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형저축 '선풍' 펀드는 '미풍'

재형저축펀드, 왜 안 팔릴까…라인업 갖추고 폭 넓은 혜택 필요

 
  • 머니S 유병철|조회수 : 5,757|입력 : 2013.03.20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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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만에 부활한 재형저축상품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은행에 한정되는 얘기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8시 기준 재형저축계좌는 77만개에 달한다. 이는 16개 시중은행과 새마을금고·증권사 등 제2금융권에서 만들어진 계좌수를 포함한 수치다.
 
은행권에서 추정한 재형저축 가입 예상고객이 900만명인 점을 고려하면 주말을 제외한 5일 만에 예상고객의 8.5%가 계좌를 만든 셈이다.

문제는 증권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으로 업계가 출시한 재형저축펀드는 총 59개다. 판매 당일 미리 준비된 수십여개의 상품이 출시됐고 이벤트도 등장했으며 계속해서 신규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그런데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13일 기준으로 국내에 출시된 59개 재형저축펀드의 총 설정액은 28억7600만원 규모다. 심지어 그중 절반은 단 1개 펀드에만 몰려 있다. 사실상 재형저축펀드가 투자자로부터 '외면 받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야심차게 등장한 재형저축이 은행권에서는 '불티나게' 팔리고 있음에도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찬바람을 맞는 이유가 무엇일까.

재형저축 '선풍' 펀드는 '미풍'


◆ 일반펀드와 차이 없고 매력도 떨어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예견된 일"이라고 말한다. 일반펀드와 비교했을 때 별 차이가 없는 데다 특별한 혜택도 없는데 팔리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것이다.

제로인에 따르면 이번에 출시된 재형저축펀드 59개의 성격(유형)을 살펴보면 절대수익추구형이 1개이고, 주식혼합형이 3개, 채권형이 7개, 그리고 채권혼합형이 18개, 해외주식형 9개, 해외주식혼합형이 3개다. 또 해외채권형이 10개, 해외채권혼합형이 7개다.

세부적으로 보면 투자지역이나 상품도 다양하다. 글로벌 주식과 채권을 사들이는 상품부터 글로벌 하이일드채권을 사는 것도 있다. 동남아에 북미, 신흥국의 주식이나 채권을 사는 상품도 있으며, 중국주식에 투자하거나 중소기업 채권을 사들이는 상품도 있다.
 
이 같이 채권의 비중이 높은 것은 전반적으로 '안전'에 대한 수요가 높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런 상품들은 흔하다. 투자상품이기 때문에 수익률이라는 측면에서는 적금보다 기대해볼 만하지만 당연히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다. 일반적금보다 1%포인트가량 높은 '안전한' 상품과, 수익률이 높을 가능성이 있지만 원금은 보장되지 않는 상품을 놓고 보수적인 국내 투자자들은 전자를 선택했다.

한 증권사의 지점장은 이와 관련해 "궁극적으로 재형저축펀드는 세액공제상품이 아니며 가정주부나 일반근로소득자가 아닌 사람들의 경우 가입대상에서 제외된 점 등이 인기반감요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 은행과의 경쟁에서 증권사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지점장은 "은행은 재형저축에 가입하면 우대금리 등을 제공해주는데 증권사는 그런 혜택이 없다보니 관심이 덜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신한금융투자의 관계자는 "안 팔리는 이유는 재형저축의 세제혜택에 비해 상대적으로 펀드에 대한 세금 메리트가 없기 때문인 것 같다"면서 "또한 30대 후반부터 50대까지가 증권사의 주거래 고객인데 재형저축 가입대상자들은 기본적으로 은행거래를 많이 하는 계층인 점도 작용했다"고 밝혔다.

보수가 낮은 부분도 지적됐다. 증권사들이 이벤트 등을 열고 재형저축펀드를 팔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운용보수가 낮고 판매채널에서 받는 보수도 낮다 보니 재형저축펀드 자체를 잘 추천하지 않는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준비가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면서 "재형저축펀드가 팔리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안정성을 내세운 은행에 비해 고수익을 내세워야 하는 증권사가 홍보전에서 밀린 영향이 가장 큰 것 같다"고 단언했다.

재형저축 '선풍' 펀드는 '미풍'

 
◆ 재형펀드, 부활하려면?

그렇다면 재형저축펀드에 희망은 없을까. 일단 필요한 것은 '시간'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출시된 재형저축펀드들은 이전에 운용하던 펀드를 모(母)펀드로 하거나 이 펀드들의 운용전략을 그대로 가져와서 만든 것이다.

같은, 혹은 거의 비슷한 전략을 구사하기 때문에 기반이 되는 모펀드의 성과가 좋다면 이 펀드들도 수익률이 좋을 가능성이 크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난 후 트랙레코드(운용실적)가 쌓여 수익률이 나오면 모습이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재형저축펀드 가운데 그나마 제일 잘 팔린(13억원 순유입)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한국밸류10년투자재형(채혼)'의 경우 이 상품과 비슷한 운용전략을 구사하는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1호'의 누적수익률(출시 후 6년10개월간)이 75.24%를 기록 중이어서 투자자들의 눈이 쏠린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재형저축펀드가 기존 펀드와는 다른 확실한 메리트가 있어야 팔릴 것"이라고 설명한다.
 
단기투자 성향이 강한 국내 투자자들이 7년씩이나 한 펀드에 돈을 묶어놓기는 힘들기 때문에 그 이상의, 예컨대 연말정산 소득공제와 같이 직접적으로 눈에 보이는 혜택이 나와야 한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관계자는 "여러 펀드를 묶은, 엄브렐러 같이 위험할 경우 펀드를 갈아탈 수 있는 서비스가 있다면 그나마 좀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기 때문에 당분간 재형저축펀드의 전망은 어둡다는 분석도 나온다.
 
원소윤 한화투자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증권사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여유자금을 운용하고자 하는 성향이 강한데 이번에 나온 재형저축펀드들은 그런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힘들다"면서 "특성상 초기 선점이 중요한데 처음부터 너무 밀렸기 때문에 앞으로 마케팅 등이 더욱 강화된다 하더라도 그 효과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다만 향후 상품의 라인업이 다양화되고 혜택이 강화될 경우에는 조금 나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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