종합촬영소 가는 방법>
서울 - 올림픽대로 -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강일 IC - 통영대전중부고속도로 하남IC - 창우로 - 팔당대교 IC에서 소나기 마을·양평 방면으로 우측 - 경강로 - 팔당 1,2,3,4 터널 - 봉안터널 - 조안교차로에서 청평·대성 방면으로 우측 - 북한강로 - 영화촬영소 입구에서 좌회전 - 길따라 진입

<남양주 종합촬영소에서 한옥카페 고당 가는 방법>
북한강로 855번길 - 영화촬영소입구에서 우회전 - 북한강로 (7.26km) - 고당 표지를 따라 우회전

<한옥카페 고당에서 두물머리 가는 방법>
고당 입구에서 좌회전 - 북한강로 - 진중삼거리에서 양평·양수리·잔아박물관 방면으로 우회전 - 터미널삼거리에서 두물머리 방면으로 우회전 - 길따라 진입

< 남양주종합촬영소 >
http://studio.kofic.or.kr/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북한강로 855번길 138 / 031-579-0600
관람시간 (3~10월) 오전 10시~오후 6시
이용요금 : 대인 3000원 / 중고생 2500원 / 노인·어린이·군인 2000원
중앙선 운길산역에서 셔틀버스 운행(11:25 / 13:25 / 14:25 / 15:25). 자세한 사항 홈페이지 참조
시네에듀투어 : 초등학생이상 6~30명. 1인당 1만5000원. 온라인 예약
가족시네마 : 5~10 가족. 1가족(팀)당 2만5000원. 온라인 및 유선 예약 (문의 031-579-0624)

< 한옥카페 고당 >
http://www.godangcoffee.com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조안리 192-10 / 031-576-8090
커피 7000~1만원 (리필 무료) / 주스·차 7000~8000원

※영화 <가비> : 2012. 조선 최초의 바리스타와 고종암살작전을 그린 영화. 장윤현 감독, 박휘순 주진모 김소연 주연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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