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석유회사에 쏠리는 세가지 의문

'20% 싼 기름' 정말 가능할까…원유수입·자본금·시설확충 등 실효성 논란 재점화 재점화

 
  • 머니S 박성필|조회수 : 7,602|입력 : 2013.03.26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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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주유소 대비 20% 싼 기름 공급'을 모토로 내건 국민석유회사가 지난 3월21일 서울 종로5가 한국교회 100주년기념관에서 발기인대회를 열고 창립을 선언했다. 설립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가 출범한 지 9개월 만이다.

쌀쌀한 날씨였음에도 1000여명의 관계자들이 빼곡히 자리를 메웠다. 고유가시대에 저렴하게 기름을 공급할 수 있다는 희망에 따른 발걸음일 터. 하지만 지난해 6월 출범 이후부터 꼬리에 꼬리를 물던 '20% 저렴한 기름'에 대한 실효성 논란은 창립선언을 계기로 또 한번 점화되고 있다.


사진_뉴스1 안은나 기자
사진_뉴스1 안은나 기자

◆값싼 수입유 확보, 진실은?
 
당초 준비위는 기존 주유소 대비 20% 저렴한 기름공급이 가능하다는 논리로 '수입유의 가격'을 거론했다.

준비위는 "4대 정유사들이 원가절감에 대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며 이들 정유사가 비싼 중동산 중질유를 사온다는 점을 강조했다. 캐나다·시베리아산 저유황 경질유처럼 값이 싼 원유를 들여오게 되면 기름값을 내릴 수 있는데 기존 정유사들은 정제과정이 복잡한 중질유를 먼 곳에서 들여와 '가격 거품'을 숨기고 있다는 것. 여기에 준비위는 원유 정제과정에서도 20~30% 싼 국산 촉매제를 사용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그러나 정유업계는 이 같은 준비위의 주장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고유황 중질유(중동산 중질유)의 지난해 평균가격은 준비위의 주장과 달리 저유황 경질유의 그것보다 오히려 배럴당 2달러 정도 저렴했다. 실제 한국석유공사의 자료를 봐도 지난해 시베리아산 경질유가 배럴당 평균 112달러였고 중동산 중질유는 110달러였다.

원유의 가격차와 별개로 캐나다와 태평양 연안 노선 송유관은 아직 구축되지 않아 캐나다산 저유황 경질유의 경우 운송비 프리미엄이 붙는 것도 따져봐야 한다는 게 정유업체들의 주장이다. 시베리아산 경질유 역시 공급량이 적어 원활한 수급이 어려운 데다 최근 가격까지 올라 중동산 중질유와도 큰 차이가 없다는 것.

때문에 이 같은 조건을 적용하면 캐나다산 경질유가 중동산 중질유보다 더 비싸게 거래될 가능성이 높다고 업체들은 반박한다. 촉매제 국산화 주장과 관련해서도 정유업체들은 "고유황 중질유 정제과정에서 발생하는 촉매제 비용이 저유황 경질유보다 상대적으로 큰 것은 사실이지만,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1% 이하로 극미하다"며 "준비위 측이 이를 확대 해석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자본금 5000억 확보, 충분할까?

유가의 현실성 문제와 더불어 국민석유회사의 자본금 확보 여부도 현재 논란이 되는 부분 중 하나다.

준비위는 지난해 6월부터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1인 1주(1만원) 갖기 운동을 벌여 왔다. 현재까지 마련한 약정금액은 약 1200억원. 계획했던 회사 자본금 5000억원 중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준비위는 4월 초 법인 등록절차를 마친 뒤 5월 중순 일반인 주식공모로 제5의 정유사 설립을 위한 투자금을 유치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유업계는 법인 설립 후 전국 100개 주유소를 확보하겠다는 준비위의 계획이 실현될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의심한다. 더군다나 앞으로 두달 안에 5000억원 자금을 마련하더라도 원유를 들여오기 위한 기반 구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원유를 들여오기 위해서는 환경적 요건에 맞는 항구와 보관하기 위한 탱크, 송유관, 정제시설 등이 필요하다. 정유업계는 각 시설을 구축하는 데 소요되는 최소자금이 약 1조5000억원인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준비위는 현재까지 약 1200억원을 확보한 것에 머물고 있다. 이 금액마저도 출자금으로 들어오지 않은 '약정금액'에 불과하다. 따라서 정유업계는 이 부분을 꼬집고 있다.

이에 대해 준비위 측은 현재 몇몇 지자체가 유치의향을 밝혀와 정제시설 구축을 위한 부지 매입과 관련해 의견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지자체가 어딘지에 대해서는 밝힐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는 상황. 지식경제부의 검토 역시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제2의 '알뜰주유소 사태' 우려는?
 
준비위의 '20% 싼 기름 공급' 프로젝트가 불발되면 국민의 부담도 늘어나게 된다. 특히 현재까지는 준비위가 약정금액으로만 자본금을 확약 받았지만 오는 5월 중순부터 이뤄지는 일반인 주식공모는 잘못될 경우 대국민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 같은 국민석유회사에 대한 우려는 2011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알뜰주유소' 사업에 비견된다. 알뜰주유소는 한국석유공사와 농협이 정유사로부터 공동구매한 휘발유와 경유를 기존 정유사보다 싸게 판매하는 주유소다. 하지만 최근 일부 알뜰주유소는 무폴 주유소보다 비싸게 석유제품을 판매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밑 빠진 독에 국민 세금만 퍼부은 셈이다.
 
한국주유소협회가 공개한 지난해 폴을 건 주유소 수는 총 1만2803개로 전년(1만2901개)보다 100여개가량 줄었다.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석유시장이 포화상태여서 폐업하는 주유소가 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편 국민석유회사 발기인으로는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해 이윤구 전 적십자총재, 이우재 전 마사회 회장, 추미애 민주통합당 의원, 소설가 조정래씨, 김현식 목사, 진화 봉은사 주지 등 정계와 문화·종교계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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