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증권업, 돌파구는 없나

업체 수보다 시장 규모·질 문제…'자산관리' 대안 유력

 
  • 김성욱|조회수 : 11,681|입력 : 2013.04.0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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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15일 애플투자증권은 경영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자진청산을 결정했다. 설립연수로 5년 만이며, 지난 2003년 건설증권, 2004년 모아증권중개 이후 9년 만에 처음 있는 자진청산이다. 소형증권사의 청산이지만, 이는 현재 금융투자업계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단면이라 할 수 있다.

현재 금융투자업계는 그야말로 '시계 제로' 상태다. 금융투자업계는 수수료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증시의 거래량이 급감하고, 업체간 수수료 경쟁이 심화되면서 이 기반자체가 흔들렸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위기의 증권업, 돌파구는 없나
구조조정이 탈출구?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업계의 현 상황을 타개하려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즉 국내 시장규모에 비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현재 금융투자업계에는 지난해부터 경영악화를 이유로 매물이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 자진청산을 결정한 애플투자증권도 매각을 시도한 바 있다. 현재 시장에서 매물로 거론되는 곳은 이트레이드증권, 아이엠투자증권(옛 솔로몬투자증권), 리딩투자증권, 한맥투자증권, BNG증권 등이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매각 일정이 지연되거나 잠정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팔려고 해도 사겠다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M&A가 지연되면 자연스럽게 애플투자증권처럼 자진청산을 통한 구조조정이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이다. 일본에서도 버블붕괴가 지속된 1996년 이후 10년간 85개 증권사가 시장변화에 대처하지 못하고 퇴출된 바 있다.

그러나 업계 구조조정이 이 위기의 타개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많다. 현재 우리나라의 증권사는 61개. 물론 우리나라보다는 큰 시장이지만 미국은 4500여개, 일본은 300여개의 증권사가 존재한다. 단순 업체수만으로는 현재의 위기를 해석하기 어렵다고 보는 이유다.

특히 일본은 많은 증권사들이 퇴출됐다고 하지만 그만큼 또 다른 증권사들이 설립되면서 2000년 이후 증권사의 숫자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최순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의 증권산업은 면허제에서 등록제로 바뀐 후 퇴출되는 증권사도, 새로 진입하는 증권사도 많다"며 "그러나 퇴출된 증권사와 들어온 증권사가 동일한 영업을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국 업체수보다는 시장의 규모와 질이 문제"라며 "시장에 어떤 증권사가 있고, 현황에 다이나믹하게 대응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할 뿐 증권사의 숫자가 중요하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자산관리서비스, 신수익원으로 유력

결국 금융투자업계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업계의 구조조정보다 새로운 시장의 개척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국내 증권업은 비즈니스모델의 구조적인 한계에 봉착한 상태여서 증시 침체에 따라 경영진이 이를 인식하고 생존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우다희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당장 실행 가능한 방안은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축소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투자자들의 니즈파악을 통한 증권사들의 전략변경이 필요하다"며 "개인금융 자산확대에 따라 자산관리자로서의 증권사 역할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투자업계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가장 유력한 분야는 자산관리서비스다. KB경영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2011년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부유층의 금융자산은 317조원으로 4년 새 74% 성장했다.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의 부유층 수도 동기간에 67% 증가했다. 반면 부동산자산은 4.2% 증가하는데 그쳤다.

최순영 연구위원은 "자산관리는 고객의 포트폴리오를 전반적으로 관리하고 그 서비스의 대가로 받는 보수를 기반으로 하는 사업"이라며 "따라서 시장의 부침에 따라 변동성이 커지는 위탁매매 수입보다 안정적인 수익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일본의 경우 1990년 장기침체 국면에 빠지면서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모델에 한계를 체감한 대형증권사들이 자산관리서비스를 확대해 돌파구를 마련하기도 했다. 세계적 증권사로 부상했던 노무라증권도 버블붕괴로 위기에 내몰렸지만 자산관리서비스 전략을 통해 고객 이탈을 막은 바 있다. 반면 일본의 중소형사는 온라인증권사 등 니치마켓 공략을 통해 생존했다.

최 연구위원은 "미국이나 일본의 사례를 보면 그들이 과거에 겪었던 위기와 고민이 국내에서도 이제 나타나고 있다"며 "국내 증권업계도 자산관리서비스가 위탁매매의 대안으로 가장 유력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서비스 마인드 장착이 과제

그러나 국내 투자자의 경우 자산관리서비스를 받기 위해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이 이 사업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키우는 데 제약이 되고 있다.

최 연구위원은 "이제 금융투자업계도 새로운 금융상품을 만들어 파는 식의 '제조업적'인 멘탈에서 벗어나 고객에게 자문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해 수익을 낸다는 '서비스업적'인 인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하지만 고객은 물론 증권사도 자문료를 주고 받는 일이 익숙하지 않다는 점이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은행 등에서도 VVIP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지만 특화된 가치보다는 편리만 제공하는 측면이 있다. 결국 자문으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이들에게 상품을 판매함으로써 수익을 내고자 하는 것이다.

최 연구위원은 "국내 금융권이 제공하는 자산관리서비스는 단순서비스"라며 "전략, 재무, 자문 등을 엮어 좀 더 부가가치를 높이는 서비스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연구위원은 자산관리서비스가 돈이 될 수 있는 이유와 돈이 되게 만드는 방법을 커피전문점과 비교해 설명했다. 증권업계 종사자들이 새겨들을 만한 비유다.

"90년대만 하더라도 점심 후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마셨지만, 지금은 너나할것 없이 밥값보다 비싼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를 사서 마신다. 이는 커피만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그 커피와 서비스에 담겨진 가치에 대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이처럼 증권사들도 서비스에 가치를 담아 제공하면 고객도 그 가치에 대한 비용을 지불할 것이다. 결국 증권사 스스로 상품판매라는 시각에서 벗어나 서비스로 마인드를 바꾸고 고객의 인식과 문화도 그렇게 유도해야 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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