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정규직 전환’ 남녀 직원 만나보니

"불안도 설움도 날리고 이제 시작이다"

 
  • 김진욱|조회수 : 60,227|입력 : 2013.03.14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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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기업과 은행권을 중심으로 비정규직 직원의 정규직 전환이 속속 진행되고 있다.

올초 10대 그룹 가운데 처음으로 비정규직 직원 2043명을 정규직으로 일괄 전환하겠다고 밝힌 한화그룹은 지난 1일부로 호텔, 백화점 판매사원, 고객 상담사 등 비정규직 직원 1900명을 정규직으로 발령냈다.

'불법 파견' 논란으로 몸살을 앓은 이마트 역시 근로자를 직접 고용으로 전환하라는 고용노동부의 지시에 따라 전국 146개 매장에서 상품 진열을 담당하는 도급 직원 1만여명을 다음달 1일부터 정규직으로 전환키로 했다.

금융권과 다른 유통기업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NH농협은행은 창구에서 근무하는 고졸 금융텔러 132명을 지난 4일 정규직으로 채용했고, 신세계백화점은 식품관 등에서 근무하는 300명 이상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롯데마트도 올 상반기 도급인력 중 조리직 등 1000여명을 직영사원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물론 이 같은 흐름에 대해 일각에선 고용창출과 비정규직 해소를 중점과제로 제시한 박근혜 정부에 대한 '코드 맞추기'가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는다. 하지만 80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전달한 '신호탄'이 됐다는 점에서는 분명 상징성을 갖는 행보다.

지난 3월1일부로 정규직 전환 대상자에 포함된 한화그룹의 전 비정규직 남녀직원을 만나봤다.


류승희 기자
류승희 기자

◆男 - 갤러리아백화점 허승호, "아내가 더 기뻐해"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압구정점)에 근무하는 허승호씨(33). 결혼 4년차인 그는 지난해 6월 정직원으로 일하던 모 대형마트에 사직서를 내고 계약직이지만 '한화행'을 택했다. 안정적인 일자리보다는 자신이 애착을 갖는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당시 그의 선택을 놓고 주변의 만류가 적지는 않았을 터. 그러나 허씨는 대형마트에서 카메라를 판매하는 영업직을 버리고 현재의 명품관 내 헤드폰 매장으로 거취를 옮겼다.

"대학에서 사진학과를 전공했어요. 그래서 줄곧 카메라와 관련한 일을 해왔는데 몇년 사이 프리미엄 헤드폰시장이 급성장하는 것을 보고 이 분야에 매료돼 저의 미래를 걸기로 다짐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직장인은 많지 않다. 그래서 허씨의 비정규직행은 어찌 보면 '모험'에 가까운 일이었다. 더욱이 재계약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4살배기 아들과 아내에 대한 미안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그는 지난해 6월1일부로 매장 오픈과 함께 투입됐다. 당시 다른 계약직 직원 1명과 함께 1년 단위의 계약직 업무를 시작했다. 당초 상황이라면 오는 6월 재계약에 응해야 했던 상황. 하지만 한화그룹이 정규직 전환 정책을 발표하면서 운좋게도 그 대상자에 포함됐다.

"저보다는 아내가 더 기뻐하더라고요. 아기도 무럭무럭 커 가는데 제가 매달 갖고 오던 월급이 끊기기라도 하면 어떡할까 내심 걱정했거든요."

정규직으로 전환됐다고 해서 당장 복리후생이 달라지는 것은 없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면서도 안정적인 고용상황을 만들었다는 것, 그것이 허씨가 한화행에서 얻은 두가지 수확이다.


류승희 기자
류승희 기자

◆女 - 프라자호텔 김정진, "외국어 학원 등록해야죠"

서울 프라자호텔의 중식당 '도원'에서 서빙업무를 담당하던 계약직 사원 김정진씨(23) 역시 앞선 허씨처럼 이번 정규직 전환의 수혜를 입은 '능력자'다. 전문대를 다니다 2학년 때 조기취업에 성공하면서 사회생활의 첫 발을 내디딘 그지만 줄곧 계약직 업무에만 몸담았다.

항공운항서비스과를 다닌 김씨가 택한 첫번째 직장은 모 대기업이 운영하는 5성급 특급호텔. 현재의 서빙업무와 똑같았지만 1년 단위로 재계약해야 하는 처지였기에 자신의 꿈인 '호텔리어'를 현실화하는 것은 먼 얘기처럼 느껴졌다.

자신이 선택해 이곳 프라자호텔에 들어온 후에도 김씨의 '뚜벅이 생활'은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비해 누구보다 성실하고 업무에 열의를 보인 그는 입사 후 1년이 되는 날 재계약에 성공했고, 재계약 후 4개월 만에 이번엔 진정한 호텔리어의 꿈을 이루게 됐다.

"정규직이 되니까 어떠냐고요? 고용에 대한 불안한 마음이 없어진 게 가장 크죠. 반면 책임감과 소속감은 더 강해졌어요. 호텔리어의 꿈이 이뤄진 만큼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이젠 노력할 겁니다. 당장 3월이 가기 전에 외국어학원 수강을 신청할까 해요."

사회초년생에 가까운 풋내기 직장인이지만 김씨는 고향인 전남 여수를 떠나 서울에서 친언니와 생활하고 있는 전형적인 '상경파'다. 사회 첫발을 비정규직으로 시작한 설움을 이겨내고 비교적 단기간에 정규직원으로 자리매김한 그가 전하는 정규직 전환 성공에 대한 변은 의외로 간단하다.

"자기 일에 자부심과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 말고 또 있나요?"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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