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키우는 '호르몬'은?

인간 경제의 번영과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 이건희|조회수 : 9,391|입력 : 2013.03.11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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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는 기업에 신뢰감 쌓여… 선순환 이루며 사회도 번성
 
인간 사회와 경제가 시대에 따라 퇴보하거나 지역별로 명암이 엇갈리기도 하지만 긴 역사의 흐름으로 보면 결국은 문명이 번영하면서 삶의 질이 높아졌다.
 
인간보다 물리적으로 강한 동물이 많음에도 인간이 어떻게 지구를 지배하게 됐고 지속적으로 사회 및 경제가 발전해왔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도덕성을 빼놓을 수 없다. 도덕성이 있기에 사람 사이에 신뢰감이 작동하는 메카니즘이 존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생리학 분야에서 주로 이뤄지던 유전자 탐구가 근래 들어 인문사회과학분야에서도 연구가 이뤄지면서 '신경경제학'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생겨났다. 인간의 뇌 활동을 분석해 의사결정을 이해하는 학문이다.
 
이 분야의 권위자인 미국의 폴 잭 클레어몬트대 교수는 이기적인 인간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공익적으로 협력하게 되는 과정을 호르몬을 통해 분석했다. 동정 공감의 호르몬이 경제적 의사결정에 작용하는 이론은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분만 촉진 호르몬인 옥시토신이 작용 → 사람 사이 정서적 공감대 형성 → 도덕성이 생성되면서 신뢰감 형성 → 활발한 상거래가 일어나 사회가 번영 → 이에 따라 다시 옥시토신이 분비.
 
이처럼 신뢰의 선순환 고리를 형성한다. 폴 잭 교수 연구팀의 실험에서는 서로 모르는 두사람 A와 B에게 10달러씩 돈을 준 후 A가 받은 돈의 일부를 B에게 주면 그 돈이 세배로 늘어나는 상황을 만들었다. A 덕분에 B가 돈을 벌게 된 후 그 돈의 일부를 다시 A에게 주는지를 관찰한 결과 B에 해당하는 사람의 95%가 일정금액의 돈을 A에게 돌려줬다.
 
A에게 받은 돈이 많을수록 옥시토신 분비량이 많아지면서 돌려주는 금액도 늘어났다. 두사람 사이에 신뢰가 생겼기 때문이다. 기업의 세계와 사회에서도 이와 같은 선순환이 일어나면서 번영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협력하는 과정에 분비되는 옥시토신은 쾌락을 느끼게 만드는 호르몬인 도파민을 분비시켜 행복감을 가져온다. 옥시토신 호르몬은 여성이 아이를 낳거나 모유를 수유할 때 분비된다. 일상적으로는 다른 사람들과 따스한 정서적 교감을 나눌 때, 스킨십 할 때, 춤 출 때 등의 상황에서도 많이 분비된다. 또한 다른 사람으로부터 신뢰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도 분비량이 증가한다.
 
옥시토신은 포유류에서만 분비되는데, 사람의 경우 많이 분비되면 될수록 타인과 감정을 공유하고 도우려는 태도를 보인다. 흥미로운 사실은 인간의 약 5%는 도덕적인 심성을 유발하는 이러한 옥시토신이 거의 나오지 않아서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이코패스가 된다. 범죄자도 이런 부류의 사람에게서 흔히 나타난다.
 
기업 키우는 '호르몬'은?
                      현대중공업 아산나눔재단 1기 청년해외봉사단 발대식.
 
◆도덕성·신뢰 형성된 사회일수록 자본주의 발전
 
이타심이 있고 도덕성이 높고 신뢰가 많이 형성된 사회일수록 자본주의가 더욱 발전하고 경제가 번영한다는 것은 개인과 기업이 이러한 방향으로 행동해야 하는 근거가 된다. 현재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동반성장,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도 이에 부합된다. 기업이 돈 버는 활동을 하면서도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에 도움을 주고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개선해주는 활동을 하면 기업 이미지가 좋아질뿐더러 이윤이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의 자본주의로 발전해간다.
 
한국 주요기업들의 사회공헌지출액은 ▲2007년 1조9556억원 ▲2008년 2조1601억원 ▲2009년 2조6517억원 ▲2010년 2조8735억원 ▲2011년 3조1241억원으로 해마다 늘어나, 2002년의 1조865억원에 비해 3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늘어났다(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
 
이는 정부 사회복지 예산의 약 20%에 해당한다. 사회복지에 대한 부담을 정부만이 아니라 기업도 함께 짊어지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셈이다. 일본 364개 기업의 사회공헌 지출액 비율은 세전 이익대비 2.73%인 반면, 한국 222개 기업은 3.20%로 더 높다. 국민들로부터 번 돈의 일부를 다시 국민들에게 돌려주는 과정에서 고용을 통한 기여 이외에 직접적인 기여도 하는 것이다.
 
기업의 사회공헌은 비영리 기관, 공공 서비스 기관 및 자선 단체와는 달리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의 이타적 활동이란 점이 크게 다르다. 기업의 이러한 이타적 활동은 사회 속에서 선순환돼 궁극적으로 기업이 이윤 창출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수 있게 해준다.
 
한국에서는 사회적기업육성법이 2007년에 시행돼 지금까지 약 700개에 달하는 기업이 사회적기업인증을 받았다. 사회적기업(social enterprise)이란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나 사회서비스를 제공해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며 재화·서비스의 생산·판매 등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을 말한다.
 
사회적기업의 활동이 확산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사회적기업의 활동은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방향과도 부합하며, 양극화와 소득불균형을 줄이면서 계층 간 대립을 완화시키고 갈등을 줄이는 데도 기여한다.
 
SK그룹은 지난해 국내 최초로 사회적기업 분야 전문가급 인재 양성을 위한 사회적기업가 MBA 과정을 KAIST와 함께 개설했다. 또한 사회적기업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웹사이트 '세상'을 오픈했으며 사회적기업가 MBA를 지원할 수 있는 'SK 사회적기업가 센터'를 설립해 활동하기 시작했다.
 
SK그룹은 지금까지 13개의 사회적기업을 직접 설립했으며 62개 사회적기업의 설립을 지원했다. 삼성그룹도 다수의 사회적기업을 설립해 외국에서 온 이주여성들에게 교육·보육·일자리 등에 도움을 주는 등 정착을 지원하고 있으며 사회 취약계층 아동을 위한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기업 키우는 '호르몬'은?

◆대기업 사회공헌 활동 변화
 
대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현대차그룹은 장애인에게 이동편의 제공, 교통안전문화 확산, 환경보호에 힘쓰는 사업 등을 전개하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사재 6500억원을 출연해 ▲저소득층 인재 1만7600명을 지원하는 청소년 창의계발 스쿨사업 ▲의료소외지역 지원사업 ▲소년소녀가장과 교통사고 피해가정 및 순직 경찰공무원·소방공무원 자녀 등을 대상으로 하는 장학사업 ▲기초과학 및 문화예술 교육비 지원사업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자매결연한 소년소녀가장 및 생계곤란가정을 지원하면서 울산지역 불우이웃돕기사업을 하고 있다. 총 7개의 문화예술회관을 건립해 지역의 문화사업 활동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창업자 가족 및 관련 기업들은 2011년에 총 6000억원을 출연해 사회양극화 해소에 기여할 목적으로 아산나눔재단을 설립했다.
 
GS그룹의 GS숍은 영업이익의 3% 이상을 해마다 사회공헌사업에 투입한다. GS리테일은 GS나누미 봉사단을 조직해 활동하며 GS EPS는 임직원의 1% 나눔기금 활동을 하는 등 각 회사별로 사회공헌을 하고 있다.
 
LS그룹은 계열사마다 사업장 근처의 사회복지시설과 자매결연을 맺어 봉사활동을 한다. 포스코는 부장급 이상 임직원들이 매달 급여 1%를 공제해 사회공헌기금으로 쓴다. 임원들은 매달 협력업체들을 찾아가 경영컨설팅을 해주는 재능기부 활동도 하고 있다. 회사 차원에서는 2007년부터 매년 100억원을 이웃돕기 성금으로 기탁한다. 또한 동남아에서의 의료봉사활동을 지원하고 아프리카에서 장학사업을 실시하는 등 글로벌 사회공헌도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동반성장기금을 조성해 협력업체가 은행 대출을 받을 때 금리인하 혜택을 받도록 지원한다. 협력업체가 해외에 진출할 때는 무이자로 돈을 빌려줘 판로 개척을 돕는다. 임직원이 참여하는 '행복드림봉사단'은 전국 100여개 보육시설을 매달 찾아가 6000여명의 청소년과 아동들을 돕고 있다. 아울러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대학생 희망프로젝트'도 수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많은 기업들이 다양한 형태로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은 강화되는 추세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이 더욱 확산되고 여러 경제주체자간 관계에서 신뢰를 우선적으로 존중하는 풍토가 확고히 자리 잡게 되면 '윈윈'하는 상생의 사회적 구조가 마련될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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